꿈틀대는 해운업계

침체의 늪에 빠진 해운업계가 꿈틀대고 있다. 굵직한 기업이 인수합병(M&A)시장에 매물로 나온 데다 해양수산부의 재설립이 가시화되고 있어서다. 전문가들은 해운업계 경기는 빨라야 내년에 회복될 것으로 전망한다. 하지만 업계 안팎에서 ‘바닥을 다지는’ 소리가 들려오고 있다. 일단 긍정적 시그널이다.

 
해운업계 안팎에 묘한 기운이 감돌고 있다. 해운업계 3위 STX팬오션과 대한해운(벌크선사 2위) 등 굵직한 기업이 인수합병(M&A) 시장에 매물로 나왔기 때문이다. 동시에 해양수산부의 부활이 해운업계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우선 STX팬오션이 주목받는다. 자산 7조4000억원 규모인 STX팬오션은 한진해운, 현대상선에 이어 업계 3위다. 어떤 기업이 STX팬오션을 인수하느냐에 따라 해운업계의 판도가 바뀔 수 있다는 얘기다. SK해운과 종합물류기업을 꿈꾸는 CJ GLS가 잠재적 인수후보로 꼽힌다. 2011년 대한통운을 인수한 CJ는 육상운송에 이어 해운업까지 사업 분야를 넓히고 있다. CJ는 지난해 초 2020년까지 세계 물류기업 5위 안에 들겠다는 그룹 비전을 발표했다.

STX팬오션보다 더 흥미를 끄는 매물도 있다. 대한해운이다. STX팬오션에 비해 규모는 약 5배 작고, 수익성은 떨어진다. 대한해운은 2011년 2337억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했고, 부채비율은 2675%에 달한다. 지난해 3분기까지 845억원의 누적적자를 기록했다. 그래서 인수 매력이 다소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 국내 벌크선사 2위 ‘대한해운’ 인수전에 대한 해운업계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사진은 5만8000t급 벌크선.
그럼에도 대한해운 인수전에 뛰어들고 있는 기업이 많다. 인수의향서를 제출한 SK해운과 CJ GLS가 가장 적극적이다. 전문가들은 이런 행보를 ‘간보기 차원’으로 해석하고 있다. 대한해운 실사를 통해 해운업계 현주소를 제대로 파악한 뒤 인수여부를 결정한다는 게 두 회사의 전략이라는 얘기다. 만약 실사결과가 긍정적이라면 대한해운이 아닌 STX팬오션 M&A로 방향을 틀 수도 있다.

최악의 침체기를 겪고 있는 해운업은 빨라야 내년부터 회복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해운업황을 나타내는 지표 중 하나인 벌크선운임지수(BDI)는 2008년 1만1800포인트에서 올 1월 734포인트까지 떨어졌다. 이 때문에 ‘STX팬오션은 몰라도 적자의 늪을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는 대한해운을 인수하기에는 이르다’는 전망이 나오는 것이다.

익명을 원한 M&A 전문가는 “인수의향서는 법적 구속력이 없기 때문에 실사를 통해 기업을 살피고 인수전에서 빠져도 그만이다”며 “데이터를 확보하는 차원에서 끝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안진회계법인이 인수주간사로 나선 대한해운의 경우, 예비실사에 참여하는 비용은 1000만원 미만으로 보인다”며 “이 정도 가격으로 국내 대표 벌크선사를 살펴볼 수 있다면 꽤 저렴한 편 아니겠냐”고 덧붙였다.

해운업계의 판도를 바꿀만한 변수는 또 있다. 새 정부의 조직개편이다. 18대 대통령직 인수위원회는 해양•수산업무를 담당하는 해양수산부를 부활시키기로 했다. 이에 따라 수산선박금융공사 설립 등 정부의 해운업계 지원이 활발하게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한 해운업계 관계자는 “자금 수혈만으로도 해운업계 숨통이 열릴 수 있다”며 “앞으로 정부의 해운업 육성•강화 방안이 기대되는데, 이는 해운업에 뛰어드는 기업에게는 매력적인 요소임에 틀림없다”고 말했다.
박용선 기자 brave11@thescoop.co.kr | @itvf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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