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일섭 서울과학종합대학원 총장의 ‘한국형경영 3.0’

우리는 한국형경영 2.0 시대에 살고 있다. 삼성•현대차 등 대기업이 주도한 시대다. 창조 보단 모방이 성장동력이었다. 하지만 모방전략은 한계에 부닥쳤다. 창조성이 필요하다. 한국형경영 3.0 시대를 활짝 열어야 한다는 것이다. 김일섭(68) 서울과학종합대학원 총장은 “글로벌 플랫폼 위에 한국인의 DNA를 심어라”고 주문했다.

 
“국내 기업들은 1997년 외환위기(IMF)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으며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했다. 하지만 아직은 부족하다. 진정한 세계 최고가 되기 위해선 글로벌 플랫폼에 한국인 특유의 강점을 결합해 무한대의 성장에너지를 만들어야 한다.”

5월 8일 여의도 63빌딩에서 열린 한국상장회사협의회 CFO포럼에 만난 김일섭 서울과학종합대학원 총장이 말하는 한국기업의 경영전략이다. 그는 이를 ‘한국형경영’이라고 했다. 김일섭 총장은 “1960~1990년을 한국형경영 1.0이라고 한다면 현재는 2.0시대”라며 “이제는 3.0시대를 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총장은 한국형경영 1.0의 성공요인으로 정부의 강력한 경제발전 의지와 수출 지향정책, 그리고 정부가 파트너로 선택한 기업의 활발한 경영을 꼽았다. “국내 기업들은 기술이 부족했다. 그래서 집념과 체력으로 승부를 걸었다. 질보다는 양을 추구하며 24시간 일했다. 하지만 교육수준이 높았고, 기술을 빠르게 습득해서 우리 것으로 만드는 능력이 탁월했다.”

김 총장은 한국형 경영 2.0 시대는 삼성그룹과 현대차그룹이 주도했다고 말했다. 삼성의 ‘스피드 경영’, 현대차의 ‘품질경영’이 2.0 시대의 초석을 놨다는 것이다. 하지만 “2.0 시대엔 창조성을 키우지 못하는 우를 범했다”고 꼬집었다. “원천기술을 만들어내는 창조성을 키우지 못한 건 한계로 지적할 수 있다. 이런 원기술 부재를 파생상품으로 극복한 것은 높게 평가할 만하다.” 2.0 시대의 콘셉트를 창조적 모방으로 요약한 것이다.
▲ 김일섭 총장은 5월 8일 한국상장사협의회 CFO포럼에서 “한국형경영 3.0 시대를 준비해야 할 때가 왔다”고 말했다.

한국인 특성 먼저 이해해야

하지만 창조적 모방만으론 글로벌 경제정글에서 생존하기 힘들다는 게 김 총장의 생각이다. 글로벌 플랫폼 위에 한국인 특유의 DNA를 결합해 새로운 성장동력을 만들어야 한다는 얘기다. 이를 위해선 한국인의 특성을 먼저 이해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우리 민족은 함께 하면 힘이 나고, 열 받으면 무엇이든 할 수 있다. 리더가 솔선수범하면 이해관계를 초월해 믿고 따른다. 흥이 나면 집단적 초능력을 발휘한다. 소유권이 분명하면 기대 이상의 성과를 올린다. 목표를 향해 단기간 전력질주하는데도 능하다. 이런 한국인의 특성에 맞는 경영을 펼쳐야 3.0 시대를 열 수 있다.”

김 총장은 “리더가 한국인의 특성을 이해하는 게 중요하다”며 “그러기 위해선 바꿔야 할 게 많다”고 지적했다. 그는 무엇보다 리더의 솔선수범을 강조했다. 팀원과의 소통도 기본이라고 했다. 목표에는 숫자가 아닌 의미가 담겨야 하고, 3개월 단위로 성과를 관리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직원의 아이디어를 십분 살리되 철저하게 성과관리를 하라는 조언이다. 구성원 모두가 행복하고 신나게 일할 수 있는 조직을 디자인하는 것도 중요하다. 한국형경영 3.0 시대를 준비하는 기업 리더가 들을 만한 얘기다.
박용선 기자 brave11@thescoop.co.kr | @brave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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