脫재벌 자제 조현문ㆍ박서원의 비밀

조현문 전 효성 부사장(조석래 효성 회장 차남)과 박서원 빅앤트 인터내셔널 대표(박용만 두산 회장 장남)에겐 기존 재벌 2세와는 다른 점이 있다. 스스로 삶을 살기 위해 재벌이라는 타이틀을 벗어던졌다는 점이다. 그러기 위해 이들은 전문성을 키웠다. 재벌탈을 벗기 위해 ‘전문성’을 입었다는 얘기다.

 
박서원 빅앤트 인터내셔널 대표. 박용만 두산그룹 회장의 장남이다. 두산가家 4세지만 ‘탈脫 재벌’로 통한다. 일반적인 재벌가문 자제와는 다르다는 얘기다. 대부분의 재벌가 자제는 그룹 계열사에 입사해 ‘팀장→본부장→부사장→사장→부회장’을 거친다. 이런 과정은 ‘경영수업’으로 포장된다.

하지만 박 대표의 성장 과정은 달랐다. 경영수업은 단 한번도 받지 않았다. 그룹 계열사에 들어가 본 적도 없다. 박 대표는 대학 재학 당시 디자인에 반해 광고업계에 뛰어들었다. 2005년 미국 뉴욕의 ‘스쿨 오브 비주얼 아트’(SVA)에 입학한 박 대표는 대학 2학년 때인 동기 4~5명과 함께 2006년 광고회사 ‘빅앤트 엔터테인먼트’를 설립했다. 이후 2009년 반전反戰 포스터 ‘뿌린 대로 거두리라’로 한국 최초로 국제 5대 광고제를 석권하며 광고업계에 돌풍을 일으켰다. 박 대표는 광고업계에 유명인사로 이름을 날렸고, 회사는 승승장구했다.

광고회사를 이끌고 있는 다른 재벌 2세를 보자. 업계 1위인 제일기획을 이끌고 있는 이서현 부사장은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차녀다. 이 부사장은 2002년 제일모직 부장, 2005년 상무, 2009년 제일모직 전무와 동시에 제일기획 전무에 올랐다. 재벌 2세의 일반적인 흐름과 다르지 않다. 이 부사장은 패션 전문가로 통하지만 광고와는 거리가 멀다. 추후 그룹의 패션과 함께 광고부문도 이 부사장에게 물려주기 위해 경영수업을 하고 있다는 게 업계의 일반적인 시각이다. 광고 분야에서 박서원 대표와 같은 전문성을 찾기란 힘들다. ‘탈재벌’은 전문성에서 비롯된다는 얘기다.

▲ 스스로 창업한 박서원 대표와 경영수업 중 ‘내 길을 가겠다’며 재벌 타이틀을 벗은 조현문 전 부사장의 공통점은 ‘전문성’이다.
조석래 효성그룹 회장의 차남 조현문 전 효성 부사장도 ‘탈재벌’ 인물로 통한다. 박서원 대표가 회사를 창업하며 시작을 스스로 했다면, 조 전 부사장은 경영수업 중 자신의 길을 과감하게 선택했다. 효성은 조석래 회장의 장남 조현준 사장, 차남 조현문 전 부사장, 삼남 조현상 부사장 세 명이 각각 핵심 사업부문을 맡는 ‘삼형제 경영체제’로 유명하다. 효성 지분도 비슷한 7%대를 삼형제가 각각 보유했다.

그런데 조현문 전 부사장이 올 2월 홀연히 효성 지분(7.18%)을 모두 매각하며 경영에서 손을 뗐다. 그는 부사장직에서 사임하고, 법무법인 현 고문변호사로 들어갔다. 자신의 전문성을 살려 변호사의 길을 선택한 것이다.

조 전 부사장은 미국 하버드대 로스쿨을 졸업했고, 법학 박사와 국제변호사 자격을 갖고 있다. 1999년 효성에 입사하기 전까지 미국 뉴욕에 있는 로펌 ‘크라배스 스와인&무어’에서 2년간 변호사로 일하기도 했다. 조 전 부사장은 기업 경영 노하우를 살려 기업 인수•합병(M&A)과 구조조정, 파이낸싱 등 비즈니스적인 법률문제를 다룰 예정이다.

한국의 재벌 2세가 변하고 있는 것일까, 아니면 조현문 전 부사장과 박서원 대표가 독특한 걸까. 분명한 사실은 낯선 ‘탈재벌’ 흐름이 의미 있는 변화를 수반할 거라는 점이다.
박용선 기자 brave11@thescoop.co.kr|@brave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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