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순환의 고리에 빠진 유럽

유럽에 또 하나의 ‘악순환의 고리’가 생겼다. 경기침체가 소비위축을 부르자 암시장이 뜨고 범죄조직이 판을 치는 것이다. 특히 사치품이 주로 거래되던 암시장에선 가짜 비행기 엔진까지 팔리고 있다. 유럽에 독毒버섯이 자라고 있다. 

▲ 유럽이 경기침체의 늪에서 빠져나오지 못하면서 암시장과 범죄단체의 규모가 커지고 있다.

유럽에서 암시장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수년째 지속되는 경기침체 탓이다. 흉흉한 분위기를 타고 범죄단체도 몸집을 키우고 있다. 6월 24일(현지시각)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경기침체가 장기화되면서 위축된 유럽의 소비심리를 폭력단체들이 파고들고 있다”며 “이들 범죄조직은 암시장을 통해 불량 저가상품을 대량으로 유통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유럽공동경찰기구 ‘유로폴’에 따르면 유럽의 암시장 규모는 20억 유로(약 3조원)에 달한다. 유럽이 재정위기에 빠지기 전과 비교했을 때 대략 2배 가까이 늘어난 수치다. 유럽내에서 활동하는 조직폭력단체 수도 3600개로 증가했다.

롭 웨인라이트 유로폴 국장은 FT와의 인터뷰에서 “과거엔 명품가방이나 고급주류와 같은 사치품이 암시장의 대부분이었지만 최근에는 의약품에서 생필품에 이르기까지 종류와 규모가 다양해졌다”며 “경기침체로 유럽인의 구매력이 떨어지면서 암시장에서의 거래를 묵인하는 경향까지 생긴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FT에 따르면 암시장에서 압수한 물품 가운데 식료품•의약품을 비롯한 생활 관련 물품비중이 2010년 14.5%에서 2011년 28.6%로 14.1%포인트 증가했다. 최근엔 암시장에 가짜 비행기 엔진까지 등장한 것으로 알려져 충격을 주고 있다.

더 큰 문제는 범죄집단들이 갈수록 전문화•다국적화하고 있다는 점이다. 일반기업체처럼 ‘최대수익•최소위험’을 내세우는 유럽의 조직폭력단체는 국경을 넘나들면서 세勢를 키우고 있다. 범죄단체에 가담한 조직원의 국적은 약 60국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정 국가 안에서 범죄행각을 벌이던 과거 모습과는 대조적이다.

범죄조직 크게 늘어

러시아•우크라이나 등 동유럽권 국가에선 금융기업을 노린 신종 사이버범죄도 늘고 있다. 이들 사이버 범죄조직은 해커•금융전문가 등을 동원해 금융회사 시스템의 취약점을 파고들고 있다. 유로폴은 이를 막기 위해 구글•페이스북•애플 등 글로벌 IT기업과 사이버 범죄방지대책을 강구하고 있다.

 

재정확보를 위해 유럽 각국에서 불고 있는 ‘부가가치세 인상 움직임’도 범죄조직에겐 돈벌이의 기회다. 영국은 세수를 늘리기 위해 2011년 초 부가가치세율을 17.5%에서 20%로 올렸다. 범죄조직은 이를 악용했다. 부가가치세 인상분을 허위로 청구해 세금을 빼돌린 것이다. 유럽에서 부가가치세 사기로 누출되는 세금은 연간 1000억 유로(약 150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처럼 범죄조직이 판을 치는 이유는 경기침체에 있다. 경기침체가 소비위축을 부르자 암시장이 커졌고, 이를 악용하는 범죄조직이 활개를 치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이런 악순환의 고리를 끊기 위해선 무엇보다 유럽경제가 회복돼야 한다고 지적한다. 경기침체, 별별 문제를 다 양산한다.
유두진 기자 ydj123@thescoop.co.kr|@allintt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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