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진수의 항공우주강국 만들기

한국형 전투기 사업이 예상보다 개발 비용이 더 들고, 국내 기술력이 부족하다고 해도 우리가 주도해 개발해야 한다. 국가 첨단 기술력 향상을 위해서 반드시 투자가 필요하다. 또 한국 공군이 편안하고 저렴한 유지보수 비용으로 사용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줘야 한다.

2013년 1월 28일 국회의원회관 소회의실 출입문 밖에는 자리가 부족해 안으로 들어가지 못한 많은 국내 항공 관련 산•학•연•관•군•언론계 인사들이 발표자와 토론자들의 발언에 귀를 기울이고 있었다. 유승민 국회 국방위원장이 주최한 ‘보라매(KFX) 사업 추진 방안’에 대한 토론회의 모습이다. KFX 사업은 현재 구매협상이 진행되고 있는 ‘차기전투기’ 획득사업과는 별개로 F-4, F-5의 도태를 대체할 수 있는 차세대 한국형 전투기 획득 사업이다.

이명박 정부는 2010년 초 한국형 전투기(KFX), 공격헬기(KAH) 등 군용기와 민항기의 개발을 추진하는 ‘항공산업 발전 기본계획’을 발표했다. 핵심은 항공산업을 전략적으로 육성해 2020년까지 생산규모를 200억 달러(약 21조원)로 확대하겠다는 내용이다. 현재 세계 14위권인 국내 항공산업을 G7 수준으로 올려놓겠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10년 전에 소요 제기된 KFX의 탐색개발 사업이 2년 동안 수행됐고, 올해 개발을 기다리고 있었다.

▲ 한국 공군 제11전투비행단 정비·무장사들이 F-15K 전투기에 공대지 미사일을 장착하고 있다.
하지만 2012년 방위사업청이 한국국방연구원(KIDA)에 타당성 재검토를 의뢰한 결과 ‘기술부족, 경제성 없음’이란 결론이 났다. 국내 주도 국제협력 방식의 개발 사업은 발목을 잡혔고, ‘KFX 토론회’가 열린 것이다. 탐색개발을 주도한 국방과학연구소(ADD)는 6조원 개발비 포함 총 수명 주기비용(항공기를 구입해 퇴역시킬 때까지 들어가는 총 비용)이 약 23조원으로 해외 직구입 대비 5조원을 절약할 수 있다고 추정한다. 또 한국 공군이 원하는 KFX를 개발할 수 있는 국내 기술 수준이 선진국의 90%에 달하기 때문에 개발 사업을 확신하고 있다.

이에 반해 KIDA는 ADD의 예산이 과소 추정됐고, 현재 우리 기술력으로는 ‘개발이 불가능하다’고 주장한다. 예를 들어 미국의 F-16이나 F-18 등 기존 항공기를 들여와 개조•개발하는 것이 ‘싸다’고 말한다. 이렇게 탄생하는 전투기는 결국 원 제작사가 개조•유지보수•개발•수출 등에 관한 모든 권리를 갖는다.

현재 KT-1와 T-50 훈련기를 제외한 우리군의 주력 항공기는 전부 외국에서 도입해서 사용하고 있다. 외국 제품이다 보니 항공기 가동률을 지키기 위한 ‘부품 돌려막기’ 폐해와 최근 도입한 F-15K의 유지보수 비용 상승 등의 부작용이 속출하고 있다. 이는 해외 수입차를 구입해 비싼 수리비와 부품 공급비로 고생을 하고 있는 국내 자동차 구매자들과 같은 맥락이다.

한국이 세계 5위 자동차 대국이 될 수 있었던 것은 ‘포니’가 수출 가능한 ‘한국고유 모델’ 이었기 때문이다. 수출을 위해서도 KFX는 우리 고유 모델로 개발해야 된다. 더구나 전시에는 예기치 않던 부품이 망가져 출격을 못할 수 있는 상황도 발생한다. 국산 부품을 사용하는 ‘우리 전투기’여야 한다.

항공산업은 선진국들이 핵심 기술 이전을 기피하며 초기 투자비용이 과다하기 때문에 규모의 경제가 중요하다. 또 투자회수 기간이 길고 수출 진입 장벽이 높다. 하지만 최첨단 시스템 종합산업으로 우리가 반드시 넘어야 할 산과 같다.

전자•자동차 분야는 자동화된 장치 산업으로 생산 규모 대비 고용창출이 계속 줄어들고 있지만 항공산업은 전수全數 고급 연구 및 생산 인력에 의해 만들어지므로 고용효과가 매우 크다. 따라서 앞으로 현 정부가 추구하는 복지국가의 바탕이 될 산업이다.

 
이런 맥락에서 보면 설사 예상보다 개발 비용이 더 들어가고 현재 우리 기술력이 부족하다고 해도 KFX는 우리가 주도해 개발해야 한다. 공군이 편안하고 저렴한 유지보수 비용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국가 첨단 기술력 향상을 위해서도 반드시 투자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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