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이 팝스타 앨범 구매한 까닭 …

▲ 12번째 정규앨범으로 돌아온 세계적인 래퍼 제이지(Jay Z).
최근 미국 팝시장에 두 거물의 새 앨범이 등장했다. 흥행수표나 다름없는 뮤지션들이지만 이들은 등장만큼이나 이색적인 마케팅을 펼치고 있어 화제다. 제아무리 유명한 뮤지션이라도 음원을 내놓고 “들어봐 달라”고 하는 시대는 끝났다는 얘기다.

두 뮤지션은 국내에서도 유명한 제이지(Jay-Z)와 카니에 웨스트(Kanye West)다. 이들은 진보적인 음악뿐만 아니라 앨범마케팅에도 탁월한 능력을 발휘한다.

올 6월 18일 발매된 카니에 웨스트 앨범은 나오기 한달 전부터 게릴라 마케팅을 펼쳐 화제를 모았다. 그는 미국 주요 도시 뉴욕·시카고·라스베이거스에서 많은 사람들이 모이는 건물에 빔으로 쏘는 형식으로 그의 앨범을 홍보했다.

프랑스에서는 며칠 전 파리 시내 특정 건물, 특정 시간에 자신의 음악과 영상을 공개하겠다고 알려 팬들의 기대감을 증폭시켰다. 프랑스 팬들 사이에서 알음알음 입소문을 통해 이 사실이 알려졌고 공개 당일 그의 음악을 접하기 위해 모인 수많은 인파로 거리가 들썩였다.

유튜브 채널에선 현장을 찍은 동영상이 실시간으로 알려지며 이슈를 만들기도 했다. 해외에서까지 건물을 통째로 빌리고 야간에 빔을 쏴 앨범을 알리는 식의 파격 행보는 많은 이들의 이목을 끌었다.
 

▲ 카니에 웨스트 이번 6집 앨범은 고객이 직접 만들 수 있게 만들었다.

이뿐만이 아니다. 카니에 웨스트는 앨범 발매가 임박한 일주일 전 매체와의 인터뷰를 통해 이렇게 말했다. “이번 CD는 커버도 없고 속지도 없는 투명 플라스틱 케이스에 오렌지색 스티커만 붙여 발매할 것입니다.” 무슨 이야기일까. 사실 앨범에 속지를 넣지 않겠다는 건 노래 가사와 사진 등 앨범의 주요 정보를 공개하지 않겠다는 의미다. 속이 보이는 케이스에 달랑 CD 하나만 넣어 팔겠다는 이야기 아닌가. 그의 발언에 팬들 사이에서도 불만이 속출했다. 하지만 이는 전략이었다.

CD 말고는 없는 앨범을 받아든 팬들이 직접 아트워크를 통??앨범을 꾸며달라는 거였다. 팬들은 그의 주문에 따라 페인팅 등 다양한 표현기법으로 CD를 꾸미기 시작했다. 이들은 자신의 블로그나 홈페이지에 자신이 꾸민 앨범을 공개하며 앨범 홍보에 나섰다. 팬 중에는 그의 이번 CD를 한번에 4~5장씩 사기도 했다. 다양한 방식으로 앨범을 꾸미기 위해서다. 팬들이 직접 아티스트로 나서게 하는 참여 마케팅으로 효과를 톡톡히 본 셈이다.

팬이 앨범 만드는 것도 마케팅

▲ 삼성은 갤럭시 마케팅을 위해 제이지 앨범을 100만장 선주문 했다(왼쪽).
6번째 정규앨범 이저스(Yeezus)로 돌아온 카니에 웨스트.

아직 발매되지 않은 제이지 CD 판매량은 100만장으로, 이미 1위다. 이는 삼성전자와 제이지의 콜라보레이션이 만들어낸 결과다. 삼성전자가 갤럭시4를 홍보하기 위해 제이지의 앨범을 대량 구매한 것이다. 삼성전자는 제이지의 새로운 음원을 갤럭시S3·갤럭시S4·갤럭시 노트2 이용자 100만명에게 무료 배포한다.
스마트폰 시장점유율 부문에선 애플을 앞질렀지만 음원시장에선 재미를 아직 보지 못하고 있는 삼성전자가 아이튠즈 라디오와 경쟁하기 위해 제이지와 계약을 맺었다는 분석도 나온다. 사실이라면 윈윈(Win-Win) 전략인 셈이다. 제이지는 삼성전자와의 콜라보레이션 마케팅으로 어렵게 않게 앨범 판매 1위를 차지하며 팬들에 한발 가까이 다가설 수 있게 됐다.

음악만 잘하면 되는 시대는 끝났다. 뮤지션이 보여줄 수 있는 예술적 역량은 기본이다. 이제는 비즈니스와 마케팅을 전략적으로 이용해 대중에게 호소해야 하는 시대가 왔다.
이정윤 패션전문기자 enjoyjay@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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