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린룩의 기원

 
완연한 봄이다. 옷차림이 가벼워지고 야외활동이나 나들이를 떠나는 이들도 늘고 있다. 봄철에 의외로 안성맞춤인 옷이 있다. 마린룩이다.

마린룩은 세일러룩(Sailor Look)·네이비룩(Navy Look)으로 불린다. 선원이나 미 해군 복장이라는 뜻이다. 마린룩 하면 제복이 떠오르는 이유다. 마린룩은 19세기 제국주의 시대 유럽에서 민족주의 열풍을 타면서 보편화되기 시작했다. 19세기 중반 세계 최고의 해군전력을 보유하고 있던 영국 해군이 제식군복을 세일러 슈트(Sailor Suit)로 채택하며 처음 알려졌다.

해군 전유물에서 패션아이템으로

해군에 자부심이 많던 영국은 이를 아동복으로, 프랑스는 여성이 입을 수 있도록 제작했고, 유럽 전역에 ‘붐’을 일으켰다. 19세기 말 유럽문화를 왕성하게 받아들이던 일본도 자국의 해군복을 세일러룩으로 채택했다. 20세기 초엔 교복에 채용해 일본교복문화의 새로운 장을 열었다. 이는 마린룩이 전세계에서 인기를 끄는 결정적인 터닝포인트가 됐다.

마린룩은 남성다움을 대표하지만 매니시룩(남성적인 감각을 여성복에 도입한 것)으로 통하기도 한다. 2009년 걸그룹 소녀시대가 타이틀곡 ‘소원을 말해봐’로 활동했을 때 콘셉트가 바로 마린룩이었다. 당시 소녀시대는 해군제복풍의 재킷과 짧은 핫팬츠, 거기에 해군모자와 액세서리까지 갖춘 무대의상으로 마린룩을 재해석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때 소녀시대가 재킷 안에 입었던 것은 스트라이프 티셔츠다. 이 티셔츠는 마린룩의 기본이다. 특히 흰색 티셔츠에 남색의 가로무늬가 배열된 형태를 마린스트라이프라고 부른다. 마린룩에 단골처럼 활용된다. 마린스트라이프 티셔츠 하면 120년 전통 프랑스 브랜드 세인트 제임스(Saint James)를 떠올리는 이들이 많다. 프랑스 왕실에서 입기 시작해 유명해진 세인트 제임스의 마린 스트라이프 티셔츠는 고급스러우면서도 깔끔한 디자인이 특징이다. 국내에서는 세인트 제임스 제품은 ‘플랫폼’이라는 편집숍에서 구매할 수 있다.

마린룩의 기본은 스트라이프 티셔츠

 
마린스트라이프 티셔츠의 가장 큰 매력은 청바지·스커트·반바지 등에 두루 어울린다는 거다. 보트슈즈(Boat Shose)·데크슈즈(Deck shoes)와도 매칭이 잘 된다.

선상 위 갑판이나 요트에서 신던 신발인 보트슈즈·데크슈즈는 캐주얼하면서도 포멀한 느낌을 주기 때문에 마린룩을 연출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아이템이다. 남성이든 여성이든 바지를 롤업한 후 발목을 살짝 드러나게 신으면 자연스런 멋을 낼 수 있다. 가죽소재로 만들어 베이지·브라운 컬러 일색이던 이런 유형의 신발들은 최근 들어 다양한 소재에 다양한 컬러로 제작돼 선택폭이 넓어졌다.

마린룩은 시원하면서도 여유로운 인상을 준다. 보는 이에게 리조트나 휴양지에 온 듯한 느낌을 줄 수 있다. 일상에 찌든 것 같은 ‘무채색룩’에서 벗어나 바다가 느껴지는 마린룩에 몸을 맡겨보는 건 어떨까.
이정윤 패션·음악 전문기자 enjoyjay@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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