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po | 경전철 타보니…

최근 서울시가 경전철 사업을 재추진할 움직임을 보이면서 설왕설래가 많다. 혼란의 이유는 사업성에 있다. 이용객이 생각보다 적어 수지타산이 맞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미 경전철을 개통한 용인과 의정부는 어떨까. The Scoop가 직접 경전철에 탑승해 상황을 파악해봤다.

▲ 서울시가 경전철 사업을 재추진할 것으로 알려지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사진은 용인경전철 에버라인 전경.

7월 15일 오후 5시 40분, 분당선을 타고 기흥역에 도착했다. 용인경전철 ‘에버라인’ 체험을 위한 첫걸음. 그런데 발길이 꼬인다. 분당선에서 경전철노선으로 가는 환승로가 어디인지 감이 안 잡힌다. 두리번거리는 기자에게 공익근무요원이 다가왔다.

“경전철역은 환승로가 없어요. 지상에 역사가 따로 있거든요. 4번 출구로 나가서 위로 올라가세요.” 기흥역사 인근은 한산했다. 열차를 타기 위해 교통카드를 대니 1300원이 새로 찍힌다. 환승할인도 없다. 승강장에 서서 열차를 기다리는데 무전기를 든 젊은 역무원이 보인다.

그에게 ‘환승통로도 없고 환승할인도 안 돼 이용하기 불편하다’고 호소했다. “환승로는 지금 공사 중인데 내년 1~2월쯤 완성됩니다. 환승할인도 지금 추진 중인 것으로 알고는 있지만….” 역무원이 말끝을 흐린다.

역무원 반대편에서 부채질을 하던 할머니가 대화에 끼어든다. “에이그 짜증나 죽겠어. 원래 노인은 전철 공짜잖아. 왜 경전철은 요금을 다 받는지 모르겠어. 일반 요금보다도 비싸고 말이야.” 할머니의 불평을 듣는 역무원의 표정에 난감한 기색이 역력하다. 그 모습 뒤로 경전철 열차가 들어왔다. 고급 케이블카 같기도 하고, 유럽의 트램(Tram) 같기도 하다. 내부좌석은 39석이었다. 공간이 넓어 서서 가는 사람까지 합치면 100명 가까이 승차가 가능할 듯했다. 하지만 기흥역에서 승차한 인원은 기자를 포함해 모두 5명이었다.

턱없이 부족한 이용객

올 4월 26일 개통한 용인경전철은 기흥구 구갈동에서 출발해 동백지구, 명지대 등을 거쳐 에버랜드까지 이어진다. 모두 15개역, 18.1㎞ 길이다. 총사업비 7278억원이 투입됐다. 2000년대 초 경전철 협약을 체결할 당시만 해도 에버라인의 1일 이용승객은 14만~16만명에 달할 것으로 예상됐다. 그러나 필요이상 이용객 예상치가 부풀려졌다는 지적이 일면서 2010년 경기개발연구원이 1일 예상이용객을 다시 산출했다. 결과는 6만여명.

그렇다면 현재 1일 이용객수는 어느 정도일까. 주식회사 용인경전철 관계자는 “평일 하루 이용승객은 평균 1만명 정도”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환승할인이 적용된다면 이용객은 늘어날 것으로 보이지만 요금을 어떻게 할지는 아직 협의 중”이라고 덧붙였다.

 

열차가 에버랜드역에 도착했다. 퇴근시간대에 맞춰 탄 것임에도 이곳까지 오는 동안 승•하차 이용객은 30~40명에 불과했다. 에버랜드역에서 에버랜드 입구까지는 꽤 거리가 있었다. 고객편의를 위해 에버랜드측은 셔틀버스를 운행하고 있었다. 셔틀버스 승차장 인근에는 시외버스 정류장도 함께 있었다. 서울 강남•송파•사당•수원•신갈 등으로 향하는 버스가 운행 중이었다.

셔틀버스를 안내하는 청년에게 에버랜드에서 경전철을 이용하는 관람객은 얼마나 되는지 물어봤다. “글쎄요. 주말엔 나들이객들이 있으니 좀 이용을 하시는 것 같은데, 그리 많지는 않은 것 같아요. 버스로도 시내까지 나가는데 별 불편함이 없고, 요즘 장마철이기도 하고….”

처음 경전철이 개통된 곳은 부산~김해 구간이다. 2011년 9월 16일 정식으로 문을 열었다. 이후 2012년 7월 의정부경전철이 개통식을 가졌고, 올해 용인경전철이 운행을 시작했다. 공식적으로 운행 중인 경전철라인은 이렇게 3곳이지만, 수요는 꾸준하다. 인천 영종도에서 시운전 중인 자기부상열차도 올 하반기 경전철 사업에 포함될 예정이다. 광주광역시 또한 도심 내에 경전철을 운행하기로 확정한 상태다.

대전광역시도 경전철 사업을 고민 중에 있다. 한국철도시설공단 관계자는 “대전 2호선 사업에 경전철을 도입할지 일반전철을 도입할지 협의 중”이라고 밝혔다. 제대로만 활용한다면 경전철도 나름의 장점이 있다. 지하철보다 건설비용이 저렴한데다 무인자동운전 시스템을 갖추고 있어 인건비도 지하철의 50%에 불과해서다. 유럽과 일본에서는 1980년대 후반부터 경전철 시스템을 도입했다.

7월 16일 오전 7시40분, 의정부 경전철 환승지점인 회룡역에 도착했다. 출근시간대 경전철 이용 상황을 살펴보기 위해서였다. 교통카드를 찍고 스크린 도어 앞에 서니 곧 열차가 도착했다. 용인경전철과는 다른 모습이다. 코끼리열차 같은 모양새에 공간은 용인 열차보다 비좁았다. 대신 2량으로 구성돼 있어 수용승객은 용인열차보다 많을 듯했다.
 

 

출근시간대여서인지 아니면 용인보다 일찍 개통한 때문인지 이용객은 에버라인보다 많았다. 중앙역과 동오역을 지나니 승차인원이 늘어났다. 드문드문 서서 가는 인원도 보였다. 물론 혼잡한 정도는 아니었다. 직장인보다는 등교 중인 학생이 많았다. 기자 앞에서 스마트폰을 만지작거리는 남학생에게 말을 붙여 보았다. 효자고등학교 학생이었다.

“우리 집이랑 경전철역이 가까워서 등교할 때마다 이용하고 있어요. 불편한거요? 너무 비싸다는 거죠. 학생할인 받아도 1000원이 넘잖아요.” 현재 의정부경전철은 기본운임 1300원에 학생할인 20%를 적용 중이다. 이에 따른 학생요금은 1040원. 교통카드로 일반지하철을 이용하는 성인요금(1050원)과 엇비슷하다. 열차가 효자역에 도착하자 학생들이 많이 내렸다. 곤제역과 어룡역을 지나니 하차 승객은 더욱 늘어났다. 에버라인에 비해선 이용이 활발했으나 의정부경전철 역시 휑한 공간이 보이긴 마찬가지였다.

비싼 이용요금도 발목

의정부경전철은 발곡역에서부터 탑석역까지 모두 15개역으로 구성돼 있다. 길이 11.1㎞에 총사업비 4750억원이 투입됐다. 완공과 동시에 의정부시가 소유권을 갖고 주식회사 의정부경전철이 30년간 운영해 투자비를 회수하는 방식을 취한다. 그런데 투자비 회수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의정부시 경전철사업팀 관계자는 “애초엔 1일 8만명 정도 이용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했으나 현재 이용객은 1일 1만6000명 정도”라고 말했다.

종착역인 탑석역에서 내린 뒤 의자에 앉아 잠시 휴식을 취했다. 2분 뒤 열차가 도착했다. 이번엔 반대편 발곡역까지 가보기로 했다. 시간은 8시 10분을 가리키고 있었다. 아직까지는 출근 시간대다. 탑석역에서는 30대 여성 2명과 고등학생 3명이 함께 탑승했다. 아까 탔던 열차보다 한적해진 느낌이다. 새말역에서 약간 많은 인원이 탑승하긴 했으나 흥선역에서 학생들이 내리면서 다시 빈 공간이 군데군데 생겼다. 물론 이용객 입장에서야 한적한 게 좋다. 그러나 순수하게 사업성을 따지면 이는 문제가 심각하다.

업계에선 의정부경전철의 한달 적자규모가 20억~30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한다. 최근 서울시는 그간 미뤄오던 경전철 사업을 재추진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2008년 서울시는 도시철도 10개년 기본계획안을 통해 경천철 7개 노선의 밑그림을 그린 바 있다. 글로벌 경제위기 등으로 보류됐던 경전철 사업은 그러나 올 들어 다시 급물살을 타는 분위기다. 당초 건설 예정이었던 7개 노선 중 5~6개의 노선을 재추진할 것으로 알려졌다.

▲ 현재 운행 중인 경전철은 이용자가 드물어 적자가 불가피하다.

서울시는 이에 대한 구체안을 7월 17일 발표할 계획이었으나 노량진 수몰사고 등을 이유로 연기한 상태다. 그러나 경전철 반대목소리가 거세다. 용인ㆍ의정부 사례에서 알 수 있듯 사업성이 떨어진다는 이유에서다. 지방선거를 앞두고 선심성 정책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이에 대해 서울시 교통정책과 관계자는 “아직 확정된 사안이 아니기 때문에 이렇다 저렇다 말하기가 힘들다”며 말을 아꼈다.

발곡역에서 하차한 뒤 의자에 앉아 주식 관련 외부원고를 잠시 정리했다. 9시30분쯤 되자 추적추적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변덕스러운 날씨 탓인지 기자의 몸도 찌뿌드드해진다. 이럴 땐 열차 안에서 에어컨 바람 쐬는 게 최고. 그런데 열차대기시간 5분이 지났음에도 도착신호가 없다.

왜일까. 승강장 뒤편에 붙은 안내판을 보자 의문이 풀렸다. 9시부터 19시까지는 배차간격을 8분으로 늘렸다고 나와 있었다. 감축운행 중인 것이다. 기간은 7월 1일부터 8월 31일까지다. 전력난 해소에 동참한다는 명분이었다. 그러나 적은 이용객이야말로 감축운행의 주된 이유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스쳐갔다.
유두진 기자 ydj123@thescoop.co.kr|@allintt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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