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윤대 KB금융그룹 회장의 고난

어윤대 KB금융그룹 회장의 앞길이 불투명하다. KB금융지주의 잇따른 인수합병(M&A) 실패로 경영능력을 의심받고 있어서다. 사외이사와의 갈등도 어윤대 회장의 발목을 잡고 있다. 그의 임기는 3개월 남았다. 금융업계 안팎에선 ‘연임은 물 건너갔다’는 얘기가 나온다.

▲ 최근 발생한 ISS보고서 사태는 어윤대 KB금융그룹 회장을 남감하게 만들었다.

한 남자가 있다. 칠순을 코앞에 둔 노장이다. 그는 비금융권 출신으로 국내 대표 금융사의 수장에 오른 특이한 경력을 가졌다. 어윤대(68) KB금융그룹 회장이다. 그가 흔들린다. 남은 임기 3개월을 채울 수 있을지 의문스러울 정도다. ING생명 한국법인 인수를 둘러싸고 벌어진 사외이사들과의 마찰 때문이다.

KB금융그룹 어윤대호는 출발부터 매끄럽지 않았다. 어윤대 회장이 국가브랜드위원장이던 2010년 7월 제2대 KB금융그룹 회장으로 선임되면서 ‘낙하산 인사’ 라는 구설이 끊이질 않았다. 어 회장은 친MB성향으로 분류된다. 이명박 전 대통령의 고려대 경영학과 직속후배이기도 하다. 이 때문에 인사 당시 ‘민간회사인 KB금융 인사에 청와대가 개입했다’는 소문이 끊이지 않았다.

업무능력은 긍정적 평가 받아 

논란은 거듭됐지만 어 회장은 묵묵히 업무를 수행했다. 비금융인 출신으로 과감하게 구조조정을 단행해 금융계 안팎에 신선한 바람을 일으켰다는 긍정적인 평가도 나왔다. 그러나 그의 투박하고 거침없는 경영스타일은 늘 논란의 중심에 섰다.

아킬레스건은 대형 인수합병(M&A)의 잇따른 실패였다. KB금융그룹 회장 내정자 시절부터 어 회장은 우리금융과의 M&A에 관심을 보였다. 취임 이후에는 공격적으로 M&A를 밀어붙였다. 그러나 번번이 정치권의 반대에 부닥쳤다. 결정적인 이유는 MB와의 친분이었다. 우리금융 합병에 성공할 경우 특혜시비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다. 정리해고를 우려한 KB금융 일반직원의 반발도 컸다. 결국 KB금융그룹은 우리금융 인수에 입찰 불참을 선언하고 말았다.

어 회장은 낙심하지 않았다. ‘ING생명 한국법인 인수’라는 또 다른 대형 M&A카드를 준비했다. 취임 후 어 회장은 “KB금융그룹이 성장하려면 비은행분야에서도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고 꾸준히 주장해 왔다. KB국민은행에만 지나치게 사업이 편중돼 있다는 판단을 한 것이다. 그러나 ING생명 한국법인 인수건은 어 회장을 궁지로 몰아넣은 결정타가 되고 말았다.

어 회장은 지난해 1월부터 ING생명 한국법인의 인수를 추진했다. 2012년 9월 KB금융그룹은 ING생명 한국법인 매각작업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하지만 그 이후 인수작업이 더뎌졌다. 높은 ING생명 인수가격과 포화상태에 다다른 생명보험시장에 뛰어들 이유에 대해 사외이사들이 의문을 제기한 탓이었다. 우리금융 인수는 정치권 등 외부의 반대에, ING생명 인수는 내부의 반대에 발목을 잡혔다.

결국 어 회장이 폭발했다. “회사를 위한 충정을 왜 몰라주느냐”며 술잔을 박살냈다. 2012년 11월 중국 베이징北京에서 있었던 사외이사들과의 술자리에서였다. 그 자리에서 어 회장은 ING생명 인수가 지지부진한 상황에 불만을 토로하며 반대파 사외이사와 논쟁을 벌였다. 깨진 술잔 파편에 맞아 일부 임원은 부상을 입은 것으로 전해졌다.

논란이 커지자 금융감독원이 진상파악에 나섰다. 조사결과 술자리에서 어 회장은 사회적 지위에 어울리지 않는 말과 행동을 한 것이 드러났다. 이 때문인지 지난해 12월 KB금융지주는 ING생명 한국법인 인수를 추진하지 않기로 최종 결정했다.

물론 취임 후 어 회장의 행보에 혼란만 있었던 건 아니다. 낙하산 인사라는 꼬리표를 떼기 위해 어 회장은 정치권의 인사 청탁을 원천봉쇄했다. 옥외광고를 전면 중단한 것도 투명경영의 상징이다. 옥외광고는 정치권과의 커넥션이 심한 분야다.

취임 이후 3200여명의 직원을 희망퇴직처리하며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감행한 것도 나름 평가받는 부분이다. 조직의 체질개선을 성공적으로 이뤄냈다는 것이다. 본부조직은 축소했지만 영업점 인력 재배치를 통해 영업력과 경쟁력을 높인 점도 긍정적이다.

그러나 잇따른 M&A 실패와 숱한 구설은 어 회장의 입지를 위축시켰다. 특히 ING생명 한국법인의 M&A 실패는 ‘인수포기’만으로 일단락되지 않았다. 포기선언 3개월 후 더 큰 문제가 터졌다. 3월 11일 모건스탠리 자회사인 ISS(Institutional Shareholder Services)에서 기관투자가들을 대상으로 낸 보고서가 뇌관이었다.

보고서에는 이런 말이 쓰여 있었다. “KB금융의 리더십에 중대한 하자가 있다. ‘정부 측 사외이사’ 이경재•배재욱 이사의 재선임과 김영과씨의 사외이사 선임에 반대할 것을 기관투자가에게 권고한다.”
ISS보고서는 생각보다 영향력이 막강하다. 국내 사정에 어두운 외국인투자자가 ISS보고서 내용을 주로 참고해서다. KB금융의 외국인 주주 비율은 약 66%에 달한다.

사외이사들의 강한 반발은 불 보듯 뻔한 일이었다. 그렇다면 ISS에 KB금융그룹의 내부정보를 흘린 사람은 누구였을까. 정황상 박동창 KB금융그룹 부사장이 수면 위로 떠올랐다. 박 부사장은 보고서가 발행되기 이전인 올 2월 ISS관계자들과 몇차례 접촉을 한 것으로 확인됐다.

 
문제는 박 부사장의 인맥성향이었다. 그는 전략기획부문 강화를 위해 어 회장이 직접 영입한 인사였다. 어 회장의 오른팔이나 다름없는 핵심측근이라는 얘기다. 사외이사들은 어 회장이 ING생명 한국법인 인수무산에 앙심을 품고 박 부사장을 통해 ISS에 접촉했을 것으로 추측했다. 어 회장은 펄쩍 뛰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해당 내용에 대해선 사전에 전혀 알지 못했다”는 것이다. 후속조치도 빨랐다. 보고서 파동이 난 일주일 뒤인 3월 18일, 박 부사장을 해사害社 행위 등을 이유로 해임했다.

어 회장의 호소가 받아들여졌는지 3월 20일 있었던 임시 이사회에서 경영진과 사외이사 간 별다른 충돌은 없었다. 이어 3월 22일 열린 주주총회에서 사외이사 안건은 이경재•배재욱•김영과 이사를 원안 그대로 선임하는 것으로 무리 없이 처리됐다.

대형 M&A실패가 발목

그러나 의혹의 눈초리는 여전하다. 이번엔 KB국민은행 노동조합이 문제를 제기했다. 노조 측은 ‘어윤대 회장은 자신이 ISS사태의 배후조종자임에도 모든 책임을 박동창 부사장에게 뒤집어씌웠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노조 관계자는 “어 회장이 ISS사건을 통해 마지막 ‘발악’을 하고 이후 침묵에 들어간 사이 KB금융의 시간은 계속 멈춰서 있다”며 “시점이 중요할 뿐 퇴진은 기정사실”이라고 강조했다.

어 회장의 임기는 3개월이 남았다. 연초만 해도 연임에 대한 얘기가 종종 흘러나오곤 했다. 그러나 현재

▲ 지난해 11월 중국에서 있었던 술잔파문은 어윤대 회장을 궁지로 몰아 넣었다.

 금융권 안팎에서 어 회장의 업무수행능력에 회의적인 반응이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증권사 연구원은 “어 회장이 어떻게든 남은 임기는 채울 것으로 보이지만, 개입사실이 있건 없건 혼란을 초래한 것에 대해 책임지는 자세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연임에 대해 이 연구원은 “업계에선 사실상 (어 회장의 연임은) 물 건너갔다고 보는 분위기”라고 덧붙였다.

지난해 있었던 어 회장의 술잔 파문 이후 금감원은 KB금융그룹에 대한 종합검사에 들어갔다. 검사 마감일은 3월 22일까지였지만 일주일 더 실시했다. 그만큼 강도가 높았던 것으로 전해진다. 금감원 일반은행검사국 관계자는 “현재 현장검사는 다 마무리된 상태며 통상적인 절차에 따라 조치수위 등을 결정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검사결과에 대해선 “현재 처리절차 과정 중이라 아무것도 답할 수가 없다”고 선을 그었다.
유두진 기자 ydj123@thescoop.co.kr|@allinttt

저작권자 © 더스쿠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