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창희의 다이어트 EXIT

공원이나 산책로에 간혹 보이는 도립기에 거꾸로 매달려 보자 머리로 피가 쏠린 탓에 혈압이 상승하고 척추가 이완되지만 오장육부는 쏟아져 내리지 않는다. 인체의 절묘함은 신비로움 그 자체다. 장기 사이를 막아주는 장간막에 의해 우리의 장기는 굳건히 제자리를 고수한다.

조물주가 인간을 만들었다면 아뿔싸 할 일이 여기에 있다. 장간막에 기름이 달라붙어 복부비만을 초래할 정도로 세상에 음식이 넘칠 것을 예상 못했기 때문이다. 최선을 다해 많이 먹고 움직임을 최대한 자제한 결과다. 소식다동小食多動을 부르짖지만 보란 듯이 우리는 다식소동多食小動의 생활을 즐긴다.

▲ 술·담배를 끊고 운동을 하겠다는 결심을 한번에 하지 마라. 동시다발적인 결심의 성공확률은 제로다.
우리 몸의 장기를 구분해 주는 장간막에 중성지방이 얽히고설켜 붙어 있는 것이 바로 똥배다. 육식을 하면 지방과 아미노산의 대사를 위해 담즙이 그 위에 뿌려진다. 이때 간은 복잡한 과정을 통해 지방대사를 조절하고 넘치는 지방을 담즙을 통해 배출해낸다. 이렇게 담즙 형태로 만들어진 지방은 소장에 도착하고, 장운동을 통해 몸 밖으로 배출된다. 그러나 비타민과 섬유질 등 필수 영양소가 부족하고 장의 해독기능이 저하돼 있다면 어떨까. 장에 운반된 지방과 독성물질은 다시 순환돼 장으로 되돌아온다. 이것이 바로 장-간 순환이다.

이 과정에서 간에 가장 가까운 장간막과 내장의 속과 표면에 지방이 침착된다. 이것이 바로 내장비만이다. 지방간 등으로 간의 기능이 저하되면 가장 중요한 지방연소기관인 간이 제 역할을 못한다. 간은 지방을 태우라고 있는 것이지 지방의 저장고가 아니다.

술을 끊고 저지방 식이를 해서 간 속의 기름을 빼내지 않으면 뱃살을 제거할 수 없다. 술과 기름진 음식을 즐기던 식습관의 개선 없이 운동으로 비만을 해소하겠다는 생각은 수도를 잠그지 않고 바닥에 흐르는 물을 걸레로 닦아 내는 행위와 같다. 간에서 지방이 제거된다면 뱃살은 저절로 빠질 것이다.

여기서 필자가 독자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것이 있다. 술•담배를 끊고 채식을 하며 운동을 하겠다는 결심을 한꺼번에 하지 말라는 것이다. 동시다발적인 결심의 성공확률은 제로다. 술을 끊었다면 차라리 고기를 실컷 먹어 술의 공백을 메우거나 안하던 운동을 시작했다면 당분간 골초가 되라는 것이다. 하나를 내주고 하나를 취하라. 우리의 습관은 세월에 기인한 것이다. 이런 것들을 한번에 내려놓겠다는 계획이 우리의 각오를 무너뜨린다.

 
술과 업무에 혹사한 간의 기능이 회복돼 지방대사를 충분히 조절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 우리의 1차 목표다. 술을 끊게 되면 맹수처럼 육식을 하던 식습관 또한 변화가 온다. 이 시점에서 독자들의 불만이 터져 나올 것이다. ‘이것저것 다 끊으면 무얼 먹고 살란 말인가’라고 말이다. 그러나 먹을 것이 없는 것이 아니다. 먹고 싶지 않은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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