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인 과세 논란

종교인 과세는 늘 뜨거운 감자다. 소득 있는 곳에 세금이 있는 건 당연하다. 그러나 성직자는 특수한 직업이다. 일을 하는 역군이 아닌, 봉사자 신분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의견도 설득력이 있다. 종교인들 사이에서도 ‘세상의 시민이니 세금을 내야 한다’는 찬성론과 ‘성직자는 근로자가 아니다’는 반대론이 갈리는 상황이다.

▲ 종교인들도 세금을 내야 하는가에 대한 논란은 이전부터 있어 왔다. MB정부에서도 이에 대한 해답은 찾을 수 없을 듯하다.

최근 가장 뜨거운 이슈 중 하나는 종교인 과세다. 경인방송 ‘상쾌한 아침, 원기범입니다’는 종교인 과세 논란에 대해 기독교계의 입장을 들어봤다. ‘적극적 찬성’을 보이고 있는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와 ‘유보적 찬성’ 입장인 한국교회연합으로부터다. ‘소극적 입장’을 보이고 있는 한국기독교총연합회 측은 “시기가 적절치 않다”며 인터뷰를 사양했다.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는 1924년 설립된 단체로 기독교계에서 진보적 성향으로 분류된다. 한국교회연합은 한국기독교총연합회의 개혁을 촉구하며 분리된 단체로 알려져 있다.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목회자납세연구위원회 황필규 목사는 “목회자는 하나님 나라의 시민권과 이 세상의 시민권 두가지를 갖고 있다”며 “이 세상의 시민권자로서 세금을 내야하고 성직자의 거룩성은 세금을 내는 것으로 세상에 드러낼 수 있다”고 말했다.

한국교회연합 대표회장 김요셉 목사도 “예수님은 ‘하나님의 것은 하나님에게, 가이샤의 것은 가이샤에게 바치라’고 하셨다”며 “예수님도 국가에 내는 세금을 인정하셨다”고 설명했다. 두 단체 모두 종교인 과세에 대해 원칙적으로 찬성한다는 의미다.

반면 김 목사는 “목회자의 활동을 근로로 보고 소득세를 부과하는 것은 부당하다”며 “신도들이 낸 헌금은 이미 세금이 공제된 것이기 때문에 이중 과세 논란이 일 수 있다”고 말했다. 종교인 과세를 소득세 차원에서 접근해서는 안 된다는 논리다.

두 단체와의 인터뷰 중 가장 큰 문제로 제기됐던 것은 합의 과정이다. 황 목사는 “종교인 과세에 대해 기획재정부 측에서 18대 대선을 앞둬서 미묘하다고 했다”며 “대선 이후로 넘어갈 것을 얘기했다”고 전했다. 그는 “지난해 9월 기재부가 이 문제에 대해 논의를 하자고 해 공청회를 열었고, 이후 2~3차례 의견 청취를 했다”며 “올해 1월에 시행령을 통해서 최종적인 입장을 밝히겠다고 말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한국교회연합 측은 아무런 논의 과정이 없었다고 밝혔다.

김 목사는 “한국교회연합에는 아무런 연락이 없었다”며 “정부가 종교인 과세를 시행하려면 종교인들과 충분한 대화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지금 현실을 보면 종교계의 반응을 점검해 보려고 툭 던져보는 느낌이다”며 “과세를 하려면 구체적인 조사와 종교계의 합의가 우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여론을 분열 상황으로 모는 것은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중과세 논란 풀어야 할 숙제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측도 사회적 합의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황 목사는 “사회적으로는 암묵적 합의가 이미 이뤄졌고, 문제는 절차와 시기다”고 말했다. 그는 “봉사하는 삶을 살아야 하는 성직자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협력이다”며 “낙오된 사람들에게 협력적 시스템을 제공하는 세금은 공적 자금이다”고 말했다.

시행령 발표를 하루 앞둔 1월 16일에는 조선일보가 “청와대의 반대로 종교인 과세가 백지화됐다”고 보도했다. 기획재정부는 “확정된 사실이 없다”는 해명자료를 즉각 발표했다. 이후 기획재정부가 19개 세법 시행령 개정안을 발표했지만 종교인 과세 부분은 이 개정안에 포함되지 않았다.

기획재정부는 “종교인의 소득에 대해 과세하기로 한 원칙은 확정됐다”면서도 “납세 인프라 구축과 과세 방식, 시기 등에 대해 조금 더 협의를 거쳐야 할 부분이 남아 있어 이번 시행령 개정안에는 포함시키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종교인 과세문제는 새 정부의 몫으로 넘어갔다.
김성민 기자 icarus@itvfm.co.kr | @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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