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업자가 무슨 창업컨설팅인가”
“부동산 업자가 무슨 창업컨설팅인가”
  • 김미선 기자
  • 호수 59
  • 승인 2013.09.11 06: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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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훈 스타트비즈니스 대표 컨설턴트

최근 몇년간 외식업을 중심으로 프랜차이즈 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했다. 그 결과 프랜차이즈 시장은 양적으로 팽창했지만 불량 브랜드도 늘었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실패한 창업자를 포용할 만한 사회적 안전망이 구축돼 있지 않다는 점이다. 무엇부터 풀어야 할까.

▲ 김상훈 스타트비즈니스 대표 컨설턴트는 창업시장의 생태계가 완전히 바뀌어야 한다고 꼬집었다.
프랜차이즈 브랜드가 몇개인 줄 아는가. 금융감독원 정보공개서에 등록된 것만 3300여개다. 여기에 속한 가맹점은 17만6000개에 달한다. ‘대한민국은 프랜차이즈 공화국’이라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문제는 프랜차이즈의 양적팽창이 계속되고 있다는 점이다. 일례로 2009년 1228개였던 외식업체 브랜드수는 지난해 2246개로 두배가량 늘어났다. 빛이 센 만큼 그림자도 짙다. 프랜차이즈 시장이 커질수록 불량 브랜드가 속출하고 있는 것이다.

지난해에만 592개 브랜드가 폐업을 신고하고, 450개 브랜드가 새롭게 등장했다. 검증되지 않은 프랜차이즈 브랜드가 시장에서 생기고 죽기를 반복하고 있다는 얘기다.

이 통계는 모든 것을 걸고 창업시장에 출사표를 던진 이들이 그만큼 실패하고 있음을 잘 보여준다. 창업시장, 이대로 둬도 괜찮은 걸까. 김상훈 스타트 비즈니스 대표 컨설턴트와 이야기를 나눠봤다.

 
✚ 최근 몇년 사이 외식업을 중심으로 프랜차이즈 업체가 폭발적으로 늘어난 거 같다.
“이명박(MB) 정부의 프랜차이즈 육성 정책과 관련이 깊다. MB정부는 고용창출을 위한 해법으로 프랜차이즈 육성책을 내걸었다. 2009년 ‘자영업자 경쟁력 강화를 위한 프랜차이즈 산업 활성화 방안’를 통해 당시 10개 수준이던 대형 프랜차이즈(가맹점 1000개 이상)의 수를 2012년 100개로 늘리겠다고 했다.”

✚ MB정부의 프랜차이즈 육성책이 독으로 작용했다는 주장으로 들린다.
“그렇다. 현 정부 역시 최근까지 프랜차이즈 박람회를 지원했다. 일부 기획형 프랜차이즈 본사에 가맹점 확장을 위한 영업공간을 공식적으로 제공한 셈이다.”

✚ 정부 차원의 프랜차이즈 육성책이 역기능만 있었던 것은 아닌 것 같다. 순기능은 없나.
“당연히 있다. 창업 시장의 체질을 개선시켰다. 기존 재래식 형태의 창업 스타일을 선진화 하는 데 공을 세웠다는 얘기다. 영업방식은 물론 디자인, 운영 시스템 등 다양한 부분에 ‘선진시스템’이 적용됐다. 독립점포를 운영하던 자영업자들이 프랜차이즈 가맹점으로 전환해 기업형 CEO로 발돋움하는 기회를 얻은 것도 성과다.”

✚ 문제는 역시 ‘가맹점 위주의 확장전략’ 아닌가 싶은데. 최근엔 부동산 중개업자들까지 창업 컨설턴트로 활동한다고 들었다.
“맞다. 창업시장의 아킬레스건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2000년 이후 인터넷 부동산 시장이 활성화되면서 기획부동산 업자들이 상가임대시장에서 활개를 치고 있다. 문제는 포털의 창업컨설팅이라는 키워드 90% 이상을 강남 일대 부동산 중개업소들이 점유하고 있다는 거다. 초보창업자 입장에서는 창업전문가로 오인할 수 있다.”

✚ 기획 부동산 업자들이 수익을 올리기 위해 객관적이지 않은 창업정보를 전달하는 건가.
“일부 인터넷 부동산 업자들은 과도한 권리금을 책정해 차익을 챙긴다. 인터넷 블로그나 카페로 고객을 모집한 다음 경쟁력이 떨어지는 프랜차이즈 브랜드와 연결해 뒷돈을 챙기는 이들도 있다. 창업자들이 경계해야 할 대목이다.”

✚ 창업시장을 만만하게 보고 별다른 준비없이 뛰어드는 사람들도 문제가 있지 않은가.
“맞다. 과거에는 할 거 없는 사람들이 창업을 했다. 지금은 다르다. 체계적으로 준비하고 뛰어들어도 대박칠 가능성이 희박하다. 프랜차이즈 본사에서 일주일 정도 교육 받고 매장을 오픈해 성공을 바라는 거 자체가 말이 안 된다.”

가맹점 확장전략 손질해야

✚ 창업자가 가져야 할 마인드가 있나.
“창업을 제2의 직업으로 보는 자세가 필요하다. 서울 대치동의 은마상가 지하에 가면 ‘할아버지 돈까스’라는 곳이 있다. 이곳 사장은 90세 가까이 됐다. 그런데도 33㎡(약 10평) 가게에서 아직도 딸과 웰빙돈까스를 튀긴다. 이런 분들을 본받아야 한다.”

✚ 일로서의 창업이 중요하다는 이야기인가.
“맞다. 돈을 많이 버는 것보다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최소한의 경제가치를 이어가는 데 주목해야 한다.”

✚ 그런데 자영업자의 설자리는 갈수록 좁아지는 것 같다.
“대학 최고경영자 강의에 나가보면 자영업 시장에서 10~20년 넘게 종사한 이들이 나온다. 이들은 이구동성으로 ‘장사 오래 해봐야 의미가 없다’고 말한다. 왜 그럴까. 일본의 경우 라멘가게 하나라도 대를 이어 하는 곳이 많다. 사회적으로도 존경 받는다. 하지만 한국은 다르다.”

 
✚ 자영업자를 바라보는 사회적 시선이 문제라는 건가.
“한국에는 자영업자의 품위·품격·사회적 가치를 인정해 주는 분위기가 형성돼 있지 않다. 자신의 분야에서 정말 열심히 잘하는 이들을 인정하고 격려하는 사회 풍토를 만들어야 한다.”

✚ 자영업자를 육성해야하는 정부의 역할도 미미해 보인다.
“그렇다. 자영업자들이야말로 대한민국의 풀뿌리 경제의 버팀목이다. 대한민국에서 왜 ‘100년을 잇는 가게’가 탄생하지 않았다고 생각하나. 정부는 상공인의 날이라고 해서 대기업 회장에게만 상을 준다. 그러기보다는 40~50년 가업을 이어가는 자영업자에게 국가훈장을 줘야 한다.”

✚ 자영업자 자리를 대형 프랜차이즈가 대신하면서 소비자로선 선택의 기회를 박탈당했을 수도 있다.
“대기업 위주의 지배구조가 가져온 역효과다. MB정부는 을지로 개발을 통해 종로구 청진동의 피맛골 같은 역사적 공간을 갈아엎지 않았는가. 피맛골은 자영업의 본산과도 같은 곳이었다. 문화로 보존했어야 했다.”

✚ 피맛골 재개발 관련자들은 대형건물 1~2층에 전국 맛집을 끌어들여 제2의 피맛골을 구현하겠다고 주장하던데.
“짝퉁이다. 피맛골은 제대로 구현, 아니 복원할 수 없다. 건물만 갖다 놓고 이름만 피맛골이라고 해놓은 꼴이다. 인공적인 피맛골을 구현해 놨지만 예전의 정서나 정취, 문화적인 색깔은 전부 없어져 버렸다.”

✚ 성공한 자영업자들이 창업시장의 선순환 구조를 만들 수는 없나.
“물론이다. 성남시청 옆에서 38년 동안 올해 60대의 횟집을 운영하고 있는 노부부를 만났다. 한 자리에서 횟집을 운영하며 자식 키우며 횟집에 일생을 바쳤다. 이들 자영업자들은 검증된 사업 모델이나 마찬가지다. 이들을 일대일 멘토링이나 코칭시스템을 통해 예비창업자와 연결해줘야 한다.”

대代 중시하는 창업문화 만들어야

✚ 예전에 한 주말프로그램의 ‘신장개업’ 아이템과 비슷하다.
“맞다. 그게 바로 전수창업이다. 전수창업은 프랜차이즈 대안이 될 수 있다.”

✚ 전수창업의 성공확률이 높다고 보나.
“사람에 따라 다르다. 창업자들도 무릎을 꿇고서라도 이들의 노하우를 배우겠다는 각오로 시작해야 한다. 레시피는 기본이고 이들의 사상, 철학까지 통틀어 배워야 한다. 창업은 그다음 일이다.”

✚ 실패한 자영업자들이 늘고 있다. 더 큰 문제는 이들이 되돌아갈 곳이 없다는 점이다.
“장사를 했던 사람이 뭘 해서 먹고 살겠나. 재창업밖에 없다. 하지만 재창업을 위한 교육 커리큘럼은 어디에도 없다. 이들의 재기를 위한 사회안전망 역시 부실하다. 이들의 마지막 탈출구는 노점인데, 이 역시 미흡하긴 마찬가지다. 사업자 등록조차도 할 수 없어, 법적보호를 받지 못한다.”

✚ 해결방법은 없나.
“대형마트 옆 넓은 공간을 ‘이동식 노점촌’으로 만드는 것이다. 정부가 제대로 된 미관을 갖춘 합법적이면서도 경쟁력을 갖춘 노점상존을 설치하는 데 적극 나서야 한다.”

✚ 보다 건강한 창업시장을 위해 가장 필요한 게 무엇이라고 보는가.
“창업자, 전문가 집단, 민간과 공적 부문이 함께 상생해 해결점을 찾아나가야 한다. 근본적인 처방을 제도적으로 마련하는 게 시급하다. 앞으로도 프랜차이즈 시장은 성장할 거라 본다. 긍정적인 부분은 안고 부정적인 부분은 개선해 나가야 한다.”
김미선 기자 story@thescoop.co.kr | @story6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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