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망명한 전 국정원 직원 김기삼씨

국가정보원에 대한 국민의 시선이 곱지 않다. 대선 정국에 개입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국정원이 정작 북한의 3차 핵실험은 사전감지조차 못해서다. 2001년 미국으로 망명한 전직 국정원 직원 김기삼씨에게 국정원의 역할론을 물었다.

▲ 2008년 미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있는 김기삼씨. 그는 DJ의 노벨평화상 수상을 위해 정부 차원에서 공작이 이뤄졌다고 주장했다.

북한의 3차 핵실험은 감지조차 못한 국정원이 여직원을 이용해 대선에 개입했다는 의혹이 짙어지고 있다. 국정원 여직원 김모씨가 지난해 대선을 앞두고 인터넷 사이트 2곳에 민감한 정치·사회 이슈에 관한 글을 올려왔던 사실이 확인돼서다.

총 120개의 글을 올려 대선에 개입한 의혹을 받고 있는 김모씨의 행적은 다른 국정원 내부직원 3명의 제보로 세상에 알려졌다. 하지만 이들 3명은 최근 징계위원회에서 파면조치됐다. 경인방송 아침 시사프로 ‘상쾌한 아침 원기범입니다’는 전 국정원 직원 김기삼씨와의 인터뷰에 성공했다. 그는 DJ정부 시절 정부비리를 추적하다가 사직한 뒤 신변에 위협을 느껴 미국으로 망명했다.

✚ 국정원에 언제 근무했고, 망명은 언제 했나.
“국정원은 1997~2000년 4년간 근무했다. 9년 전인 2003년 12월쯤 망명했다. 미국 정부로부터 망명허가를 받은 건 2011년 12월이다.”

✚ 망명 이유는 무엇인가.
“DJ정부 시절 정권비리를 발견하고 조사를 했다. 이런 저런 이유로 조사를 멈췄고, 사직했다. 사직한 후에도 1년 동안은 나름대로 추적을 계속했다. 그런데 이 사실을 청와대가 알게 됐다. 체포될 위협을 느껴 2001년 11월 미국으로 망명했다.”

✚ 2005년도에 국가정보원의 전신인 국가안전기획부가 특수도청팀인 ‘미림팀’을 운영해 불법 도청을 했다는 사실을 언론에 제보했다. 왜 그랬나.
“16대 대선 직전인 2002년 12월에 한나라당에 국정원 도청자료를 공개한 적이 있다. 그런데 선거 끝나자 여야 정치권은 아무 일 없었다는 듯이 모두 덮었다. 그걸 보고 더 이상 국정원이 정치인이나 언론인을 불법 도청하는 일을 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2년 후 <조선일보>에 제보했던 것이다.”

✚ 국정원 여직원 김모씨의 대선 개입의혹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나.
“국정원 여직원이 선거에 개입할 의도로 댓글을 작성한 것은 아니라고 판단한다. 국정원이 그런 활동을 한 것은 오래전부터다.”

✚ 여직원을 고발한 국정원 직원 3명이 최근 파면됐는데.
“대선 직전 그런 사실을 외부에 알린 것 자체가 정치개입이라고 할 수 있다. 징계를 마땅히 받아야 한다. 파면 정도가 아니라 형사처벌을 해야 한다.”

국정원은 이미 제 기능 상실

✚ 국정원이 역할을 잘 수행하고 있다는 뜻으로 받아들여도 되는가.
“유감스럽게도 그렇지 않다. 국정원은 대수술이 불가피하다. 국가 체제의 수호, 선진국 도약, 조국통일에 국정원이 견인차 역할을 해야 한다. 현재의 국정원은 내부가 분열돼 있고 역량은 턱없이 부족하다.”

✚ 국정원을 어떻게 개혁해야 한다고 보는가.
“해체 수준의 재개편이 있어야 한다. 국정원은 국내 유일의 정보기관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단일 정보기관을 운영하는 건 우리뿐이다. 다른 나라는 국내문제, 해외문제, 과학기술문제를 분리해서 운영하고 있다. 우리도 분야 나눠 별도로 운영해야 한다.”

✚ 국정원의 대선개입 의혹에 대한 국정조사 요구는 어떻게 보나.
“북한의 핵실험을 왜 파악하지 못했는지 따지는 게 중요하지 않겠는가. 이 부분에 대한 국정조사는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절체절명의 정보실패가 있었다.”
이희환 기자 lhh400@itvf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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