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은-정책금융공사 통합안 후폭풍

올 8월 정부가 전격 발표한 산업은행정책금융공사 통합방안을 두고 잡음이 새어나온다. ‘산은 민영화의 백지화’를 선언하는 격이기 때문이다. 구조조정에 따른 정책금융공사 노조의 반발도 무시하기 어렵다. 더 큰 문제는 정책금융공사에서 기능을 특수화해 ‘선박금융공사’를 설립하려던 계획까지 무산됐다는 점이다.

▲ 정부가 최근 발표한 ‘정책금융개편안’에 선박금융공사 설립이 제외되면서 부산지역이 반발하고 있다.

“밀실에서 이뤄진 졸속 행정이다”
“아니다. 불필요한 경쟁을 줄이기 위한 방편이다.”

정부가 최근 발표한 ‘정책금융개편안’에 대해 논란이 끊이질 않고 있다. 8월 말 금융위원회는 “산업은행(산은)과 정책금융공사를 합친 ‘통합 산업은행’을 내년 7월 출범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금융위의 이번 개편안은 여러 언덕을 넘어야 한다.

우선 산은 민영화 무산에 따른 책임론이 나온다. 2009년 정부는 ‘산은 민영화’를 전제로 산은과 정책금융공사를 분리했다. 산은은 경쟁력 있는 투자은행으로 만들고 정책금융공사는 순수 정책금융기관으로 키운다는 계획이었다. 이번에 재통합안이 나오면서 산은 민영화는 사실상 백지화됐다. 민영화하는 대신 정책금융 기능을 한곳으로 통합해 정책기관 간 불필요한 경쟁을 줄이겠다는 것이다. 금융위원회 산업금융과 관계자는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산은이 정책금융 전문성을 유지할 필요성이 높아졌다”며 “정책금융기관간 불필요한 중복을 줄여 경쟁력을 확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산은 민영화를 위해 투입한 매몰비용을 허공에 날렸다는 책임론을 피하기 어렵다. 민주당은 “산은과 정책금융공사를 분리하고 민영화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최소 2500억원이 들어갔다”며 “혈세낭비 책임을 져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실제로 산은은 민영화를 위해 4년간 기반을 다졌다. 이에 따라 정책금융공사와의 분리 이전인 2009년 2조원 미만이던 개인 예수금은 지난해 말 14조원 이상으로 가파르게 늘어났다. 영업점 역시 2배 가까이 늘었다. 민영화를 앞두고 수익성 영업정책을 펼쳐서다.

 

통합에 따른 구조조정이 불가피하다는 점도 문제다. 정책금융공사 노조는 최근 발표한 성명에서 “이번 통합안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선언했다. 노조 측은 “(정부의 산은ㆍ정책금융공사 통합안은) 명분도 논리도 없고, 우리나라 경제를 위험에 빠뜨리는 졸속개편안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진영욱 정책금융공사 사장도 개편안 발표 직후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통합 산은은 나중에 또 갈라질 수 있다”고 불만을 표시했다.

산은ㆍ정책금융공사 통합에 따른 갈등은 엉뚱하게도 부산에까지 불똥이 튀었다. 정책금융공사에서 기능을 특수화해 출범하려던 선박금융공사 설립이 사실상 무산됐기 때문이다. ‘중소형조선사 지원을 위해 부산에 선박금융공사를 설립하겠다’는 계획은 박근혜 대통령의 공약사항이었다. 선박금융공사 설립이 어려워지자 부산시와 지역시민단체는 분노했다.

금융위원회가 ‘(가칭)해양금융 종합센터’를 신설해 부산에 보내겠다는 대안을 내놨지만 공사에 비해 독립성이 떨어지고 결재권한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박인호 부산경제살리기시민연대 대표는 “생색내기식 대안제시는 그만두고 박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선박금융공사 설립 공약을 실천해야 한다”고 말했다.

계속되는 혼란 탓에 이번 정책금융개편안이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할 것이란 의견도 나온다. 실제로 여야의원들은 9월 5일 있었던 국회 경제정책포럼에서 신제윤 금융위원장에게 ‘통합의 명분’을 따져 묻기도 했다.
유두진 기자 ydj123@thescoop.co.kr|@allintt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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