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학소 한국해양수산개발원 원장

바다는 미래 인류를 먹여 살릴 자원의 보고다. 바다를 잡지 못하면 세계 패권을 잡을 수 없는 시대다. 자원이라곤 바다밖에 없는 한국에겐 절실한 문제다. 때마침 해양수산부가 부활했다. 반가운 소식이지만 갈 길이 아직 멀다. 김학소(58) 한국해양수산개발원(KMI) 원장을 만나, 해수부의 갈 길과 과제를 물었다.

 
해양수산부가 5년 만에 부활했다. ‘세계 5대 해양수산 강국 도약’이라는 기치 아래서다. 이전 해양수산부가 정책의 보조자 역할이었다면 지금은 선구자를 자처해야 한다. 그만큼 바다의 중요성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특히 해저 광물자원•해양에너지 등 해양 신사업의 경우, 한국은 다른 해양강국에 비해 출발이 늦었다. 신사업의 속도를 내야 하는 만큼 해양수산부의 어깨도 무겁다.

그런데 해수부 출범을 둘러싸고 논란이 일고 있다. 해양수산부를 다시 만들 필요가 무어냐는 이유에서다. 설상가상으로 윤진숙 장관 내정자의 자질까지 의심 받고 있다. 김학소 한국해양수산개발원 원장은 “5년 동안 해양과 수산부가 다른 부처에 얹혀살며 제대로 성장하지 못했다”며 해수부 출범의 당위성을 역설했다. 그는 또 “17년 동안 한국해양수산개발원에서 근무했던 인물이 논란의 중심에 서게 돼 아쉬울 뿐”이라며 말을 아꼈다.

해양수산부가 5년 만에 부활했다. 어떤 의미인가.

“말 그대로 부활, 새로운 시작이다. 과거 해양수산부가 국토해양부와 농림수산식품부로 분리되면서 각 부처의 정책우선순위에서 밀려났다. 국제 해양수산 변화에 따라가지 못했고, 장기적인 계획 마련도 미흡했다.”
▲ 김학소 한국해양수산개발원 원장은 “해양수산부의 부활은 한국의 해양강국 프로젝트의 본격적인 시작을 의미한다”며 “특히 해저 광물자원·해양에너지 등 해양 신사업에 대한 R&D 투자를 늘리는 등 강력한 정책이 추진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구체적으로 말해 달라.

“농림수산식품부(현 농림축산식품부)를 보면 90%가 농림업관련 업무이고, 수산업은 10%였다. 예산 규모를 보면 농림부 전체 예산이 13조원이고, 그중 1조원이 수산이었다. 국토해양부(현 국토 교통부)에 있던 해양부도 마찬가지다. 건설•교통 분야가 우선시됐다. 해양 부분에 대한 발전이 이뤄질 수 없는 구조였다. 해양수산부 부활과 함께 이제는 달라질 것이다.”

해양수산부는 1996년 최초 신설됐고, 이명박 정부에서 흡수•폐지됐다. 과거 해양수산부와 이번에 신설된 해양수산부의 차이점은 무엇인가.

“우선 설립 배경이 다르다. 1996년 해양수산부가 탄생한 배경은 크게 두 가지다. 1994년 세계해양법이 발효됐다. 배타적 경제수역(EEZ)이 선포됐고, 한국 역시 일본•중국과 경계선을 구축해야 했다. 또 1980년부터 1997년 외환위기(IMF) 이전까지 한국경제는 매년 9%대의 성장률을 보였는데, 물동량 역시 덩달아 증가했다. 이를 컨트롤할 수 있는 해운•항만 시설이 필요했고, 김영삼 정부 시절 해양수산부가 탄생했다.”

현재 해양수산부 탄생 배경은 무엇으로 보는가.

“현 단계에서 해양수산부의 기본적인 업무범위는 과거 해양수산부와 크게 다르지 않다. 하지만 정책의 방향은 다소 차이가 있다. 과거 경제 성장을 따라가는 보조적인 역할이었다면 현재는 한국 해양수산업의 세계 시장 진출과 미래 성장동력 육성을 통한 해양강국 달성이라는 초점에 맞춰져 있다.”

해양강국 프로젝트 스타트

이제부터 본격적인 시작이라는 것인가.

“그렇다. 전 세계 항만•해운•수산•해양 신사업에 대해 새로운 그림을 그려야 한다. 해양수산업 중 일부 산업은 성숙기에 돌입했다. 성과가 어느 정도 나오고 있다. 국내 조선업은 세계 1•2위를 다투고 있고, 해운업은 세계 5대 강국으로 성장했다. 하지만 해저 광물자원•해양에너지 등 해양 신사업은 아직 초기 단계다. 미래를 내다보고 우리나라가 다른 나라보다 먼저 선점해야 할 부분이다. 하지만 너무 느리다. 강력한 정책과 지원이 필요하다.”

해양수산부를 다시 만들 필요가 있었냐는 우려도 있다.

 
“담당하는 부처가 있는 것과 다른 부처에 얹혀서 정책과 사업을 펼치는 것은 분명히 차이가 있다. 앞서 말했듯 각 부처에서 해양과 수산업의 비중은 약 10%에 불과했다. 정책 순위에서 항상 뒤로 밀렸는데 무엇을 할 수 있었겠는가.

한국해양수산개발원 출신인 윤진숙 해양수산부 장관 내정자의 자질 논란도 일고 있다.

“윤진숙 장관 내정자는 17년 동안 한국해양수산개발원에서 근무했고, 본부장으로서 리더십을 발휘해 왔다. 청문회가 처음이라 다소 긴장한 듯하다. 여기서 왈가왈부할 문제는 아니라고 본다.”

한국의 해양수산시장 점유율을 5%에서 10%로 끌어올려야 한다는 주장이 많다.

“글로벌 해양수산 시장 규모는 2008년 기준 7조6000억 달러에 이른다. 한국의 점유율은 2%에 불과하다. 하지만 5%까지 성장할 수 있다고 본다. 또 2020년 시장이 14조 달러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한국의 점유율을 10%까지 끌어 올려야 한다.”

해양강국으로 성장하기 위해선 신사업을 우리가 먼저 선점해야 하는데.

“해양 신사업은 우라늄•마그네슘 등 해저에 깔려 있는 자원을 개발하는 심해저 해양광물 개발산업, 해저에서 자라고 있는 해조류를 수거해서 에너지원인 오일을 뽑아내는 해양바이오산업 등이 있다. 앞으로 100년을 내다본 미래 먹거리 사업이다. 현재 신사업은 전 세계적으로 초기 단계다. 한국은 물론 미국•독일•일본•중국 등 해양강국들은 현재 조사 후 개발•수거 분야 실험에 들어갔다. 하지만 해양강국들은 초기 준비가 빠르게 이뤄지고 있다. 특히 R&D 투자 규모를 보면 미국은 한국의 27배, 일본은 6배, 중국은 4배에 달한다. 이런 상태라면 이들보다 뒤처질 수 있다. 국가적인 차원에서 투자를 늘리고, 빠르게 준비해야 한다.”

물류산업은 국내용이라는 꼬리표를 떼어내질 못하고 있다. 특히 국토해양부(현 국토교통부)에서 글로벌 물류 기업 육성 정책을 펼쳤는데, 이에 대한 타당성 조사를 한국해양수산개발원에서 한 것으로 알고 있다.

“국토해양부(현 국토교통부)의 글로벌 물류기업 육성과 관련 타당성 조사를 진행했었다. 글로벌 물류기업 육성정책이었지만 세계시장을 석권할 기업을 육성할 만한 정책은 아니었다.”

국내용 꼬리표 떼고, R&D 강화해야

▲ 해중개입형 산업이 빠르게 성장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국내 R&D 투자는 저조한 수준이다.

어떤 방안이 나와야 했다고 보는가.

“기업들이 해외에서 활동할 수 있도록 글로벌 물류 펀드, 글로벌 물류 전담 기구를 만들어서 지원해야 한다. 특히 글로벌 물류 전담 기구 중 물류 투자분석 센터를 만들어서 해외 진출 후 투자비 회수 시기는 언제고, 네트워크 구축은 어떻게 하고, 효율적인 운영 방법은 무엇인지 등 실질적인 도움을 줘야 한다.”

해양관광산업도 마찬가지로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근본적인 문제부터 짚고넘어가야 한다. 전국 관광에 대한 수요 예측이 불확실하다. 외국인 관광객이 몇명이나 오고, 어디를 가고, 어디에 머무르는지에 대한 정확한 조사와 예측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해양수산부에서 기본적인 데이터를 정확하게 계산하고, 이를 바탕으로 거기에 맞는 마리나•크루즈 터미널 등 해양관광 시설을 개발해야 한다.”

최근 성장하고 있는 해양플랜트 시장도 냉정하게 판단해야 할 것으로 보이는데.

“국내 기업들의 해양플랜트 수주액은 높다. 하지만 수주•제작분야에서만 강점이 있다. 그런데 수주•제작분야의 비중은 해양플랜트 서비스 산업 전체로 보면 30%에 지나지 않는다. 해양플랜드의 실효성을 분석하고 운영하는 분야가 60~70% 비중이다. 이 부분까지 국내기업이 진출해야 한다. 그래야 진정한 해양플랜트 강자로 거듭날 수 있다.”
박용선 기자 brave11@thescoop.co.kr|@brave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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