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대담] 산학연 대표 3人에게 항공우주의 길을 묻다

시사경제지 더스쿠프가 독자들의 요구로 ‘Again The Scoop’를 주1회 연재합니다. 더스쿠프가 ‘네이버 뉴스스탠드’와 ‘기사검색 시스템’에 진입하기 전 기사들입니다. 세상에 알려지지 않은 특종과 단독도 있고, 읽을만한 ‘거리’도 있습니다. 그 6편 ‘산학연 대표 3인에게 항공우주의 길을 묻다’ 입니다. 나로호 이후 국내 ‘항공우주산업’이 가야할 길을 전문가 3인에게 물었습니다. 김홍경 카이 전 대표, 김승조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원장, 조진수 한양대(기계공학) 교수의 ‘혜안慧眼’을 살펴보시죠.

▲ 조진수 교수, 김승조 원장, 김홍경 전 대표(왼쪽부터)가 한 자리에 모여 ‘항공우주산업의 성장방안’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
한국이 항공우주산업의 ‘돛’을 올린 지 10여년이 흘렀다. 그간 고배도 마셨지만 알찬 열매도 맛봤다. 잇따른 실패를 딛고 일어나 기적 같은 성공을 선사한 ‘나로호’가 한국 항공우주산업의 역사를 상징한다. 항공우주산업의 물꼬는 시원하게 터졌다. 이제 ‘퀀텀 점프(대약진)’를 꾀할 시기다. 우주를 잡아야 세계를 지배할 수 있다.

새해벽두가 열린 지 3일 후. 나로호 발사에 성공했다. 우여곡절 끝에 이뤄낸 알찬 열매. 박수갈채를 받기에 충분했다. 그러나 항공우주강국으로 가는 길은 여전히 멀고도 험하다. 나로호는 우주로 보내는 데 성공했지만 발사체는 아직 ‘Made in Korea’가 없다. 러시아와 공동으로 나로호를 개발한 탓에 한국만의 항공우주 기술력을 쌓았는지도 의문이다.
 
항공우주산업은 한국경제를 이끌어갈 신성장동력임에 틀림없다. 우리의 현주소를 꿰뚫어야 미래성장동력을 제대로 키울 수 있다. 나로호 성공의 ‘공과功過’를 냉정하게 짚는 것도 중요하다. 국내 항공우주산업을 이끌고 있는 산학연 대표 3인을 5월 15일 서울 중림동 한국항공우주산업(KAIㆍ카이) 서울사무소에서 만나 ‘항공우주의 길’을 물었다. 김홍경(69) 카이 전 대표, 김승조(63)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원장, 조진수(57) 한양대(기계공학) 교수가 ‘혜안慧眼’을 답으로 줬다.

 
- 우여곡절 끝에 나호로 발사에 성공했다. 많이 언급됐지만 나로호 발사 성공의 의미를 묻지 않을 수 없다.

김승조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원장(김승조) : “나로호의 핵심기술은 발사체(로켓)다. 나로호 발사를 통해 발사체 설계ㆍ제작ㆍ시험ㆍ조립 등 발사체의 모든 기술을 습득했다. 나로호 이전 우리는 발사체를 단 한번도 쏘지 못했다. 나로호가 한국형 발사체 개발의 디딤돌 역할을 충분히 했다고 본다.”

조진수 한양대 기계공학부 교수(한국항공우주학회 회장•조진수) : “그렇다. 나로호 성공은 한국이 항공우주산업을 본격 시작했음을 의미한다. 아쉬운 점은 물론 있다. 발사체는 러시아산産이다. 이 때문에 발사체를 만들 수 있는 인프라를 제대로 구축하지 못한 측면이 있다. 나로호가 ‘절반의 성공’이라는 평가를 받는 이유다.”

김승조 : “옳은 지적이다. 항공우주강국으로 거듭나기 위해선 기술인력ㆍ발사장ㆍ시험시설ㆍ우주 관련 산업 등 4가지 인프라가 필요하다. 나로호 발사로 기술인력과 발사장 인프라는 확보했다. 남은 인프라인 시험시설과 우주산업 생태계를 어떻게 구축하느냐가 중요하다.”

- 나로호 발사는 성공했지만 기술은 제대로 이전받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승조 : “잘못 알려진 거다. 국내 연구원은 수년 동안 러시아 연구원과 개발작업을 함께했다. 음으로 양으로 많이 배웠을 것이다.”
▲ 한국 항공우주산업의 육성 분위기가 점차 무르익고 있다. 예산이 투입되고, 항공우주계획도 앞당겨졌다.

한국의 항공우주정책은 2002년 수립됐다. DJ정부 말기 시절이다. 당시 정부는 두가지 개발방안을 놓고 고민했다. 하나는 나로호 독자개발, 다른 하나는 러시아와의 발사체 협력이었다. 두 방안 모두 장단점이 뚜렷했다. 독자개발은 한국형 기술력을 쌓을 수 있지만 개발과정이 길다는 단점이 있었다. 발사체 협력방안은 항공우주시대의 개막을 앞당기는데 효과적이지만 기술력을 우리 것으로 만들기 어려웠다. DJ정부는 ‘퀀텀 점프(Quantum jump•발사체 협력)’ 전략을 택했다. 목표를 높게 잡고 무조건 뛰어가는 전략을 택한 거다. 나로호를 러시아와 함께 개발하게 된 이유가 여기에 있다.

- DJ정부가 택한 ‘퀀텀 전략’에 대해선 어떻게 평가하는가. 정부정책 때문에 한국형 기술력을 쌓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게 아닌가.

김홍경 카이 전 대표(김홍경) : “기술확보가 시급했기 때문에 선택한 방법일 뿐이다. 정부정책을 놓고 뒤로 돌아가 가치를 따지는 건 부가가치가 없다. 지금 확보한 기술력을 바탕으로 어떻게 항공우주시대를 여느냐가 더 중요하다.”

 
조진수 : “10여년 전 DJ정부 시절 만든 정책 아닌가. 되돌릴 수 없다. 당시 택한 정책이 어느 정도의 결과물도 만들어 냈다. 긍정적으로 보는 게 옳다. 나로호의 성공을 어떻게 한국형 발사체의 개발로 이을지 고민해야 할 때다.”

- 어찌 됐든 나호로는 박수를 받을 점도, 부족한 점도 있다. 하지만 항공우주산업을 육성한 시점이 늦었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지 않은가.

김홍경 : “그렇다. 정부가 항공우주산업의 육성에 관심을 늦게 가진 건 사실이다. 다른 항공우주 강국을 보면, 정부가 오래 전부터 관심을 갖고 투자했다. 지속성과 투자는 항공우주산업 성장의 필요충분조건이다.”

김승조 : “난 견해가 다르다. 1969년 미국의 아폴로 11호가 달에 착륙했을 때 우리 경제가 어땠나. 광부를 독일에 보내는 등 인력수출을 통해 먹고살지 않았는가. 미국은 항공우주산업을 시작한 지 100여년이 됐다. 한국은 불과 30년이다. 항공우주산업 기술은 하루아침에 발전하지 않는다. 점진적으로 성장한다. 성급하게 생각할 필요가 없다.”

조진수 : “자동차 예를 들어보자. 자동차를 만들 땐 정밀한 기계기술이 필요하다. 지금 한국 자동차 산업이 어떤가. 세계적 수준에 오르지 않았는가. 한국 자동차 산업이 여기까지 성장할 수 있었던 건 엄청난 자금과 시간을 투입했기 때문이다. 로켓(발사체) 기술도 마찬가지다. 뼈를 깎는 노력을 오랫동안 기울여야 알찬 열매를 맺을 수 있다.”

- 출발이 늦었다고 골인지점에 늦게 들어가는 건 아니라는 말로 들린다. 그렇다면 항공우주산업을 육성하기 위해 필요한 전제조건은 뭔가. 아무래도 민관협력시스템이 원활하게 돌아가야 할 듯한데….

김홍경 : “당연하다. 항공우주산업의 R&D (연구개발)는 항우연을 중심으로 진행되고 있다. 여기에 일부 기업과 학계도 참여한다. 이런 민관협력시스템을 통해 ‘Made in Ko rea’ 기술을 쌓아야 한다. 기업 역시 이를 잘 활용할 수 있도록 터전을 닦아놔야 한다.”

 
김승조 : “그렇다. 항공우주산업은 정부 혼자서 육성할 만큼 간단한 영역이 아니다. 기업 스스로 전문적인 지식으로 무장해 항공우주 관련 제품을 만들어야 한다. 항공우주산업 시대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그래서 기업의 생태계일 수 있다. 앞서 언급했듯 발사체 강국은 우주산업 관련 인프라가 잘 구축돼 있다. 우리도 그런 방향으로 나가야 한다.”

김홍경 : “연구기관과 산업체의 협조가 중요하다. 항우연이 끌고 기업이 미는 구조가 돼야 한다. 항공우주산업이 활성화되려면 어차피 ‘상업성’을 갖춰야 한다. 이런 역할을 하는 건 R&D 조직이 아니라 기업이다. R&D 조직은 기술적 협조를 할 수 있을 뿐이다.”

- 다른 항공우주강국의 민간기업은 어떤 역할을 했는가.

김홍경 : “일본의 예를 들어 보겠다. 일본 미쓰비시 중공업은 발사체를 개발ㆍ발사했다. 일본의 우주항공연구개발기구(JAXA)는 적극적으로 지원했다. 이런 시스템이 가능했던 이유는 상호협력에 있다. 발사체 H-2A를 만든 JAXA는 관련 기술력을 미쓰비시에 완전 이관했다. 막대한 R&D는 공공기관인 JAXA에서 하고, 제작이 가능해지자 민간기업에 넘긴 거다. 미쓰비시는 제작을 해서 발사만 하니 R&D 비용을 줄일 수 있었다. 우리가 벤치마킹해야 할 구조다.”

- 우리나라는 어떤가. 기업이 항공우주산업에 참여할 만한 터전이 마련돼 있나.

김승조: “대한항공ㆍ현대중공업ㆍ삼성테크윈 등 150여개 기업이 나로호 개발과정에 참여했다. 특히 대한항공은 나로호 전체 조립을 맡았다. 대한항공을 비롯한 많은 기업이 나로호 개발에 참여하면서 많은 걸 배웠을 거다.”

- 하지만 한국형 발사체 사업엔 대한항공이 참여하지 않는 것으로 알고 있다.

김승조 : “그렇다. 항우연에선 대한항공이 당연히 참여할 것으로 예상했는데, 그렇지 않았다. 이유는 간단하다. 투자한 만큼 수익이 나오지 않기 때문이다. 아쉽다.”

조진수 : “대한항공만의 문제가 아니다. 국내 기업은 미래를 위한 투자를 결정할 때 망설이곤 한다. 단기수익을 올리는 데 급급해 보인다. 이러다 한국경제의 초석이 흔들릴까 우려된다.”

김승조 : “국내 대기업 오너들이 제일 싫어하는 말이 무엇인지 아는가. ‘국방과 민족을 위해 투자하라’다. 항공우주산업은 기업이 꺼리는 영역이다. 투자회수 기간이 워낙 길어서다. 하지만 기업의 역할은 상당히 중요하다. 한 기업이 항공우주 관련 부품을 개발하면 완성품을 제작하는 업체가 부상하게 마련이다. 이런 방식으로 새로운 산업의 생태계가 구축된다.”
 

한국 항공우주산업의 생태계는 아직 불완전하다. 단계로 보면 ‘초기’에 가깝다. 그래서 항우연이 정부에서 예산을 따내는 것도 쉽지 않다. 예산배정 후순위로 밀려 있다는 얘기다. 투자한 만큼 실적을 올려야 하는 기업의 참여 역시 지지부진하다. 이런 상황에서 박근혜 정부가 2025년으로 계획했던 달 탐사를 2020년으로 앞당기겠다고 발표했다. 한국형 발사체도 기존보다 2년 단축된 2019년에 개발완료하기로 했다. 산업 생태계가 구축되지 않은 상태에서 정책을 섣불리 추진하면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 박근혜 정부가 너무 앞서가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 박근혜 정부가 서두르는 인상이 역력하다.

김승조 : “서울대 교수로 재직 중이던 2009년 국가우주중장기계획에 참여했다. 세부실천계획을 짤 때 ‘한국형발사체 계획을 너무 오래 끌면 안 된다’고 말했다. 발사체 개발을 끝낸 해외국가는 우주궤도 정복에 나서고 있는데, 질질 끌면 어떡하느냐는 거였다. 어떤 분야든 연구원 집단은 시간을 질질 끄는 경향이 있다. 그러면서도 예산은 더 늘리려고 한다. 시간을 앞당기고, 예산을 줄이는 게 매니지먼트다. 내가 항우연 원장으로서 해야 할 역할이다. 박근혜 정부가 항공우주계획을 앞당겼지만 기술적 판단에 따른 조치였다. 앞서나가는 게 아니다.”

김홍경 : “시기가 아니라 의지의 문제다. 가령 1960년대 미국이 우주 관련 기술을 모두 가지고 있었는가. 그렇지 않다. 되레 옛 소련에 뒤져 있었다. 케네디 정부 시절 소련이 로켓발사에 성공하니까 부랴부랴 미국이 우주정책을 발표하고 필요한 예산을 집중 투입했다. 결과가 어땠는가. 따라잡지 않았는가. 시기보다 의지가 중요함을 잘 보여주는 사례다.”

 
- 기간을 단축했으면 예산을 더 늘려야 하는 것 아닌가.

김승조 : “한국형 발사체에서 가장 큰 난관은 예산이다. 과거 정부에선 예산을 받는 게 굉장히 어려웠다. 2009•2010년 나로호 발사에 거듭 실패하면서 상황이 좋지 않았던 게 사실이다. 지난해 미래창조과학부(옛 교육과학부)에 ‘R&D 예산이 제대로 배정되지 않으면 한국형발사체를 2021년까지 개발하지 못한다’고 말하니까 돌아오는 답은 이랬다. ‘그때까지 개발 못하면 무슨 문제가 생기는가. 예산 사정에 맞춰서 진행하면 되는 거 아닌가.’ 하지만 새 정부 들어 분위기가 바뀌었다. 이번 추가경정예산에서 R&D 역사상 처음으로 427억원을 받았다. 달 탐사를 2020년까지 완료해야 하기 때문이다.”

- 예산만큼 기술자 양성도 필요한 것 아닌가.

조진수 : “최근 영국의 대학평가기관 QS가 실시한 ‘세계대학평가’에서 카이스트가 기계항공 분야 19위를 차지했다. 그동안 기계항공 분야에선 맥을 못 췄는데, 이제는 이 분야에서 고급 인력이 양성되고 있다는 얘기다. 산학연 삼박자가 맞아떨어질 시기가 오고 있다.”

세 사람의 말을 종합하면 한국 항공우주산업의 육성 분위기는 점차 무르익고 있다. 예산이 투입되고, 항공우주계획이 앞당겨지고 있으며, 고급인력까지 양성되고 있다. 산학연 협력시스템이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문제가 있다. 정작 항공우주산업의 중심 ‘항우연’ 안에서 엇박자가 나고 있다. 한국형 발사체를 연구하는 ‘한국형 발사체 개발사업단(개발사업단)’이 항우연에 소속돼 있지만 사실상 독립적으로 존재하고 있기 때문이다.

▲ 미국 항공우주청(NASA)처럼 국내에도 항공우주산업의 전체 그림을 그릴 수 있는 조직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 개발사업단이 사실상 항우연과 분리ㆍ운영되고 있는 이유는 뭔가.

김승조 : “개발사업단은 항우연 소속의 같은 식구들이다. 하지만 이질적인 부분이 있다. 미래부의 정책적인 관리를 받기 때문이다. 외부기관이 예산을 주고 직접 운영하는 시스템이라는 얘기다. 이런 이유로 연구성과가 나오지 않아도 항우연에선 별다른 간섭을 하기 어렵다. 문제라면 문제다.”

- 항우연이 직접 관리해야 한다는 것인가.

김승조 : “그렇다. 항우연의 인력과 예산이 개발사업단 전체의 40%를 차지하고 있다. 지금처럼 미래부의 감독 아래 있는 건 맞지 않다. 개발사업단의 가장 중요한 임무는 발사체를 상용화하는 것이다. 나로호 발사를 성공했다고 박수갈채를 받고 끝낼 일이 아니라는 거다. 설계개발부터 양산까지 고려해 발사체를 저렴한 가격에 생산할 수 있어야 한다. 이런 맥락에서 개발사업단은 미래부가 아닌 항우연에서 책임지고 가는 게 맞다고 본다.”

항우연만 쪼개져 갈등을 일으키고 있는 건 아니다. 항공우주산업을 컨트롤해야 할 정부기관 역시 사분오열돼 있다. 우주 분야는 미래부, 항공은 산업통상자원부가 관리하고 있다. ‘항공우주’라는 말이 엮여 있듯 우주와 항공은 별도가 아닌 연결된 사업이다. 총괄적으로 관리해야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 미국 항공우주청(NASA)처럼 국내에도 항공우주산업의 전체 그림을 그릴 수 있는 조직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 미국의 항공우주청처럼 컨트롤타워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김승조 : “항공우주 기술이 필요한 정부기관은 상당히 많다. 미래부(우주기술ㆍ산업통상자원부(항공)ㆍ국토부(항공)ㆍ기상청(우주) 등이다. 부서가 많은 것은 나쁘지 않다. 필요하니 많이 만들지 않았겠는가. 문제는 항공우주산업을 총괄할 만한 조직이 없다는 거다. 항공우주사업 규모가 큰 나라라면 분리해 운영하는 게 효과적일 수 있다. 그럼에도 그들은 총괄조직을 갖고 있다. 우리는 볼륨이 작은데도 그런 조직이 없다. 모아서 하는 게 효율적이다.”

김홍경 : “국방부ㆍ미래부ㆍ산업통상자원부에서 각각 항공우주산업을 펼친다고 하자. 효율성이 떨어지지 않겠는가. 사업이 중복될 여지도 많다. 여러 부처가 자기 분야를 명확하게 구분해서 사업을 하는 것은 괜찮다. 하지만 이를 책임지고 조정하는 조직이 필요하다.”

조진수 : “예산뿐만 아니라 기술 부분에서도 겹친다. 항공우주산업 전체를 조정하면서 가능하면 같이 가는 게 좋다. 대표적인 엔지니어와 과학자들을 모아 전체적인 항공우주사업 예산을 심의하고, 앞으로 나아갈 방향을 논의하고 제시해줘야 한다.”

김홍경 : “과거 한국의 항공우주산업 기반이 약했다. 때문에 관할하는 부서에 대한 논의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이제는 다르다. 산업 규모가 점점 커지고 있다. 이에 맞는 정부 조직이 필요한 시기가 왔다.”

- 그럼 항공우주산업 관련 부서 관계자들은 전문성을 갖고 있는가.

조진수 : “해외 정부기관에는 전문가들이 많다. 미국 연방항공청(FAA)은 말할 필요도 없다. 하지만 한국은 미래부•산자부 등 각 정부부처에 있는 항공우주 담당자들은 보직이 자주 바뀐다. 전문가라고 말하기 힘든 사람들도 비일비재하다. 그런데 이런 사람들이 사업을 조정하고 의사결정을 한다. 문제가 크다.”

- 전문성이 없다면 부처간 협조가 이뤄지기 힘들텐데…. 아는 게 있어야 뭉치지 않겠는가.

조진수 : “우리나라의 가장 큰 항공우주정책을 결정하는 곳은 항공우주산업개발정책심의회(항우심)다. 그런데 1년에 한번밖에 열리지 않는다. 마지막으로 열린 지도 1년이 넘었다. 국가의 미래가 달린 항공우주산업을 1년에 딱 한번 결정해 끌고 간다는 것인데, 이해하기 어렵다. 중간에 중요한 사안이 생기면 항우심이 열릴 때까지 담당 공무원이 결정할 수밖에 없다. 말이 안 된다.”

 
우주산업만큼 중요한 부분이 있다. 항공산업이다. 언급했듯 ‘항공우주’를 괜히 엮어놓은 게 아니다. 국내 항공산업을 이끄는 곳은 ‘카이’다. [※ 참고 : 여기서 말하는 항공산업은 항공기 제작부문이다.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등 민간항공사 얘기가 아니다.] 김홍경 전 대표는 2008년 8월부터 5년여간 카이를 이끌었다. 그는 특히 민수기 분야에 힘을 썼다. 2008년 3조원이던 카이의 민수기 수주잔고는 올해 말 8조원으로 늘어났다. 그 결과 세계 항공업계에서 카이를 보는 시각도 달라졌다. 한편에선 ‘일본의 후지, 가와사키 중공업과 자웅을 겨룰 만한 수준까지 올라섰다’고 평가하고 있다.

- 카이가 가파르게 성장하고 있다. 앞으로가 더 기대된다.

김홍경 : “국내 과학기술이 발전했을 뿐만 아니라 기계항공인력도 풍부해졌다. 이제 국내 항공업체가 본격적으로 성장할 시기가 왔다. 여건도 나쁘지 않다. 항공산업을 육성할 수 있는 생태계가 조성돼 있기 때문이다. 이를테면 전자•통신산업 등이다.”

 
- 발달된 전자ㆍ통신산업이 있다는 건 우리에게 큰 장점이다.

김홍경 : “그렇다. 1970년대 말만 해도 인도네시아의 항공산업이 우리를 압도했다. 그러나 지금은 그렇지 않다. 전자ㆍ통신산업을 발판으로 한국 항공산업은 성장을 거듭한 반면 인도네시아는 뒷걸음질을 거듭했다. 전자ㆍ통신 등 항공부문의 성장을 뒷받침해야 하는 산업의 체질이 약했기 때문이다. 카이의 성장속도는 더 빨라질 공산이 크다.”

카이는 항공기를 제작하는 국내 유일의 업체다. 카이가 성장하면 국내 항공기 제작부문의 성장세도 가팔라질 거다. 한국정책금융공사가 지분 26.4%를 보유하고 있는 공기업 카이는 현재 민영화 작업 중이다. 민영화를 통해 자금여력이 풍부해지면 더 큰 성장을 이룰 수 있다. 그런데 이 민영화 작업은 진통을 겪고 있다. 적당한 기업을 찾지 못했기 때문이다.

- 카이의 민영화가 너무 빨리 진행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김홍경 : “삼성테크윈ㆍ현대차ㆍ두산그룹(디아이피ㆍ오딘홀딩스)이 카이의 지분 10%를 각각 보유하고 있다. 그런데 카이는 방산업체이기 때문에 3개 회사가 적극적으로 나서면 정부특혜라는 인식을 줄 수 있다. 그래서 이들 세 기업은 적극적으로 투자에 나서지 않는다. 카이를 책임지고 경영할 수 있는 민간기업을 찾고 있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민영화 작업이 끝나면 정책금융공사의 지분이 15% 정도로 줄겠지만 지원은 계속할 것이다.”

 
조진수 : “카이는 2011년 코스피 상장을 통해 한단계 성장했다. 현재 전략은 민영화를 통해 한단계 도약하겠다는 건데, 개인적으로 반대한다. 카이의 매각시점이 적당하냐고 물으면 “아직은 아니다”고 답할 것이다. 카이는 대규모 R&D비용을 투입해야 성장이 가능하다. 이렇게 할 수 있는 민간기업이 과연 있을까. 졸속으로 민간기업을 찾아주는 것보다는 자생력을 완전히 갖출 때까지 정부가 관리하는 게 좋다.”

한국의 항공우주산업은 ‘변곡점’에 서있다. 지금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성장하느냐’ ‘후퇴하느냐’가 갈릴 게 분명하다. 그래서 정부의 정책방향이 중요할 수밖에 없다.

- 나로호 발사 이후 관심이 줄어들긴 했지만 한국 항공우주산업은 중요한 시기를 맞고 있다. 우리의 과제는 뭘까.

김홍경 : “정부가 중요한 결정을 해야 할 시기라고 생각한다. 국제적인 동향을 보면 항공우주산업의 지형이 바뀌고 있다. 우리에겐 기회다. 어떤 산업이든 영원히 지배할 수 없다. 일본이 지배하던 조선은 한국으로, 다시 중국으로 넘어가고 있지 않은가. 항공우주산업을 신성장동력으로 삼고 집중적으로 육성할 때다.”

김승조 :
“우주산업이 성장하려면 항공산업이 밑바탕에 깔려 있어야 한다. 항공산업을 통해서 볼륨을 먼저 키워야 그 위에 우주산업이 단단한 뿌리를 내릴 수 있을 게다. 항공산업의 육성이 절실한 이유다.”

조진수 : “박근혜 정부의 키워드는 창조경제다. 핵심 내용은 일자리창출, 융합, 정보통신기술(ICT) 세가지다. 전기전자ㆍ통신 등 다양한 산업과 함께 성장할 수 있고, 전문인력이 필요한 항공우주산업과 창조경제는 잘 어울린다. 항공우주산업의 첫발을 뗀 지도 10년이 흘렀다. 이제 본격화할 시기다. 박근혜 정부의 과제다.”
박용선 더스쿠프 기자 brave11@thescoop.co.kr

저작권자 © 더스쿠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