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주 펀드의 위험요소

▲ 그룹주 펀드의 투자비중을 지나치게 높이면 큰코다칠 수 있다.
그룹주 펀드가 인기를 끌고 있다. 투자 포트폴리오에서 그룹주 펀드의 비중을 높이는 투자자도 늘고 있다. 국내 재벌 계열사를 묶은 펀드인 만큼 안정적인 수익을 올릴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따지고 보면 그룹주 펀드도 테마주의 일종이다. 분산투자 원칙에 어울리지 않는다.

그룹주 펀드는 재벌이 경제를 이끌고 있는 한국에서만 가능한 투자 형태가 아닐까 한다. 그룹주 펀드라는 말에서 알 수 있듯 업종이나 기업의 규모가 아니라 삼성그룹, 현대차그룹, LG그룹처럼 여러 업종을 다루고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또 고유한 브랜드 인지도가 있어서 투자대상으로 적절한 경우에만 가능하다.

그룹주 펀드의 실적은 어땠을까. 1년 전 삼성그룹과 현대차그룹의 그룹주 펀드 수익률(3년)은 50~70% 정도였다. 기대에 부응했다고 평가할 만하다. 하지만 다른 그룹주 펀드 수익률은 기대치를 밑돌았다.

올 5월 현재 그룹주 펀드는 그때와는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설정액 10억원 이상인 LG그룹주 펀드 4개는 최근 1년 동안 15.2% 수익을 내며 국내 주식형 펀드 수익률(1.2%)을 크게 웃돌았다. SK그룹주 펀드는 5.0%의 수익을 냈다. 반면 인기를 끌었던 삼성그룹주 펀드(-2.4%)와 현대차그룹주 펀드(-5.9%)는 같은 기간 손실을 냈다. 삼성그룹주를 이끌었던 삼성전자와 현대차그룹의 주력인 현재차가 고전했기 때문이다. 반면 LG그룹의 계열사 주가는 LG유플러스를 중심으로 상승했다. 몇년만에 수익과 손실이 뒤바뀐 거다.

 
이처럼 미래를 예측하기 어려운 그룹주를 믿고 투자를 해야 할까. 흔히 말하는 분산투자는 시장전체에서 개별기업이 갖는 갖가지 위험요소를 줄이는 방법이다. 다시 말해 상위 20% 정도의 기업들을 선택해 포트폴리오를 구성하는 것도 현실적인 투자대안이라는 얘기다.

그래서 나온 것이 코스피 100, 코스피 200 등의 지수다. 코스피 200에 해당하는 기업 전체를 대상으로 하는 것이 바로 인덱스 펀드다. 하지만 좀 더 높은 수익률을 바랐던 투자자들은 인덱스 펀드 안에서 또 다른 기준을 세워 좋은 기업을 솎아냈다. 이런 가운데 한국에서 나름 인지도가 있는 재벌을 선택하면서 그룹주가 탄생한 거다. 하지만 이런 그룹주는 금융권의 꼼수일 뿐이다. 사실 그룹주 펀드는 테마주 펀드와 다를 게 없다. 업종이 테마일 수도, 지역이 테마일 수도 있다. 환경을 중시하는 클린 기업들, 사회적 책임과 환원을 중시하는 착한기업들도 테마로 묶일 수 있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투자업계가 소비자의 입맛에 맞는 펀드를 만드는 과정에서 생긴 테마주가 분산투자의 원리에는 맞지 않는다는 것이다. 여러 기업이 묶여 있는 펀드에 집중투자하는 격이라서다. 물론 그룹주 펀드가 불필요하다는 것은 아니다. 다만 그룹주라는 특별함에 현혹돼 투자비중을 지나치게 끌어올려선 안 된다. 10%가 적당하고, 20% 이상은 과하다.

 
분산투자의 원칙을 지키지 않은 투자자가 득을 본 경우는 거의 없다. 집중투자를 하면 적정수익을 올리고 빠져나오기 쉽지 않다. 투자에도 역사가 있다. 브릭스(BRICs) 펀드와 인사이트 펀드, 금 펀드의 사례를 잊어선 안 된다. 특정 투자대상이 뜬다고 몰빵했다간 상처만 입게 마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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