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천리자전거의 ‘샌드위치 위기’

삼천리자전거가 위기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현 경쟁업체 알톤의 도전이 거센데다 미래 경쟁업체 만도 역시 위협적인 존재로 떠오르고 있다. 최근 자전거시장에 뛰어든 대기업 LS네트웍스도 무시하기 어렵다. 삼천리자전거가 국내 자전거 시장의 1위를 지킬 수 있을지에 관심이 쏠리는 이유다.

 
삼천리자전거는 국내 자전거 시장의 강자로 꼽힌다. 현재 국내시장의 40% 가량을 점유하고 있다. 지난해 매출 1089억원, 영업이익 80억원을 기록했다. 회사에서 유독 눈길을 끄는 인물은 김석환 대표다. 그는 기아차 설립자 김철호 회장의 손자다.

1944년으로 거슬러 올라가보자. 김 대표의 조부인 김철호 회장은 자전거 부품기업 ‘경성정공(현 기아차)’을 1944년 설립했다. 이후 자전거•자동차를 개발하며 국내 자동차 산업의 역사를 새롭게 써 나갔다. 1979년에는 기아차에서 자전거 사업부를 분사해 삼천리자전거를 설립했고, 기아차는 자동차 사업을 더욱 강화했다. 하지만 1980년 중후반부터 회사가 계속된 적자를 내기 시작했고, 1998년 현대그룹에 인수됐다. 당시 김 대표는 회사 수출담당 임원으로 근무했다.

이후 김 대표는 삼천리자전거로 자리를 옮겼다. 그는 대표이사직에 오르며 회사 경영을 맡았다. 하지만 1997년 외환위기(IMF) 이후 자전거사업도 하락세를 맞았다. 여기에 해외 저가형 자전거가 국내에 들어오면서 가격 경쟁력을 잃었다. 삼천리자전거는 적자를 내거나 영업이익 한 자릿수를 기록하는 등 내리막길을 걸었다. 그래서 김 대표는 국내 공장을 정리하고, 중국으로 생산기지를 옮겼다. 원가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다. 이후 삼천리자전거는 2000년 후반부터 실적을 개선하기 시작했다.

▲ 지난해 서울바이크쇼에서 한 관람객이 삼천리자전거 부스에 전시된 자전거들을 보고 있다.
하지만 새로운 위기가 또다시 찾아오고 있다. 우선 경쟁업체 알톤스포츠의 추격이 거세지고 있다. 알톤스포츠는 삼천리자전거에 이어 국내 시장 점유율 30%를 차지하고 있는 2위 자전거업체다. 알톤스포츠는 2010년 3위 자전거업체 코렉스 인수 후 꾸준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2010년 매출 426억원에서 지난해에는 659억원을 기록했다.

대기업도 자전거 시장에 뛰어들었다. 2010년 LS네트웍스가 자전거 유통브랜드 ‘바이클로’를 들고 나오며 자전거 판매를 시작했다. 하지만 최근 LS네트웍스의 자전거 유통 사업은 동반성장위원회의 중기적합업종으로 지정되면서 주춤거리고 있다.

김 대표에게 위협적인 또 다른 기업은 만도다. 김 대표는 누구보다 만도에 대해 잘 알고 있다. 자동차 부품업체인 만도는 삼천리자전거와 태생이 같다. 업계에서도 만도가 적극적으로 사업을 펼친다면 어느 정도 성과를 올릴 것으로 보고 있다. 더구나 만도는 기술력을 바탕으로 앞으로 주력 시장으로 여겨지는 전기자전거 사업만을 노리고 있다. 만도는 지난해 말 전기자전거 ‘풋루스’를 선보였다.

국내 전기자전거 시장은 초기 단계다. 무엇보다 가격이 비싸고, 전기자전거에 대한 인식이 아직 부족하다. 자전거가 레저•스포츠용으로 주로 쓰여서다. 이런 이유로 김 대표는 우선 일반 자전거 판매 확대를 강화한다는 방안이다. 그는 대리점과의 상생을 강조한다. 이는 삼천리자전거의 2013년 경영방침이기도 하다. 현재 삼천리자전거는 국내 최대인 1200여개의 대리점을 운영하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재도약을 꾀하겠다는 게 김 대표의 야심찬 포부다. 물론 앞으로 다가올 전기자전거 시대도 준비하고 있다. 삼천리자전거는 지난달 서울모터쇼에서 전기자전거 ‘팬텀’을 첫 공개했다.
박용선 기자 brave11@thescoop.co.kr|@brave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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