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원 카페로플라 대표

원두가 굴러다니는 소리가 경쾌하게 들린다. 원두를 직접 볶기 때문인지 진한 커피향기가 코끝을 자극한다. 주인장 맘대로 원두를 고르는 것도 아니다. 소비자가 직접 고른 원두로 커피를 만든다. 대한민국에 딱 하나밖에 없는 ‘특별한’ 커피전문점 ‘카페로플라’ 이야기다.

▲ 김경원 카페 로플라 대표는 취향에 따라 골라 마셔야 커피의 참맛을 느낄 수 있다고 말했다.
“카페라떼 하나 주세요. 케냐 베이스에 브라질 세하도, 과테말라 원두로 블렌딩해서요.” 주문을 하자마자 오른쪽 유리관에서 원두가 ‘또르르’ 떨어지는 소리가 들린다. 유리관에 담긴 원두가 천장에 연결된 관을 타고 커피머신으로 움직이는 소리다.

유리관과 커피머신까지 거리는 대략 5m. 옆에서 지켜보던 손님은 “우와”하며 탄성을 지른다. 원하는 원두를 즉석에서 섞어(블렌딩) 커피를 내리는데 걸리는 시간은 1분이 채 걸리지 않는다.

커피전문점 ‘카페로플라’의 매장 한편에는 기다란 유리관이 22개가 놓여 있다. 11개 유리관에는 과테말라·멕시코·브라질·에티오피아의 생두가 담겨 있다. 나머지 유리관에는 이들 생두를 볶은(로스팅) 원두가 들어 있다. 카페로플라는 손님이 주문을 하면 원두가 유리관을 타고 카운터 옆 커피머신까지 운반되는 별난 시스템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고객의 눈앞에서 로스팅과 블렌딩을 동시에 해주는 최첨단 커피숍이다.

 
김경원(47) 카페로플라 대표는 “대부분의 커피전문점은 다양성과 신선함이 없다”며 “이미 블렌딩한 원두를 사용하기 때문에 소비자로선 먹고 싶은 원두를 선택할 권리가 없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소비자가 직접 선택한 원두를 블렌딩해 제공하고 싶어 최첨단 커피시스템을 만들었다”고 전했다.

치과 기자재 업체에 다니던 김 대표는 3년 전 회사를 관두고 커피시장에 뛰어들기로 결심했다. 누구보다 맛있는 커피를 만들고 싶었다. 일단 콘셉트는 ‘로스터리 카페(직접 로스팅 하는 커피전문점)’로 정했다. 신선한 커피의 관건은 로스팅이라서다. 대부분 로스터리 카페에서는 반열풍식 기계로 사람이 직접 볶는다. 하지만 저마다 후각과 시각이 달라서 똑같은 원두를 로스팅하더라도 맛이 다르기 일쑤다.

김 대표는 근본적인 문제부터 해결하고 싶었다. 그래서 원두별로 최적의 로스팅 온도와 시간을 정해 디지털 방식으로 세팅했다. 기존에는 없는 방식이었기 때문에 쉽지 않았다. 기계개발과 표준값 세팅에만 3년이 걸렸다. 투입된 자금은 10억원에 달한다.

카페로플라의 장점은 또 있다. 저렴한 가격이다. 아메리카노는 3500원, 카페라떼는 4000원이다. 다른 로스터리 카페보다 약 2000원 저렴하다. 김 대표는 “좀 더 많은 소비자에게 (우리) 커피를 맛보게 하기 위해 가격을 저렴하게 책정했다”고 말했다.

반응은 폭발적이다. 이 커피전문점을 찾는 손님은 신선한 원두를 직접 골라 마실 수 있다는 데 감탄을 금치 못한다. 저렴한 가격을 보곤 ‘두번’ 놀란다. 이 때문인지 가맹점 문의도 속출하고 있다. 가맹상담을 위해 김 대표를 찾는 예비창업자가 하루에도 여럿이다. 김 대표는 “조만간 분당 야탑 지역에 대규모 카페로플라 매장이 오픈된다”고 말했다.

카페로플라의 로플라는 ‘로스팅하는 플랜트’를 줄여 만든 말이다. 작지만 강한 ‘카페 로스팅 공장’을 만들겠다는 김 대표의 포부가 들어 있다. 그의 최종 목표는 카페 로플라라는 원두 공장이 전국 각지에 퍼져 나가는 거다.

세상에서 딱 하나뿐인 ‘나만의 커피’를 만들어주는 그의 ‘카페공장’은 오늘도 경쾌하게 돌아간다.
김미선 기자 story@thescoop.co.kr|@story6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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