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수대상 전락한 노키아

피처폰 왕국의 몰락이 갈수록 빨라지고 있다. 한때 세계 피처폰 시장을 주물렀던 노키아가 글로벌 IT업체의 인수대상으로 전락했다. 흥미로운 점은 노키아의 인수를 추진하는 곳이 중국 화웨이라는 것이다. 화웨이 회장은 스마트폰 신제품 발표행사 직전 “노키아 인수준비를 마쳤다”고 공개적으로 언급했다.

 
중국 스마트폰 제조사 화웨이가 노키아를 인수할 준비를 마쳤다고 밝혔다. 6월 18일(현지시간) 영국 런던에서 열린 어센드 P6 발표행사장에서 리처드 위余承東 화웨이 컨슈머비즈니스그룹 회장이 영국 런던 노키아 인수 가능성에 대해 “우리는 그런 종류의 인수를 염두에 두고 있다”며 “인수하게 되면 시너지 효과가 있겠지만 노키아의 의지에 따라 달렸다”고 말했다고 파이낸셜 타임스가 보도했다. 그는 기자들에게 “우리는 마음을 열어놓고 있다”는 말까지 덧붙였다. 노키아에 대한 강한 인수 의지를 선보임과 동시에 인수협상의 공을 노키아에 던진 셈이다.

리처드 위 회장의 발언은 의미심장하다. 화웨이 스마트폰 신제품 공개행사 직전에 나와서다. 이날 화웨이는 세계에서 가장 얇은 스마트폰 어센드 P6를 공개했다. 화웨이는 노키아가 인수에 응할 경우 안드로이드폰을 위해 윈도우OS를 버릴 가능성까지 시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화웨이의 발언이 알려지자 스마트폰 업계가 크게 술렁였다. 화웨이는 곧바로 “노키아 인수 계획이 없다”며 입장을 바꿨지만 업계 파장은 계속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적대적 인수합병(M&A)설까지 흘러나오고 있다.
노키아는 화웨이 혹은 다른 제조사와 인수 논의를 진행하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함구했다. 노키아 대변인은 “시장의 추측에 대해 언급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화웨이는 세계 최대 시장인 중국시장을 배경으로 엄청난 성장을 보이고 있다. 삼성전자ㆍ애플에 이어 중국시장 스마트폰 시장점유율 3위다.

사실 노키아는 지난 1년간 끊임없이 M&A에 휩싸였다. 인수자로 거론된 업체만도 다양하다. 인텔ㆍ마이크로소프트(MS)ㆍ레노버가 노키아의 인수 의지를 밝혔지만 모두 성사되지 않았다. 업계는 이번 인수협상이 성공적인 결과를 가져올지에 대해서는 조심스러운 전망을 내놓고 있다. 화웨이가 노키아를 인수하겠다고 발언한 다음날인 6월 19일(현지시간) MS의 노키아 인수협상이 실패로 돌아갔다는 보도가 나와서다.

월스트리트저널은 MS가 경영난에 빠진 노키아와 인수협상을 벌여 구두합의 수준까지 갔다가 결렬됐다고 보도했다. 올 6월 MS가 노키아와 런던에서 진전된 수준의 협상을 벌였지만 끝내 결렬됐다는 것이다. 보도에 따르면 노키아 인수를 원했던 MS가 이 협상을 결렬시켰다. 인수 가격조건과 삼성ㆍ애플에 뒤처진 노키아의 전략이 협상 결렬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노키아와 MS 간의 협상 결렬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스트븐 엘른 노키아 CEO가 MS 출신이라서다. 노키아는 2년 전 스티븐 엘롭이 CEO로 취임하면서 MS의 윈도폰 OS를 자사의 스마트폰전용으로 사용하기도 했다. MS의 인수협상이 그 어떤 대상보다 진전됐을 것이라는 추측이 나오는 이유다.

업계의 관심은 노키아의 선택에 쏠린다. 노키아와 인수협상을 진행했다가 결렬된 것으로 알려진 업체가 많아졌기 때문이다. 이는 노키아가 선택할 수 있는 카드가 많지 않다는 얘기이기도 하다. 미국 MS가 놓친 노키아를 중국 화웨이가 잡을 수 있을지도 업계 초미 관심사다.
김건희 기자 kkh4792@thescoop.co.kr | @kkh47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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