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9단 김영호의 Money Trend

일본 요코하마와 독일 함부르크는 다른 듯하지만 닮았다. 항구도시이면서 도시재생사업의 방향성이 비슷해서다. 두 도시의 프로젝트 특징은 개발이 아니다. 부수고 새로 짓지 않는다는 얘기다. 오래된 시설을 새로운 기능의 공간으로 탈바꿈시키되 장소의 역사성을 보존하면서 이야기를 담는 게 목표다.

▲ 세계의 유명 도시에 가면 이야깃거리가 넘친다. 사진은 항공기에서 내려다본 함부르크 하펜시티.
도시 이야기를 하려고 한다. 인터넷과 IT기술의 발달은 전 세계를 하나의 도시로 만들었다. 미래학자들은 도시사람이 교외나 시골로 거주지를 옮길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유는 간단했다. 인터넷만 있으면 어디에 있든 연결이 가능했기 때문이다.

1990년대 후반 영상전화가 등장했다. 업무처리가 한결 수월해지자 재택근무가 일상화될 것이라는 예측이 나왔다. 덩달아 도시구조의 지각변동이 일어날 것이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사람들이 도시를 떠나 집값이 저렴하고 경치가 좋은 시골로 이주할 것으로 전망한 것이다. 글로벌화가 도시를 위축시킬 것이라는 얘기였다.

그런데 아니었다. 여전히 ‘입지立地’는 중요했고, 도시 쏠림 현상은 가속화됐다. 입지가 교통 또는 천연자원의 매장을 말하는 게 아니었기 때문이다. 입지는 뛰어난 인재가 얼마나 있느냐에 따라 결정됐던 것이다. 실리콘밸리에 둥지를 튼 첨단기업을 떠올려 보자. 그곳엔 구글ㆍ야후와 같은 혁신기업이 있다. 특정지역에서 혁신기업이 집중적으로 나온다는 건 지역이 중요하다는 방증이다.

그렇다면 도시로 몰려드는 인재와 자원을 어떻게 활용해야 할까. 해답은 멀리 있지 않다. 세계 유명 도시를 살펴보면 힌트를 얻을 수 있다. 일본 요코하마橫濱와 독일 함부르크가 대표적이다.

요코하마는 디자인 모범도시로 꼽힌다. 이 도시가 공공디자인의 메카로 급부상한 이유는 전통과 현대가 조화를 이뤄서다. 요코하마는 1971년 일본 최초로 시市 산하에 도시디자인 전담팀을 뒀다. 놀라운 사실은 일본 중앙정부가 2004년 도시 디자인 가이드라인을 규정한 ‘경관법’을 제정했다는 점이다. 요코하마는 선지적인 도시였던 셈이다.

2004년 경관법 만든 일본
요코하마에서 37년간 실시된 1000여개의 프로젝트 가운데 ‘미나토미라이21’은 요코하마의 디자인 특징이 집약된 것으로 평가받는다. 이 지역은 현대를 대변하는 ‘중앙지구’와 전통을 상징하는 ‘신항지구’로 구성됐다.

독일 함부르크는 어떨까. 수도 베를린에서 고속열차(ICE)로 1시간30분이면 갈 수 있는 이곳은 독일에서 두번째로 크다. 항구도시이면서 물의 도시다. 함부르크는 오피스 밀집도시라기보다는 문화를 포함한 글로벌 도시로 계획됐다. 도시재생사업 ‘하펜 시티(Hafen City)’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독일은 물론 유럽의 유동인구를 불러 모아 도시인구를 늘렸고, 유럽의 중심이 되는 걸 목표로 삼았다. 사람이 살아가는 데 필요한 것을 완벽하게 재생하겠다는 의지로 도시를 만든 것이다. 2000년부터 시작한 이 사업은 2025년까지 추진된다.

일본 요코하마와 독일 함부르크는 다른 듯하지만 닮았다. 항구도시이면서 도시재생사업의 방향성이 비슷해서다. 두 도시의 프로젝트 특징은 개발이 아니다. 부수고 새로 짓지 않는다는 얘기다. 오래된 시설을 새로운 기능의 공간으로 탈바꿈시키되 장소의 역사성을 보존하면서 이야기를 담는 게 목표다. 도시를 디자인하는 것은 경이로운 일이다. 기획된 도시가 사람과 살아가면서 생명체로 거듭나서다. 도시 디자인을 근사한 건물로 생각하거나 스타일 연출로 여겨서는 안 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런 맥락에서 우리나라의 대표도시인 서울과 부산이 국제적인 도시로 거듭나려면 주의해야 할 게 있다. 공공부문에 대한 소비자 트렌드 조사다. 이 조사는 대학이나 연구소에 할당되는 정책 용역 수준으로 진행해선 안 된다. 공급자 위주에서 벗어나 현장의 소리를 담아야 한다. 그래야 문제점을 찾고 대안마련이 가능하다. 애정 어린 연구와 고민이 없는 도시 설계ㆍ기획은 시민들이 겪는 불편이 될 수 있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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