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산 1년 만에 20억 달러 늘어
2005년 이후 M&A 68건 성공
올해 연례서한서 “중국 내수” 주목

김병주 MBK파트너스 회장이 미국 경제매체 포브스가 선정한 ‘2023년 한국 최고 부자 50명’에서 1위를 차지했다. 김병주 회장은 자산 97억 달러로 2위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을 5억달러 차이로 제쳤다. 사모펀드 MBK가 현재 경영권을 보유한 회사들의 전체 자산은 260억 달러에 이른다. 김 회장의 자산 가치는 1년 만에 20억달러 늘어났다. 원화 약세로 한국 최고 부자 50명의 자산 규모는 지난해 1300억 달러에서 18% 감소한 1060억 달러였다.  

김병주 MBK파트너스 회장. [제공=MBK장학재단]
김병주 MBK파트너스 회장. [제공=MBK장학재단]

■ M&A로 성장 발판=김병주 회장은 1963년 경남 진해에서 태어나 미국 하버포드칼리지와 하버드 경영대학원을 졸업했다. 1986년 미국 투자은행 골드만삭스에 입사했고, 1997년엔 투자은행 살로몬스미스바니에서 아시아 지역을 담당했다. 1999년 사모펀드 칼라일그룹으로 자리를 옮겨 아시아본부 대표를 지냈다. 

칼라일은 2000년 JP모건과 함께 한미은행 지분 36.55%를 4889억원에 인수한 후 3년 만에 씨티그룹에 1조1505억원이란 큰 금액으로 팔면서 특혜 논란이 일기도 했다. 김 회장은 2005년 장인인 박태준 전 국무총리 등을 상대로 로비를 벌였던 뒷얘기를 홍콩 금융 전문지 파이낸스아시아와의 인터뷰에서 상세히 밝힌 바 있다. 

김 회장은 2005년 칼라일 출신들과 함께 자신의 영문 이름(마이클 병주 김)을 딴 사모펀드 MBK파트너스를 창업하고, 한미은행 계열사였던 한미캐피탈을 한국씨티은행으로부터 626억원에 인수하는 것으로 투자를 시작했다. MBK는 이후에도 한국‧중국‧일본 등에서 대형 인수‧합병(M&A) 68건을 성공해 국내 최대 사모펀드 운용사로 거듭났다. 2022년 말 현재 7개의 펀드를 운용 중이다. 

■ MBK의 연례서한=김병주 회장은 주요 LP(Limited Partners·유한책임투자자)들에게 매년 연례서한을 보낸다. 지난 3월 10일 2023년 연례서한에서는 여전히 중국을 가장 유망한 투자처로 꼽았다.

김 회장은 “미국과 중국이 무역전쟁을 벌이고 있어 중국은 내수로 성장을 주도하는 정책을 쓸 것”이라며 중국 내수시장에 초점을 맞추겠다고 밝혔다. 실제로 MBK는 중국에서 번호판 라이선스가 부족한 것에 착안해 2021년 중국 렌터카 1위 회사인 ‘선저우주처神州租車‧CAR Inc)’를 1조200억원에 인수했다.

일본과 한국의 ‘고령화 국면’에서도 중요한 투자가 있을 것을 예고했다. 그는 “중국, 일본, 한국은 국내총생산(GDP) 순위 2위, 3위, 10위”라며 동북아시아 시장의 질적 성장에 주목했다. 

지난해 3월 2022년 연례서한에서는 “격변의 시대가 기회를 가져온다”며 “불확실성이 높을수록 투자 기회가 있다”고 주장했다. 불확실성의 이유로는 코로나19 이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세계적인 인플레이션, 미국과 중국의 패권 경쟁, 중국 정부의 규제 등을 꼽았다. 특히 2022년 투자 대상으로 기술기업과 내수기업을 유망하게 봤다. 

■ 어디에 투자했나=MBK는 지난해부터 올해 3월까지 굵직한 M&A에 성공했다. 지난해 12월 19일 3차원 구강 스캐너 제조회사 메디트를 2조4600억원에 인수하고, 1월 25일에는 오스템임플란트를 유니슨캐피탈과 함께 사들였다.

두 회사는 오스템임플란트 주식 96.1%를 3조6000억원의 공개매수를 통해 확보했다. 지난 3월 17일에는 스마트폰용 연성동박적층필름(FCCL) 국내 1위 업체인 넥스플렉스를 5300억원에 스카이레이크로부터 인수했다. 

MBK는 지난해 9월 클라우드 관련 회사인 메가존클라우드에 2500억원을 투자해 지분 10.57%를 확보했다. 지난해 1월엔 신발 원단 업계 1위 회사로 아디다스‧나이키 등에 원단을 공급하는 동진‧경진섬유를 8000억원을 들여 인수했다.

같은달 4000억원에 인수한 코리아센터는 온라인몰 구축 플랫폼, 가격비교 사이트 등을 운영하는 인터넷회사다. MBK는 지난해 12월 중국 반도체 설계회사로 현재 파산 절차를 밟고 있는 칭화유니그룹의 대출 채권을 800억원에 매입하고, 일본 자동차 부품회사인 마렐리의 1조7000억원대 채권도 사들였다. 

한정연 더스쿠프 기자
jayhan0903@thescoop.co.kr

 

☞ What is 사모펀드

사모펀드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전까지만 해도 서구권에서는 개인의 사적인 거래로 보는 시각이 강했다. 그래서 펀드 설립, 공시, 조달, 운용 등에서 규제 대부분을 피해갈 수 있었다. 

하지만 2008년 금융위기 이후엔 위기를 증폭시킨 원인 중 하나로 사모펀드가 꼽혔다. 국제증권감독기구(IOSCO)는 사모펀드 영업행위를 규제하는 준칙을 마련할 것을 권고했다.

2010년 7월 미국은 도드-프랭크법을 제정해 사모펀드를 규제하기 시작했다. 도드-프랭크법의 주요 내용은 사모펀드라고 해도 1억5000만 달러 이상의 자산을 운용하면 운용사 등록을 의무적으로 하고, 시스템 리스크 평가 보고서를 매년 제출하도록 강제하는 것이다. 

금융당국은 2019년 ‘DLF(파생결합펀드) 사태’가 터지자 사모펀드 제도 개선에 나섰다.[사진=뉴시스]
금융당국은 2019년 ‘DLF(파생결합펀드) 사태’가 터지자 사모펀드 제도 개선에 나섰다.[사진=뉴시스]

국내에서는 외환위기 이후 해외 사모펀드들이 국내 기업을 인수하는 것에 대응하기 위해서 2004년 경영참여형 사모펀드 제도를 도입해 규제를 시행했다. 2009년엔 전문투자형 사모펀드 제도를 도입해 운용 규제를 푸는 대신 운용사를 규제하는 방식을 택했다.

2015년엔 사모펀드를 경영참여형과 전문투자형으로 이원화했다. 2021년에는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시행령을 개정해 사모펀드를 개인 투자자가 참여하는 일반 사모펀드와 기관들만 출자할 수 있는 기관전용 사모펀드로 이원화하되 투자 범위는 사실상 폐지했다. 

사모펀드의 경우 설정금액의 1~2%를 관리보수로 받고, 예상수익률을 초과하는 초과이익의 10~30%를 성과보수(Carried Interest) 명목으로 받는다. 사모펀드, 벤처캐피털 등이 시행하는 성과보수 규모는 막대하다. 지난해 임지훈 전 카카오 대표는 카카오벤처스와 800억원대 성과보수 지급을 둘러싸고 갈등을 벌인 바 있다. 현재 뉴욕대 경영대학원 교수인 임지훈 전 대표는 최근 장학재단을 설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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