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형 토빈세 도입될까

토빈세가 또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그동안 환율문제에 침묵하던 박근혜 대통령이 급격한 환율변동에 정면으로 대응하겠다는 발언을 내놔서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논란만 반복하던 토빈세가 급물살을 탈 수 있을까.

▲ 박근혜 대통령은 당선인 신분이던 2월 20일 환율 변동에 대해 “선제적이고 효과적으로 대응해 나가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박근혜 대통령이 환율문제에 대해 선제적으로 대응하겠다고 밝히면서 그동안 특별한 조치를 취하지 않던 우리나라도 글로벌 환율전쟁에 뛰어들 가능성이 커졌다. 특히 국제사회의 비난과 부작용이 우려돼 도입이 미뤄져 왔던 한국형 토빈세가 급물살을 탈 전망이다.

 

박 대통령은 2월 20일 서울 삼성동 무역협회에서 한국무역협회·한국경영자총연합회 회장단을 만나 “환율안정이 상당히 중요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며 “국내기업들이 손해 보지 않도록 선제적이고 효과적으로 대응해 나가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박 대통령이 공개적으로 환율 문제를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박 대통령이 언급한 ‘선제적이고 효과적인 대응’으로는 채권거래세·외환거래세 등 한국형 토빈세 도입이 유력시되고 있다. 앞서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에서 한국형 토빈세 도입을 검토한 바 있는데다 청와대 경제수석으로 내정된 조원동 조세연구원장도 변형된 형태의 토빈세 도입을 주장해 왔기 때문이다. 김중수 한국은행 총재 역시 경제동향간담회에서 “시장의 변동성을 이용해 투기하는 것은 어떤 형태로든 막아야 한다”며 토빈세 도입을 시사했다.

토빈세는 단기성 투기자본(핫머니)을 규제하기 위해 외환거래에 부과하는 일종의 금융거래세다. 토빈세가 도입되면 우선 외환시장에서 단기 핫머니의 빈번한 유출입이 줄어들어 환율 변동성을 억제할 수 있다. 또 외환거래세를 통한 추가적인 세수를 확보할 수 있다는 부수적 효과가 있다.

사실 정부는 박 당선인의 발언이 있기 일주일 전까지만 해도 토빈세에 부정적이었다. 국제적인 합의 없이 단독으로 실시할 경우 외국인 자금의 급격한 이탈이 발생할 수 있는데다 자본자유화에 역행한다는 국제사회의 비난에 직면할 수 있어서다.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은 2월 14일 국회 대정부질문에 출석해 토빈세 도입에 대한 정부입장을 묻는 질문에 “주요 국가들이 합의해 도입해야 할 사안으로 우리만 서둘러 도입하면 득보다 실이 클 수 있다”며 부정적 견해를 밝힌바 있다.

이 같은 토빈세의 부작용에 대한 우려에도 정부가 입장을 급선회한 것은 일본의 양적완화 정책 이후 환차익을 노린 핫머니의 유출입이 더욱 심각해졌기 때문이다. 지난달 말에는 원·달러 환율이 하루에 19원이나 폭등한 뒤 다음날 11원이 폭락하는 롤러코스터 장세를 연출하기도 했다.

국제적으로 급격한 자본 유출입에 대한 규제 강화를 용인하는 분위기가 형성된 점도 정부의 입장 변경에 영향을 미쳤다. 2월 15~16일 열린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 회의에서는 공동선언문에서 “자본 흐름의 과도한 변동성과 환율의 무질서한 움직임은 경제와 금융안정에 부정적 영향을 유발한다”고 밝혔다. 또 유럽연합(EU) 회원국 중 11개국은 최근 내년 1월부터 토빈세를 도입한다고 밝힌 바 있다.
심하용 기자 stone@thescoop.co.kr | @stonescoo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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