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텔형 청년주택 2년 만에 다시 가보니…
1인 가구 공동주택으로 변하는 골목길
임대료 억제 효과 기대할 수 있을까

2020년 5월 호텔을 리모델링한 첫번째 청년주택이 입주민을 받았다. 바닥 난방이 되지 않는 데다 호텔 특성상 주거에 적합한 지역도 아니라는 비판이 이어졌다. 그로부터 2년이 다 돼가는 지금, 그 일대에는 공동주택 공사가 한창이다. 주거 용도 건물이 늘어나고 있다는 거다. 더스쿠프가 호텔형 청년주택 ‘숭인 영하우스’를 찾아가봤다. 그 주변에선 어떤 변화가 일어나고 있었을까.

2020년 5월 입주를 시작한 숭인 영하우스는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자료에 따르면 총 238호실 중 140호실이 들어찼다.[사진=더스쿠프 포토]
2020년 5월 입주를 시작한 숭인 영하우스는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자료에 따르면 총 238호실 중 140호실이 들어찼다.[사진=더스쿠프 포토]

코로나19가 한창이던 2020년, 여행객이 급감하자 중소형 호텔은 위기에 처했다. 어두운 터널에 갇힌 이들의 탈출구는 ‘리모델링’이었다. 호텔을 주택으로 리모델링한 다음, 서울 도심에서 살고 싶어 하는 청년들을 그곳에 입주시킨다는 계획이었다. 이 플랜을 수립한 건 공공이었으니, 실현 가능성이 제법 높았다. 

이렇게 만들어져 2020년 5월 입주를 시작한 ‘호텔형 청년주택’은 호텔의 특성 탓에 바닥 난방이 불가능했다. 각 호실의 면적도 최저 주거 기준(14㎡)을 간신히 넘긴다는 지적을 받았다.

이런 이유로 몇몇 이들은 그곳에 입주한 거주민을 향해 ‘호텔 거지’란 나쁜 별칭을 붙였다. 하지만 그같은 조롱은 여론의 거센 공격을 받았다. 도심에서 살고 싶어 하는 입주민들에겐 그마저도 필요한 주거시설이란 이야기가 공감대를 형성했기 때문이다.

호텔형 청년주택의 작은 크기와 부족한 설비도 보완될 여지가 생겼다. 2021년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설계 및 품질 최소기준’을 제시했기 때문이다.

그 이후 LH가 규정한 항목별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는 건물은 아예 사업대상이 될 수 없었다. 물량은 줄어들었지만, ‘주택 품질’은 확보할 수 있게 된 셈이다. 그렇게 2년여, 호텔형 청년주택이 들어서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던 종로구 숭인동 거리를 다시 찾았다. 2년이 좀 넘은 기간, 그 일대는 어떻게 변했을까.

2020년 5월부터 입주를 시작했던 숭인 영하우스를 다시 둘러보기로 했다. 지하철 1호선 동묘앞역 3번 출구로 빠져나왔다. 동묘공원과 황학시장이 있는 거리엔 여전히 사람이 많았다. 문을 열어젖힌 가게와 그 사이를 빼곡하게 메운 사람들을 지나쳐 작은 마트 앞에 섰다. 종로62길로 들어가는 초입이다.

작은 음식점이 줄줄이 둥지를 틀고 있는 골목을 지나 주차장 앞에서 왼쪽으로 모퉁이를 돌아 들어가면 18층짜리 호텔이었던 ‘숭인 영하우스’가 나온다. 

사실 이 골목의 풍경은 2년 전에도 논란을 빚었다. 호텔을 리모델링한 숭인 영하우스는 주거 지역이 아닌 곳에 있었다. 그래서 그곳까지 가는 거리는 복잡하고 안전하지 않았다. 일례로, 지하철역에서 숭인 영하우스 골목 입구까지 오면서 가장 많이 눈에 띈 건 모텔과 호텔들이었다. 

동대문 시장을 중심으로 크게 퍼져 있는 의류ㆍ가죽판매장을 쉼 없이 오가는 오토바이의 움직임도 요란했다. 2년 전 그 복잡한 골목에서 어색한 모습으로 서 있던 숭인 영하우스는 이제 동네 분위기에 적응한 듯했다. 2020년 입주 당시만 해도 비어있던 1층엔 가죽 판매장 간판이 붙어있었다.

 1층 공실이 채워진 것처럼 숭인 영하우스는 2020년 238호실 중 104개 호실(국토교통부 실거래가 자료)이 입주자를 맞았다. 2021년부터 올해까지 갱신 계약 4건, 신규 계약이 36건 체결됐다. 퇴소자가 없다고 가정하면 공실률은 41.2%(238호실 중 140호실)다. 10호 중 4호는 비어있다는 거다.

공실이 있다는 건 숭인 영하우스가 예상과는 달리 큰 인기를 끌진 못했다는 방증이다. 하지만 아무런 변화도 만들지 못한 건 아니다. 숭인 영하우스가 ‘청년주택’으로 탈바꿈한 뒤 그 주변에선 변화가 쌓이고 있었다. 

숭인 영하우스를 끼고 골목 안쪽으로 더 들어가봤다. 1층에 피혁매장이 있었던 5층 오피스 건물은 높은 공사장 펜스에 둘러싸여 있었다. 내년 이 건물은 공동주택과 근린생활시설으로 환골탈태한다.

새로운 사람이 건물을 사들여 투자한 건 아니다. 땅과 건물을 갖고 있던 사람이 마음을 바꾼 거다. 작은 가죽ㆍ가방 공장 등이 있었던 골목에 ‘원룸’을 만들면 돈이 되겠다고 판단한 결과로 풀이된다. 

 

호텔형 청년주택 인근엔 신축 오피스텔을 건축하는 곳이 숱했다.[사진=더스쿠프 포토]
호텔형 청년주택 인근엔 신축 오피스텔을 건축하는 곳이 숱했다.[사진=더스쿠프 포토]

골목을 빠져나왔다. 숭인 영하우스의 앞길인 난계로29길을 따라 신설동 쪽으로 더 걸었다. 그 길 왼쪽의 폐업한 가죽 상품 판매장 간판 아래에 ‘코인 세탁방’ 개점을 알리는 현수막이 붙어 있었다. 이 일대에 1인가구가 늘어났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듯했다. 맞은편 건물 역시 한창 공사 중이었다. 목적은 다른 공사와 다르지 않았다. 이곳도 오피스텔(업무시설)로의 변화를 준비하고 있었다. 

공사장을 끼고 난계로29가길로 들어섰다. 가죽 판매점이 듬성듬성 박혀있는 길 끝에는 이제 막 신축돼 하얗게 빛나는 21층짜리 복합시설이 위용을 뽐내고 있었다. 그 앞에선 다른 공사가 한창 진행 중이었다.

원래 길 끝에는 주차장이 있었다. 건물 1개층도 없었던 주차장 부지에 높다란 건물이 들어선 셈이었다. 그럼 이 지역의 전월세 가격은 어떨까. 호텔형 청년주택이 들어서고, 새 공동주택이 지어지면서 전월세 가격도 꿈틀거렸을까.

아직까지 그렇지 않다. 2020년부터 수개 단지의 ‘공동주택’이 생기는 동안 전월세 가격은 크게 움직이지 않았다. 보증금 1000만원에 월 임대료 50만원 수준이었던 인근 임대료는 같은 보증금에 월 임대료가 65만원으로 소폭 상승했다. 보증금이 3000만원이었던 곳의 월세는 42만원에서 45만원으로 7% 뛰었다. 

호텔 리모델링 2년여가 흐른 지금, 민간은 그 주변의 땅을 사들였고 주택처럼 쓸 수 있는 오피스텔들을 짓고 있다. 도심에 ‘집’이 부족한 건 2년 전이나 지금이나 마찬가지다. 크기도 설비도 부족하다는 질타를 받은 숭인 영하우스는 그래서 ‘청년주택’으로서의 역할을 해내야 한다. 새로 생기는 ‘이웃’들은 영하우스와 얼마만큼 닮을 수 있을까. 

최아름 더스쿠프 기자
eggpuma@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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