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홀린 맥도날드

버거킹은 굴욕을 맛봤다. 30개가 넘는 매장을 모조리 철수했다. 패스트푸드의 ‘무덤’으로 불리는 프랑스에서다. 웰빙 관념이 투철하고 입맛이 까다롭기로 유명한 프랑스에선 패스트푸드가 둥지를 틀기 어렵다. 그런데 ‘승리의 나팔’을 연방 불어대는 패스트푸드 전문업체가 있다. 맥도날드다. 성공비결은 뭘까.
 

▲ 맥도날드가 철저한 현지화로 프랑스에서 승승장구 하고 있다.
맥도날드의 가장 큰 해외시장은 어느 나라일까. 프랑스다. 이곳에서 ‘맥도’라는 별칭까지 얻은 맥도날드는 프랑스 934개 도시에 1228개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종업원 수는 6만6000명에 달한다. 2011년 맥도날드가 프랑스에서 벌어들인 수익은 56억 달러다. 맥도날드가 프랑스 시장에서 성공을 거두는 이유는 대체 뭘까. 철저하게 프랑스에 특화된 메뉴를 선보였기 때문이다.

매일 150g의 빵을 섭취하는 프랑스인은 바게트빵을 가장 좋아한다. 이를 눈치 챈 맥도날드는 세 버전의 ‘맥바게트’를 출시했고, 폭발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원래는 6주 동안 시범 판매하기로 했는데 반응이 좋아 출시 직후 고정메뉴로 삼았다.

프랑스 현지의 일부 제빵사가 “맥바게트는 프랑스 정통 바게트와 거리가 있다”며 용어사용을 문제삼고 있지만 인기는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영국 런던에서 레스토랑 라 탄테 클레어(La Tante Claire)를 운영 중인 프랑스인 피에르 코프맨은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맥바게트 빵은 프랑스 정통과는 조금 다르지만 길 가다가 배가 고프면 사먹을 것 같다”며 “샐러드 등 재료가 충분하게 들어가 있는 것도 장점”이라고 말했다. 그는 “바게트빵은 뜨거울 때 먹어야 맛이 좋은데 프랑스 현지 베이커리는 아침 일찍 바게트빵을 구워 식을 수 있다”며 맥바게트는 항상 뜨겁게 나와 맛이 일품”이라고 덧붙였다.

 
맥도날드의 염소젖치즈 메뉴도 프랑스만을 위한 샌드위치다. 올 2월 12일(현지시간)에 론칭한 염소젖치즈 샌드위치는 프랑스산 쉐브르 치즈와 라끌레떼 치즈를 넣었다. 프랑스 누리꾼들은 “맥도로 가자” “훌륭하다” “꼭 한번 먹어보고 싶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프랑스 맥도날드에서 아몬드가루ㆍ밀가루로 만든 고급 과자 마카롱뿐만 아니라 패스트리ㆍ케이크를 파는 이유도 같은 맥락이다. 프랑스 맥도날드에서만 볼 수 있는 풍경으로, 디저트를 좋아하는 프랑스인을 겨냥한 메뉴다.

사실 맥도날드의 해외시장 진출전략은 ‘현지화’다. 노르웨이에서는 연어를 넣은 버거, 독일에선 소시지를 패티 대신 넣은 버거, 한국에선 불고기 버거를 출시해 인기를 끌었다. 이런 맥락에서 프랑스에서 성공은 특별하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실제론 그렇지 않다. 프랑스는 패스트푸드 전문점의 ‘무덤’이다. 프랑스인의 입맛이 워낙 까다로운데다 웰빙관념이 뿌리박혀 있기 때문이다. 프랑스 시장에 섣불리 진출했다가 고배를 마신 패스트 전문업체도 수없이 많다. 버거킹은 1997년 39개 매장을 철수하는 굴욕을 맛봤다. 지난해 12월 프랑스 남부 마르세유 프로방스 공항에 점포를 다시 개설했지만 성공여부는 미지수다.

한 배낭여행객은 “프랑스에 있는 맥도날드는 항상 북적거린다”며 “베이커리로 유명한 프랑스의 특성에 맞게 메뉴를 구성한 게 성공의 이유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미선 기자 story@thescoop.co.kr|@itvf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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