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격적인 유독성 화학물질 실태조사결과

▲ 국내 화학업체 가운데 1건 이상의 취약사항이 발견된 곳이 42%에 달했다.
최근 유독성 화학물질이 연이어 유출됐다. 그때마다 화학업체들은 “유독물질 관리를 철저히 했는데 어쩔 수 없었다”고 해명했다. 인재人災가 아니라 天災였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게 아니었다. 정부가 유독성 화학물질 취급업체의 안전관리실태를 조사한 결과, 10곳 중 4곳 이상이 화학사고에 취약한 것으로 드러났다.

국내 유독성 화학물질 취급업체의 42%가 화학사고에 취약한 것으로 드러났다. 환경부가 고용노동부•국무조정실•산업통상자원부•소방방재청과 함께 전국 유독물 취급사업장 3846곳을 대상으로 실시한 안전관리실태 전수조사 결과에서다. 정부 관계부처•지방자치단체•전문기관이 모두 참가해 전체 화학업체 사업장 실태를 조사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19개 항목(시설노후•배관 연결 불량•폭발방지시설 구비미흡 등)을 조사한 결과, 대상업체 10곳 중 4.2곳에서 1건 이상의 취약사항이 발견됐다. 이들 업체는 시설안전성뿐만 아니라 사고발생 대비태세도 미흡한 것으로 드러났다. 화학공장에서 발생한 유독성 화학물질 사고의 책임이 업체들에게 있다는 것이다. 유독성 화학물질 사고가 발생할 때마다 업체들은 ‘어쩔 수 없는 상황에서 일어난 천재天災’인 것처럼 주장해왔다.

삼성전자는 올 1월 27일 화성사업장에서 발생한 불산 누출로 1명이 죽고 4명이 부상당했을 때 “극소량이 (옷에) 묻을 정도의 (불산)유출이 있었고, 센서도 울리지 않았다”고 발표했다. 3월 14일 여수산업단지 내 대림산업 화학공장에서 폭발이 일어나 6명이 숨지고 11명이 중경상을 입는 사고가 일어났을 때도 해명은 비슷했다. 대림산업 측은 “매년 1개월간 실시하는 정기정비계획에 따라 공장가동을 멈추고 정비를 실시했다”며 “화학물질은 다른 곳으로 모두 옮겼고, 사전 가스점검에도 문제가 없었다”고 해명했다.

 
일부 업체는 “그럴 줄 몰랐다”며 해명하기도 했다. 5월 10일 충남 당진의 현대제철에서 가스 누출로 5명이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을 당시 현대제철 측은 “통상적으로 전로 보수공사 마무리 단계에서 아르곤 가스 주입배관을 연결해왔기 때문에 문제가 발생할 줄 몰랐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번 조사를 통해 화학업체들의 유독성 화학물질 관리상태가 ‘생각만큼 안전하지 않다’는 사실이 밝혀진 셈이다. 위험항목으로 지적을 받은 내용을 보면 더욱 그렇다. 방지턱 설치(19.6%)와 소화기 등 개인보호장구 구비 미흡(16.1%), 주기적 안전점검 불이행(10.7%), 유독물 누출차단 시설 미흡(10.0%) 등이 가장 큰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안전규정 준수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규정을 어길 땐 강력하게 처벌해야 한다는 주장에 힘이 실리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정부는 이번 조사에서 발견된 총 6892건의 지적사항에 대해 일정 기간까지 개선을 완료하도록 명령하고, 하반기에 지시사항 이행여부를 확인할 예정이다. 또 이번 조사를 토대로 6월 ‘화학물질 안전관리 종합대책’을 마련할 계획이다.

하지만 이것만으론 부족하다. 정부가 종합대책을 세워도 수시점검을 하기엔 어려움이 따르기 때문이다. 그런 면에서 원청업체 처벌을 강화하는 내용이 담긴 고용노동부의 ‘중대 화학사고 등 예방대책’은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원청업체를 통해 수시점검은 물론 즉각적인 제재가 가능해서다.
김정덕 기자 juckys@thescoop.co.kr|@juckys3308

저작권자 © 더스쿠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