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분 자기 PR 성공하려면 …

그동안 학점•자격증•토익 등 이른바 ‘스펙’은 취업에 절대적이었다. 이에 따라 취업준비생들은 전공과는 상관없는 스펙 쌓기에 에너지를 소비했다. 요즘은 취업문화가 바뀌었다. 기업들은 더 이상 과다한 스펙에 점수를 부여하지 않는다. 대신 구직자의 창의성과 열정, 그리고 독자적인 스토리에 관심을 보인다.

▲ 스펙을 따지던 채용문화가 지원자의 스토리를 중시하는 풍토로 바뀌고 있다. 오디션 형식의 채용심사도 활성화됐다.

최성태(27•남•가명) : “저는 서울 ○○대학교에서 경영학을 전공했습니다. 토익점수는 930점이고요. 유통관리사와 컴퓨터관련 MOS 자격증을 취득했습니다. 2011년 캐나다에서 어학연수를 마쳤고….”

이은영(26•여•가명) : “안녕하세요. 저는 와플과 핫도그를 결합한 ‘What Dog’으로 길거리 장사에 나섰다가 실패했습니다. 하지만 실패 경험을 바탕으로 새로운 메뉴를 개발 중이에요. 제가 구상중인 메뉴는….”

두 명의 취업준비생이 있다. 어떤 지원자가 기업의 채용관문을 통과할 수 있을까. 과거엔 스펙을 나열한 전자의 경우가 유리했다. 최근엔 경향이 바뀌고 있다. 스펙보다는 스토리가 중요해짐에 따라 후자가 높은 점수를 받을 확률이 높다.

취업포털 사람인에서 최근 151개 기업 인사담당자를 대상으로 스펙 평가 비중변화를 조사한 결과를 보면 응답자의 38.4%가 ‘스펙의 비중이 낮아지는 추세’라고 답했다. ‘높아지는 추세’라고 답한 응답자는 15.2%에 그쳤다. 스펙 평가비중이 낮아지는 이유로는 ‘인성 등 더 중요한 것들이 있어서’ ‘스펙과 실무 역량이 별 연관 없어서’ ‘고스펙자들의 조직 불만•이탈이 많아서’ 등의 대답이 나왔다.

채용관문에서 스펙 자체를 배제하는 경향도 나타나고 있다. 안전보건공단은 2013년 신규직원 선발 지원서에 스펙을 기입하는 항목을 완전히 없앴다. 안전보건공단 관계자는 “지원서엔 성명•관심업무•희망근무지역 등 기본적인 사항만 입력하도록 했다”며 “기존의 자기소개서를 대신해 지원동기와 문제해결능력 등을 기술하는 ‘직무수행계획서’를 제출하도록 바꿨다”고 설명했다.

현대자동차도 지원서류에 사진란과 부모 주소, 제2외국어 구사능력, 출신고교, 전공 표시란 등을 삭제했다. 대신 얼굴이 가려진 상태에서 모의 면접을 보는 ‘5분 자기 PR’을 실시하고 있다. LG그룹은 대학생 해외탐방 프로그램인 ‘LG 글로벌 챌린저’를 통해 스펙과 상관없이 수상자에 대해 채용기회를 부여한다.

최근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상반기 채용 시즌을 마무리하며 주요 기업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내용을 보면 구직자의 열정과 도전정신, 그리고 전문성•창의성을 중요 요소로 반영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서류•필기시험•면접이라는 기존 채용형식에서 벗어나 오디션을 통해 인재를 선별하는 새로운 방식도 나왔다.

 
SK그룹은 ‘SK 바이킹 챌린지 예선 오디션’이라는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구직자들은 면접관 앞에서 자신의 인생 스토리를 설명하는 오디션 형식을 통해 취업 기회를 잡는다. KT도 올해부터 ‘올레 오디션’이라는 5분 스피치 채용 방식을 도입했다.

이용우 전경련 사회본부장은 “구직자들도 기업이 원하는 인재상이 변하고 있다는 사실을 파악해야 한다”며 “천편일률적인 스펙 쌓기보다 자신만의 장점과 열정을 스토리화 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유두진 기자 ydj123@thescoop.co.kr|@allinttt

저작권자 © 더스쿠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