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콤 사장 잔혹사

코스콤이 ‘사장 잔혹사’에 홍역을 앓고 있다. 이명박 정부 이후 코스콤 사장에 임명된 모든 사장이 ‘낙하산 논란’에 휘말렸기 때문이다. 더구나 이들 사장을 둘러싸고 각종 의혹이 터져 임기를 제대로 마친 이가 없다. 낙하산 인사라는 꼬리표가 붙어 있는 우주하 현 사장 역시 여러 의혹에 시달리고 있다.

▲ 국내 증권전산을 담당하는 코스콤이 내홍에 시달리고 있다. 노사갈등과 낙하산 논란 때문이다.

과거엔 주식을 사고팔려면 번거로운 과정을 거쳐야 했다. 고객이 직접 증권사에 방문해 시세를 확인하고 주문장을 작성해야 거래가 성사됐다. 오래전 일이 아니다. 2000년대 홈트레이딩시스템(HTS)을 통해 컴퓨터 주문이 가능해질 때까지 그랬다. 지금은 스마트폰을 이용해 걸어 다니면서도 주식거래를 할 수 있다.

이런 주식 패러다임 전환의 시작점에 코스콤이 있다. 코스콤은 1977년 ‘한국증권전산’이라는 이름으로 출발했다. 1983년 도입된 증권 온라인시스템의 핵심기술을 개발했다. 이후 코스콤은 ‘세계적 금융IT 솔루션 리더’를 지향하며 국내 굴지의 증권IT전문회사로 성장했다. 코스콤의 발걸음은 해외시장으로도 이어졌다. 1989년 쿠웨이트에 증권거래소 프로젝트를 선보였고, 2004년엔 중국증권시장에 고객원장시스템을 구축했다.

코스콤의 성장사는 이처럼 훌륭하다. 그러나 회사 내부를 들여다보면 얘기가 달라진다. ‘낙하산 인사’가 판을 치고, 이를 반대하는 노동조합과 사측의 갈등으로 바람 잘 날이 없었다. 지금도 그렇다.

때마다 불거지는 낙하산 논란

코스콤 노조은 4월 24일 우주하 코스콤 사장의 퇴진을 요구하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노조 측은 우주하 사장의 ‘불통 리더십’과 ‘법인카드 사용내역’을 지적하며 자진사퇴를 요구한 것이다. 그러나 우 사장은 노조와의 대화를 거부하고 있다.

사장인사를 둘러싼 코스콤의 내홍은 어제 오늘의 얘기가 아니다. 이명박(MB) 정부 출범 직후인 2008년

 

에 혼란은 절정으로 치달았다. 코스콤 직원들은 2008년 한해 동안 3명의 사장을 맞이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 취임 당시 코스콤 사장은 재정경제부(현 기획재정부) 세제실장 출신인 이종규씨였다.

2006년 5월 취임한 이종규 전 사장의 임기는 2009년 5월까지였다. 그러나 코스콤 비정규직 직원과의 갈등이 발목을 잡았다. 2007년 4월 협력업체와 도급계약을 갱신하는 과정에서 코스콤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정규직 전환을 요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그러자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400여일간의 장기 농성에 돌입했다. 이 전 사장과 비정규직 직원들은 대화와 반목을 거듭했고, 협상은 평행선을 그렸다. 결국 이 전 사장은 비정규직 사태의 책임을 지고 2008년 5월 사퇴했다. 임기가 1년 이상 남은 상황이었다.

MB정부는 새 사장 임명을 서둘렀다. 사장의 부재로 코스콤의 증권시스템 개발 업무가 위축돼선 안 된다는 계산에서였다. 2008년 6월 20일 새 사장이 선임됐다. 17대 대선에서 이명박 전 대통령의 자문교수로 활동한 정연태씨였다. 정연태 전 사장은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당시 상임위원으로 근무하기도 했다. 이 때문에 정 전 사장은 내정 당시부터 낙하산 논란이 일었다.

하지만 그의 발목은 잡은 건 의외로 돈문제였다. 취임한 지 며칠 안 돼 개인파산 사실이 드러났다. 정 전 사장은 자신이 대표로 있던 한국멀티넷의 사업부진으로 52억원의 빚을 진 상태였다. 코스콤 사장으로 취임하기 10개월 전인 2007년 8월 개인파산을 선고받고 면책절차가 진행 중이었다. 현행법상 개인파산자는 공공기관에서 근무할 수 없다. 정 전 사장은 선임된 지 11일 만에 자리에서 물러났다.

정 전 사장 사퇴 후 코스콤 사장자리는 3개월여 공석이었다. 2008년 10월에야 코스콤은 김광현씨를 새 수장으로 맞이했는데, 그 역시 이명박 전 대통령의 직속후배인 고대 경영학과 출신이었다. 청와대와의 친분관계도 깊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이런 이유로 김광현 전 사장은 임명 당시 낙하산 인사 논란에 시달렸다.

물론 김 전 사장은 LG CNS 상무, 현대정보기술 본부장 등을 역임한 IT전문가였다. 코스콤 최초의 민간업체 출신 사장으로 기대를 모았다. 취임 이후 김 전 사장은 비정규직 문제해결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등 이전 사장들과는 다른 행보를 보였다. 해외시장 공략에도 적극적으로 나서며 코스콤의 영역확장에 큰 역할을 했다. 2008년 말레이시아거래소의 시스템을 구축한 것이 그 예다.

그러나 느닷없이 터진 금품수수 의혹이 김 전 사장의 발목을 잡았다. 검찰은 김 전 사장이 현대정보기술 공공서비스사업본부장으로 재직하던 2002~2004년 하청업체로부터 금품 1억원을 받은 사실을 포착했다. 김 전 사장은 공사수주 청탁에 따른 금품수수 혐의로 징역 1년에 벌금 1억원을 선고받았다. 그는 법정 구속된 2010년 11월 25일 다음날 ‘조직에 부담을 줄 수 없다’며 코스콤 사장직을 스스로 사퇴했다. [※ 김 전 사장은 2011년 6월 있었던 항소심에서 ‘범죄를 증명할 만한 사실이 없다’는 등의 이유로 무죄처분을 받았다. 현재 3심이 진행 중이다.]

 
김 전 사장 퇴임 후 코스콤은 긴급 임원회의를 개최한 뒤 비상경영체제에 돌입했다. 김 전 사장이 사퇴한 지 2개월 만인 2011년 1월 우주하 코스콤 사장을 새 수장으로 맞았다. 취임 이후 우주하 사장은 전산사고율을 낮추고 해외시장을 개척하는 등 나름대로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였다. 그러나 노조와의 소통부재가 문제를 일으켰다. 코스콤 노조는 “우 사장이 취임 이후 상견례는 물론 노조의 합리적 대화요구에 단 한차례도 응하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낙하산 논란도 예외 없이 불거졌다. 우 사장은 국방부 기획조정실장 출신으로 증권전산업무와는 거리가 먼 인사였다. 코스콤 노조관계자는 “공공기관의 특성상 낙하산 인사가 있을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어느 정도 전문성을 갖춘 인사가 내려와야 하는 것 아니냐”며 “업무와 동떨어진 인물이 자리를 차지하고 조직 갈등을 유발하니까 문제”라고 말했다.

금전적인 문제도 터졌다. 지난해 10월 국정감사에서 김기준•민병두 민주통합당 의원은 우 사장에게 취임 이후 법인카드 사용 내역에 대한 자료를 요구했다. 우 사장은 “민영기업의 법인카드 사용 내역이 노출되면 영업전략이 공개될 위험이 있다”며 거절했다.

의원들은 “코스콤은 민영기업이 아닌 공공기관이기 때문에 법인카드를 공개할 의무가 있다”며 우 사장을 압박했고 결국 카드내역을 공개했다. 그 결과 우 사장이 골프비용 등의 명목으로 350여만원을 과다사용한 사실이 드러났다. 민병두 의원실 관계자는 “과다 골프비용 문제는 코스콤 노조 임원선거 과정 중 한 후보자에 의해 제기된 것”이라며 “문제를 제기한 후보자가 부당해고되면서 국정감사로 이어졌다”고 말했다.

법인카드 과다사용 문제로 홍역

물론 코스콤 내에는 우 사장을 지지하는 부류가 있다. 우 사장 측 인사는 노조 주장에 대해 “왜곡•과장된 측면이 있다”며 “노조가 정치색을 띠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반박했다.
논란이 계속되고 있지만 우 사장은 사퇴할 마음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올 4월초 열린 한국거래소 주최 불스레이스 행사에서 우 사장은 “올해도 열심히 뛰겠다”라는 말로 사장직 유지의 뜻을 밝혔다.
 

그러나 갈등의 불씨는 여전하다. 분위기도 우 사장에게 유리하지 않다. 새 정부 출범 이후 공공기관장 교체 분위기가 일고 있어서다. 금융권 4대천왕 시대가 사실상 막을 내린 것은 이를 잘 보여준다. 코스콤의 잔혹사는 오늘도 계속되고 있다.
유두진 기자 ydj123@thescoop.co.kr|@allintt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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