펀드슈퍼마켓의 딜레마

▲ 펀드슈퍼마켓이 이르면 내년 1월부터 열린다. 하지만 실효성을 두고 논란이 많다.
펀드슈퍼마켓은 오랜 전에 나온 얘기다. 이제야 시행이 된다는 건 펀드가 그만큼 대중화됐다는 의미다. 소비자의 다양한 욕구를 충족하기 위해 펀드슈퍼마켓의 필요성이 커졌다는 얘기다. 선택의 폭이 넓어진 투자자들로선 희소식이다. 하지만 그렇지 않은 구석도 있다. 펀드슈퍼마켓의 딜레마를 살펴봤다.

금융상품은 소비자의 필요를 충족시키는 기능이 있다. 그 기능은 돈의 보관•적립•증식 등 다양하다. 그러나 소비자 스스로 유리한 금융상품을 찾는 것은 쉽지 않다. 금융이 원래 어렵고 복잡한 구조를 갖고 있어서다.

이 구조를 잘 이해시키고 도와주는 곳이 금융회사다. 금융사의 상품개발부나 채권•주식팀의 전문가들이 상품을 만들면 창구나 PB센터의 판매자들이 전화나 방문을 통해 판매한다. 판매자들은 소비자에게 상품정보를 전하고 그에게 적당한 상품을 판매해 금융회사에 수익을 안겨준다. 그 대가로 실적에 따라 수수료를 챙긴다. 이것이 판매수수료다.

상품을 이해시키고 소비자에게 전달하는 측면에서 판매수수료는 당연히 필요하다. 판매마진이 있어야 판매자가 생기고, 판매자가 소비자의 눈앞에 상품을 내놔야 구매가 이뤄져서다. 자산운용사가 만든 펀드도 은행과 증권사가 있어야 판매할 수 있다.

문제는 판매자들이 자사 계열의 펀드를 서로 밀어주기 때문에 소비자가 피해를 입는다는 점이다. 은행이나 증권사는 같은 계열의 자산운용사 펀드를 권해 소비자가 올바른 선택을 할 수 있는 기회를 빼앗는다.

금융회사가 모두 그런 건 아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금융회사가 수익률이 높고 고객에게 유리한 펀드를 추천하기보다는 자사 계열사의 펀드를 미는 게 현실이다. 금융투자협회 통계에 따르면 금융사의 계열사 펀드 밀어주기는 평균 50%가 넘는다. 60~70%를 초과하는 경우도 있다.

올 상반기에 금융위원회가 ‘50% 룰’을 정한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내년 1월 문을 여는 펀드슈퍼마켓은 금융사의 자사 계열사 펀드 밀어주기로부터 소비자를 보호할 수 있다. 직접 인터넷을 통해 자신의 투자성향에 적합한 펀드를 골라 가입할 수 있기 때문이다.

 
펀드슈퍼마켓의 낮은 판매수수료도 관심거리다. 일반적으로 펀드 판매수수료는 연 1% 내외(주식형)다. 하지만 ‘일단 팔고 나면 끝’이라는 식의 금융사의 고객관리방식 때문에 많은 소비자가 판매수수료를 아깝다고 여긴다. 소비자가 선취수수료를 떼거나 판매수수료가 낮은 곳을 찾아가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현재 온라인 펀드의 판매수수료는 대략 0.7%다. 펀드슈퍼마켓은 기존 온라인 펀드의 절반밖에 안 되는 0.35%다. 펀드슈퍼마켓에 관심이 쏠릴 만하다.

문제는  전문가가 아닌 일반 소비자가 자신에게 가장 적합한 펀드를 제대로 선택할 수 있느냐다. 선택을 잘 하더라도 관리문제가 남는다. 예컨대 생각지도 못한 변수가 터졌을 때 급하게 환매를 해야 하고, 향후 사정을 봐가며 중도환매를 통해 수익을 실현해야 할 때도 있기 때문이다. 이런 식으로 기민하게 관리하지 않으면 만기가 도래해도 수익은커녕 손해를 볼 수도 있다. 초보 투자자나 바쁜 투자자는 누군가에게 선택과 관리를 의지할 수밖에 없다.

결국 펀드슈퍼마켓은 실효성에 한계가 있다. 전문지식을 갖춘 투자자에겐 좋은 기회가 될 수 있지만 그렇지 않은 투자자에게는 그림의 떡이 될 공산이 크다. 
조경만 금융컨설턴트(엉클조 대표) iunclejo@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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