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물단지 브릭스 펀드

▲ 브릭스 펀드는 경기에 민감한 업종이 대부분이다. 때문에 금융주를 제와하면 상승세를 기대하기 어렵다.
연초에 경기회복 기대를 타고 주요 선진국의 주가가 전반적으로 올랐다. 브릭스(Brics) 펀드도 예외는 아니다. 3개월 동안 10% 이상 상승했다. 하지만 브릭스 펀드 투자자는 여전히 고민스럽다. 고점 대비 수익률이 -20%에 달하기 때문이다. 계속 보유해야 할까, 갈아타야 할까. 전문가들은 중국펀드를 노리라고 조언한다.

골드만삭스 자산운용 회장이던 짐 오닐은 2001년 보고서에서 “인구가 많고 경제규모가 큰 브라질•러시아•인도•중국이 향후 세계경제를 이끌어갈 것”이라고 언급했다. 브릭스(BRICs)라는 단어는 이렇게 만들어졌다. 이 네 나라는 실제로 2008년까지 무서울 정도로 성장했다. 하지만 이들 브릭스의 상장지수 펀드 수익률은 2008년 이후 지속적으로 하락해 고점 대비 -20% 정도(iShares MSCI Brics 기준)에 머무르고 있다. 다른 국가들은 금융위기 이전의 고점 수준을 회복하거나 더 높이 상승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는데 브릭스 국가들만 유독 회복하지 못하는 이유는 뭘까.

 
이들 국가 주식시장의 업종별 분포를 살펴보면 해답을 찾을 수 있다. 브릭스 국가 전체 시가총액을 기준으로 업종별 비중은 금융 31%, 에너지 22%, 원자재 10%다. 3개 업종이 무려 60% 이상의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국가별로 보면 편중이 더욱 심하다. 그나마 인도는 업종 분포가 고른 편이지만 러시아는 시가총액의 50%를 에너지 업종이 차지하고 있다. 중국(홍콩)은 금융주가 60%, 브라질은 원자재 업종이 20% 이상이다. 간단히 설명해서 경기에 민감한 업종의 비중이 높기 때문에 경기가 침체하면 주가는 빨리 떨어지고 경기가 회복되기 전엔 떨어진 주가가 상승하기 힘든 구조다.

브릭스 주가의 운명을 결정지을 세 업종을 중심으로 살펴봤을 때 전망은 그다지 밝지 않다. 금융주는 그나마 긍정적이다. 중국(홍콩)을 제외한 세 국가의 금융주는 이미 과거 고점 수준을 회복했고, 회복이 느린 중국(홍콩) 금융주도 지난해 12월을 기점으로 가파르게 상승했다. 상승여력도 남아 있다.

하지만 에너지와 원자재 업종 전망은 불투명하다. 최근 셰일가스 개발 열풍으로 천연가스 가격이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다. 전 세계 천연가스 생산량의 20% 이상을 담당하는 러시아의 경우 셰일가스 매장량이 적어 셰일가스가 본격적으로 생산되면 부정적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원자재는 수요 회복이 더디고, 공급 측면에서도 가격 압박 요인이 많다. 런던금속거래소(LME)의 재고 데이터를 보면 비철금속의 재고가 2000년 이후 최고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경기회복으로 인해 수요가 회복된다고 하더라도 공급과잉으로 가격상승이 쉽지 않다는 거다.

 
만약 원금이 회복될 때까지 브릭스 펀드를 보유할 생각을 하고 있다면 보유기간의 기회비용을 생각해 다른 자산으로 갈아타는 것을 권한다. 세계적인 저성장 기조 속에서도 8%대 고성장이 예상되는 중국이 장기적으로 관점에서 브릭스보다 효과적인 투자처다. 특히 중국 본토에서 상장지수펀드(ETF)가 출시됐다는 것도 긍정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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