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 사각지대 놓인 전기자전거ㆍT모빌리티

▲ 전기자전거·T모빌리티 등 전동형 교통수단이 법 사각지대에 놓여 있어 이용자들의 안전성 문제가 확산되고 있다.(사진=브이엠 제공)
이명박(MB) 전 대통령은 ‘자전거 천국’을 꿈꿨다. 자신이 주창한 ‘녹색성장’의 일환이었다. 4대강 주변에 자전거 전용도로를 깔았고, 직접 자전거를 타며 홍보했다. 하지만 법과 제도는 그대로 둔 채 껍데기만 바꿨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자전거 관련 혁신제품이 법과 제도에 막혀 빛을 내지 못하고 있어서다. T모빌리티가 대표적 사례다.

인천시 송도의 한 자전거 카페. 그곳에선 전기자전거와 T모빌리티를 대여해준다. 한 벤처기업이 개발한 제품으로, 홍보를 위해 카페를 운영하며 대여하고 있다. 조금 생소한 제품인 T모빌리티는 횡으로 바퀴 두개가 달려 있다. 그 가운데 있는 발판에 올라타 손잡이를 조종한다. 전기동력으로 앞뒤•좌우로 움직인다. 360도 회전도 가능하다.

이런 T모빌리티의 대여수익은 카페수익보다 낫다. 주말이면 제품이 없어서 못 빌려주는 실정이다. 하지만 T모빌리티를 직접 개발한 조범동 브리엠 대표는 “홍보를 위해 대여를 하고 있지만 마음이 무겁다”며 “T모빌리티를 타는 고객의 안전을 담보할 만한 게 없어서다”고 말했다.

제품의 안전성에 문제가 있기 때문이 아니다. T모빌리티의 정체성이 모호해서다. T모빌리티는 자전거도, 원동기도 아니다. 그래서 보험가입이 불가능하다. 전기자전거의 문제와 똑같다. MB정부 시절로 시계추를 돌려보자. 당시 이명박(MB) 대통령은 2011년 10월 남한강 자전거길 개통식에 참석했다. MB는 자전거 제조업체 ‘하이런’이 만든 전기자전거를 타고 자전거 전용도로를 힘차게 달렸다. ‘자전거 타기’를 생활화하자는 의지를 국민에게 전달하려는 의도였다.

 
그러나 이 행동은 불법이었다. 현행 도로교통법상 전기자전거를 타려면 면허를 따야 하고 헬멧을 써야 한다. 자전거도로•인도는 주행하지 못한다. 면허도 없고, 헬멧도 쓰지 않은 상태에서 자전거도로를 달린 MB는 법을 스스로 어긴 셈이었다. 그렇다고 전기자전거가 원동기 취급을 제대로 받고 있는 것도 아니다. 전기자전거는 법상 번호판을 달거나 등록이 필요한 원동기가 아니다. 이 때문에 자전거보험, 오토바이보험이 적용되지 않는다.

미국은 2008년 ‘시속 32㎞미만•750W 이하의 전기자전거는 자전거’라는 규정을 신설했다. 유럽에도 비슷한 규정이 있다. 전기자전거만이 아니다. 미국과 유럽에는 T모빌리티와 유사한 세그웨이 관련법도 있다. 이 때문에 전기자전거나 세그웨이를 타면 자전거보험에 가입할 수 있다. 다행히 2012년 11월 한국 국회에도 관련법이 상정됐다. 강창일 민주당 의원은 “전기자전거의 법률규정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하면서 ‘최대출력 330W 미만•최대전압 48V 이하•최고속도 30㎞/h 이하는 자전거로 분류한다’는 내용의 법안을 제출했다. 하지만 국회 안전행정위에 계류 중인 이 법안은 통과되더라도 ‘반쪽효과’를 내는 데 그칠 공산이 크다. 법안 내용에 따르면 T모빌리티는 전기자전거에 포함되지 않아서다. T모빌리티의 최대출력은 750W로, 법안에서 규정한 330W보다 두배가량 많다.

조범동 대표는 “좋은 아이디어를 제품으로 만들어내면 무엇하나”며 “관련 법규정이 없어 제품이 죽을 수밖에 없으니 말이다”고 푸념을 늘어놨다. 톡톡 튀는 아이디어로 만든 혁신제품이 ‘법의 사각지대’에서 사장되고 있다는 것이다.
김정덕 기자 juckys@thescoop.co.kr|@juckys3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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