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뜩이는 통찰, 자영업자를 위한 등불

 

2013년이 밝았음에도 경기침체와 저성장이라는 암울함은 여전하다. 고용불안이 특히 심각하다. 생계를 위해 창업전선에 뛰어들 수밖에 없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우리나라 자영업 종사자는 지난해 8월 현재 580만명 정도로 전체 근로자의 24%를 차지한다. 만만치 않은 숫자다.

일정 규모 이상의 기업은 정부정책의 수혜를 받을 수 있다. 그러나 영세 자영업자를 위한 정부지원은 미미하다. 실업급여·고용안전·직업능력개발 등 공공서비스 지원도 자영업자에게는 사각지대다.

이런 시점에 출간된 「2013 자영업 대예측」은 공공기관이 해야 할 정책지원을 대신하고 있다. 자영업에 뜻을 둔 사람들이 가장 막막해하는 ‘상권분석’을 쉽고 재미있게 풀었다. ‘진짜 역세권은 따로 있다’ ‘유동인구에 속지 마라’ ‘장수하는 업종을 찾아라’ ‘얼마나 파느냐가 아니라 얼마나 남기느냐’ 등 소제목만 봐도 창업컨설팅 분야에서 오랜 경륜과 경험을 쌓은 저자의 예지를 엿볼 수 있다.

저자 이형석은 대한민국 창업컨설턴트 1호로 불린다. 그는 대한민국이 ‘패자부활이 가능한 나라’ ‘성공할 자유가 있는 나라’가 되는 데 일조하겠다는 마음으로 이 책을 썼다고 한다.

이 책은 단순히 어떤 업종이 좋다 나쁘다만 열거하지 않는다. 업종별 평균매출·순위·지역적특색·인구구성을 페이지마다 보기 쉽게 배치해 이해를 돕고 있다. 우리가 일상에서 흔히 접하는 커피전문점·제과점·노래방을 비롯한 41개 업종도 꼼꼼히 다루고 있다. 당장 창업을 준비하고 있지 않더라도 소매업이나 상권에 관심이 있는 이들에겐 훌륭한 교양서적이 될 듯하다.

 


41개 업종 중 저자가 제시하는 창업비밀을 몇 개만 살펴보자. 아이스크림 전문점은 무더울 때 잘 팔릴 것 같지만 너무 더우면 매출액이 떨어진다. 섭씨 18도부터 매상이 오르고 27도에서 급증하다가 31도를 넘으면 다시 떨어진다. 화장품 전문점은 비싼 임대료를 내고 광역상권으로 진출하는 경우가 많은데, 임대료가 저렴한 주거지역을 공략하는 게 안전하다. 포화상태에 이른 미용실은 성수기인 3월·7월·8월을 피해 오픈하는 것이 고객확보에 유리하다. 회는 바닷가에서 잘 팔리지만, 초밥은 도심에서 잘 팔린다.

업력(영업기간)에 대한 고찰도 유용하다. 우리나라 자영업 평균수명은 평균 업력 3.7년(의료업종 제외)으로 길지 않다. 업태별로 보면 소매업이 4.9년, 음식업 3.3년, 서비스업 2.8년 정도다. 참고로 횟집이 5.2년으로 가장 오래 영업을 지속하고, 한식 4.8년, 냉면전문점 4.2년 이 뒤를 이었다. 수명이 가장 짧은 음식료 업종은 커피전문점(1.5년)이다. 창업을 할 때는 반드시 업력을 살펴보라는 게 저자의 주장이다.

전체 가맹점이 평균 몇년 동안 영업을 지속했느냐에 따라 안정성을 판단할 수 있어서다. 이외에 ‘뜨는 상권 판단하는 법’ ‘의외로 영업이익률이 낮은 업종’ 등에 대해서도 저자는 간결한 문체로 설명하고 있다.

대부분의 창업자는 인생을 걸고 모험을 감행한다. 그런 만큼 돌다리도 두드려보고 건너는 자세로 사업에 임해야 한다. 그렇지만 수백·수천 가지 업종을 일일이 경험하고 판단하는 건 불가능하다. 이 책은 작은 돌다리가 돼 줄 듯하다.

북 에디터 한마디

우리나라의 자영업자 비율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국 평균보다 약 2.2배 높다는 통계를 접한 적이 있다. 경제인구 중 자영업자 비중이 높은 건 바람직한 현상이 아니다. 대부분 ‘영세함’이라는 굴레를 벗어나기 힘들어서다. 하지만 중요한 사실이 있다. 현실을 받아들이고 개선책을 찾는 자가 승리한다는 것이다. 여건 상 자영업을 해서 먹고살아야 하는 환경 뿐이라면 받아들이자. 단 제대로 준비해야 한다. 이 책은 중요한 준비물 중 하나다.



 
「미안하다고 하는데 왜 화를 내는 걸까」
로널드T·포터-에프론 저 | 다연북
이 책은 극심한 분노를 경험한 사람이나 그들을 치료하는 정신건강 전문의에게 꼭 필요한 정보를 담고 있다. 저자는 ‘화’의 이유를 인간관계적·행태적 원인을 명료하게 구분해 설명한다. 우리가 겪는 여러 분노의 형태에 대해 올바른 지적과 조언을 해준다. 격앙된 감정을 잘 다루기 위한 저자의 충고는 분노와 관련된 문제를 잘 이해하고 대처할 수 있도록 도움을 줄 것이다.


 
「처음 만나는 우리 인문학」
김경윤 저 | 아포리아
인문학을 하기 위해서는 모든 활동의 주체인 ‘나’를 먼저 이해해야 한다. 그런데 많은 사람은 좋고 유명하다는 서양철학을 공부하는 것으로 인문학을 시작한다. 그렇다면 우리가 먼저 찾고 꼭 알아야 할 ‘우리 인문학’은 없는 것일까. 여기에 해답이 있다. 이 책은 ‘우리’에 속한 ‘나’를 이해하고, 인문학적 토대를 진정한 우리의 것으로 쌓는 데 길잡이가 돼 줄 것이다.


 
「철학자의 식탁에서 고기가 사라진 이유」
최훈 저 | 사월의책
이 책은 추상적이고 현실성 없는 탁상 위의 철학을 논하지 않는다. 채식주의, 정확하게 말하면 채식의 윤리적 측면을 다루고 있다. 채식이 올바른 것이라면, 그것을 어떻게 실천할 수 있는지 단계별로 설명하면서 실천적 길잡이를 제시한다. 이런 장점들이 높이 평가된 덕에 ‘2012년 우수저작 및 출판지원사업’ 당선작 중 하나로 이 책이 선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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