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해 국제물류 SCM연맹 회장

국내 물류산업의 성장을 가로 막는 요인은 무엇일까. 크게 두 가지다. 기업 스스로가 ‘보조 역할’이라고 생각하는 인식과 정부의 소극적인 물류정책이다. 8월 7일 국제물류 SCM(공급망관리) 연맹 회장에 취임한 이영해 한양대(산업경영공학) 교수를 만나 한국 물류산업의 현주소를 짚어봤다.

▲ 이영해 신임 회장은 “기업 오너의 생각이 바뀌어야 글로벌 물류 기업이 탄생한다”고 주장했다.
국내 물류기업이 성장하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간단하게 보자. 세계 최대 물류기업 DHL은 인수합병(M&A)을 통해 성장했다. 한국은 어떤가. 정부가 강화하고 있는 ‘일감몰아주기’에 대한 규제를 피하기 위해 M&A를 하고 있다. 해외 기업이 M&A, 인프라와 네트워크 강화, 비용 절감, 빠른 운송 서비스 구축을 통해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는 시간에 한국기업은 다른 것에 신경을 쓰고 있다. 게임이 되겠나.”

일감몰아주기를 규제하는 게 잘못됐고, 기업의 성장을 막는다는 것인가.

“그건 아니다. 일감몰아주기에 문제가 있다면 반드시 고쳐야 한다. 하지만 보다 중요한 것을 봐야 한다. 물류기업의 ‘의지’다. 한국 물류기업은 자체 경쟁력을 키우려고 하지 않는다. 모기업으로부터 일감만 받으면 쉽게 성장할 수 있어서다. 기본적인 시스템만 구축하면 끝이라는 얘기다.”

한국 물류기업 대부분은 그룹의 물류 계열사다. 이 때문에 그룹 경영 방침에 따라야 한다. 의지는 그룹 오너의 문제 아닌가.

“국내 경영 환경상 그룹 계열사인 물류기업이 그룹을 고려하지 않고, 독자 경영을 하는 것은 쉽지 않다. 또 국내 물류기업은 그룹 핵심 계열사(화주貨主ㆍ운송되는 제품의 주인)의 물량을 해외로 운반하며 성장했다. 하지만 그 결과, 국내 물류기업은 아직도 핵심 계열사를 보조하는 역할에 머물러 있다. 오너의 생각이 바뀌지 않는다면 국내에서 진정한 글로벌 물류기업이 탄생하기는 어렵다.”

 
물류기업이 오너의 개인 자금고로 활용되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물량을 집중해서 몰아주고, 단가를 마음대로 조정할 수 있기 때문에 마음만 먹으면 엄청난 이익을 낼 수 있다. 물론 오너 또는 오너 2세가 물류기업의 최대주주로 있을 때의 얘기다.”

반면 중소 물류기업은 너무 영세하다.

“국내 물류기업은 약 16만개로 경쟁이 너무 치열하다. 연간 평균 매출액은 5억원 정도로 영세하다. 시스템은 주먹구구식이다. 이런 상황에선 성장하기 어렵다. 국내외 물류기업간 M&A로 중형화ㆍ대형화가 필요하다. M&A로 성장한 DHL을 보고 배워야 한다.”

정부의 물류산업 정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는 지적도 많다.

“그렇다. 현재 박근혜 정부는 아직까지도 한국 물류산업 성장을 위한 큰 틀을 잡지 못하고 있다. 참여정부는 ‘동북아 물류중심 국가’로의 성장을 목표로 다양한 물류산업 발전정책을 펼쳤다. MB정부 역시 ‘녹색 물류’를 내세우며 성장을 도모했다. 하지만 박근혜 정부는 일감몰아주기에 얽매였는지 성장방향을 제대로 잡지 못하고 있다. 그러니 힘 있고, 강력한 물류산업 정책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물류산업 전체를 총괄하는 국가물류위원회를 만들어야 한다는 목소리도 들리는데.

“박근혜 정부가 들어서면서 기존 국토해양부가 국토교통부(육상ㆍ항공물류)와 해양수산부(항만ㆍ해운물류)로 나눠졌다. 분야별로 집중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는 반면 통합 물류정책의 시너지 효과가 떨어진다. 장점은 키우고, 단점은 보완해야 한다. 흩어진 물류산업 전체를 총괄ㆍ조정하는 컨트롤타워 ‘국가물류위원회’가 필요하다.”
박용선 기자 brave11@thescoop.co.kr | @brave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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