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학범 태신에이치알 대표

고용시장의 화두는 ‘비정규직’이다. 하지만 고용시장의 질은 갈수록 나빠진다. 비정규직 문제를 풀 만한 뾰족한 해법이 없어서다. 여기 비정규직을 정규직화할 수 있는 대안을 몸소 실천하는 이들이 있다. 커피전문점 자바씨티코리아와 종합인재관리회사 태신에이치알이다.

▲ 정규직 확산을 위해 노력하는 두 기업이 있다. 태신에이치알과 자바시티코리아다. 사진은 김학범 태신에이치알 대표(왼쪽)과 장범희 자바씨티코리아 운영팀 부장.

✚자바씨티코리아(자바씨티)가 태신에이치알(태신)과 특별한 프로젝트를 하고 있다고 들었다. 전문 매장관리자 육성을 위해 함께 하고 있다고.

장범희 자바씨티코리아 운영팀 부장(이하 장범희): “맞다. 현재 자바씨티의 가맹점은 전체 매장 중 약 40%다. 이들 대부분은 본사에서 위탁관리한다. 태신과 손을 잡고 전문 매장관리자를 육성해 파견하고 있다.”

✚ 전문 매장관리자, 정확히 무슨 개념인가.

장범희: “커피문화는 ‘젊음’으로 표현된다. 커피전문점을 운영할 재정적인 여유가 있는 지긋한 연세의 점주는 운영하기 쉽지 않다. 태신과 함께 배출한 매장관리자를 파견해 위탁관리를 하고 있다. 지방 점포를 제외하고 대부분 가맹점이 이런 방식으로 운영된다.”

✚ 매장 위탁 관리를 하면 가맹점주의 비용 부담이 커지는 것 아닌가.

장범희: “매장관리자 월급 이외에 비용은 모두 본사가 부담한다. 부담이 크면 가맹점주들이 위탁경영을 맡길 필요가 없다. 점주들은 힘들이지 않고 매장 운영을 하고 이를 통해 수익을 얻는다. 본사로서 비용부담이 있더라도 브랜드 퀄리티를 유지할 수 있다. 불량 가맹점이 생기는 것을 막을 수도 있다.”

정규직 전환이 계약 조건

✚ 매장관리자는 어떤 교육을 받는가.

장범희: “바리스타 교육을 회사에서 자체적으로 시킨다. 태신은 우리가 못하는 부분을 서포트한다. 직원 고용부터 매장관리자 육성을 위한 교육 등이 속한다. 한마디로 외부 인사관리 팀인 셈이다.”

✚ 교육의 커리큘럼을 구체적으로 말해달라.

김학범 태신에이치알 대표(이하 김학범): “매장 전체를 맡길 수 있는 전문경영인 육성을 위한 커리큘럼이다. 고객 서비스 교육부터 매장 디스플레이, 기본적인 회계 등을 가르친다. 경영전략 관련 수업도 있다. 바리스타뿐만 아니라 매장관리자가 필요한 역량을 키워주는 교육이다. 이 교육 과정에는 자바씨티뿐만 아니라 몇몇 프랜차이즈 업체도 참여하고 있다.”

✚ 실무 중심의 교육으로 보인다.

김학범: “‘롤플레이를 통한 나의 스피치 패턴 확인’ ‘고객 접점 이미지 메이킹’ ‘불만 고객 심리 이해’ 등 다양한 실무 교육 커리큘럼으로 짜여 있다. 학생들이 고객을 대하는 모습을 직접 촬영한 영상으로 단점을 분석해 조언을 하기도 한다. 이 프로그램은 1년 파견 기간(장기 인턴 기간) 하루 4시간 총 10주 동안 진행되고 있다.”

✚ 자바씨티에 묻고 싶다. 이런 커리큘럼이 실질적으로 효과가 있는가.

장범희: “전문강사들을 통해 실무 위주의 교육을 진행하다 보니 직원들 만족도가 높다. 직원 스스로 발전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태신과 계약을 맺은 후 직원 퇴사율이 줄고 있다. 다른 업체에서 좋은 조건에 스카우트해 가는 경우도 생겼다. 업계에서 자바씨티가 커피 사관학교라는 소문도 났다더라.”

✚ 매장관리자는 정규직인가.

김학범: “파견직이다. 하지만 1년 후 정규직 전환이라는 조건이 달려 있다.”

 

 

✚ ‘1년 후 정규직 전환’이라는 조건은 부담이 되지 않나.

김학범: “우리는 근로기준법상 인재파견 회사로 분리돼 있지만 종합인재관리 서비스 회사다. 기업들과 계약을 할 때 ‘1년의 파견 기간이 지나면 무조건 정규직으로 전환한다’는 조건을 담는다. 기업 입장에서는 꺼릴 수 있지만 그에 상응하는 메리트를 제공하고 있다.”

✚ 어떤 메리트를 말하는 건가.

김학범: “현실적으로 중소기업은 대기업과 달리 인사관리에 신경 쓰기 힘들다. 커피프랜차이즈를 예로 들어보자. 바리스타 교육은 업체들이 자체적으로 해결할 수 있다. 하지만 전문 매장관리자는 커피만 잘 내린다고 되는 게 아니다. 운영 전반에 필요한 스킬과 지식, 경영 마인드가 필요하다. 우리는 이를 키울 수 있는 교육을 한다.”

✚ 자바씨티가 외국계 기업이라서 태신의 의도가 먹힌 것 아닌가. 한국기업이라면 받아들이기 힘들 수도 있다. "

장범희: “아니다. 자바씨티가 본사로 있는 미국 고용시장은 우리나라보다 파트타임 개념이 더 널리 정착돼 있다. 자바씨티코리아가 한국의 사정에 맞게 인사정책을 편 거다.”

✚ 태신이 파견한 직원은 모두 정규직이 됐나.
장범희: “본인이 중도 퇴사하지만 않으면 모두 정규직이 된다. 자체적으로 3개월의 인턴 기간 후 간단한 테스트만 거치면 정규직으로 무조건 전환된다. 테스트 탈락자는 3~4년에 한번꼴로 나온다.”

외식업계에도 ‘전문성’ 필요해

✚ 외식업계의 고용형태를 보면 파트타임이 대부분이다. 이런 맥락에서 태신의 전략은 효과적으로 보인다. 하지만 외식업체들이 종사자들을 전문직으로 보려는 노력을 먼저 기울여야 하지 않을까.

장범희: “맞다. 하지만 외식업에서 학벌이나 스펙은 중요하지 않다. 정말 중요한 것은 얼마나 고객과 스킨십을 할 수 있냐는 거다. 서비스 직종에 맞는 인재들을 발견해 이들의 능력을 개발하고 성장할 수 있게 하는 게 우리가 해야 할 일이다. 또 ‘계약직’ ‘비정규직’이라는 이유로 일터에서 부당한 처우를 받아서는 안 된다. 우리는 3개월의 인턴기간을 제외하고 파견 기간에 급여부터 복지혜택까지 모두 정규직과 동일하게 대우한다.”

김학범: “자바씨티와 계약을 맺은지 3년이 됐다. 처음에 우리 업체를 통해 자바씨티에 입사한 직원이 지금은 점장이 됐다. 파견 기간에 기업이 원하는 인재를 만드는 것은 우리가 할일이다. 궁극적으로 노동시장에 정규직을 늘리는 데 기여하고 싶다. 그렇다면 외식업계에도 ‘전문직’이라는 자부심이 생기지 않겠는가.”

 

 

✚ 김학범 대표에게 묻고 싶다. 일반 파견회사와 굳이 다른 길을 걷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김학범: “과거 대기업에서 계약직으로 근무한 적이 있다. 사람들을 관리하는 중요한 직책이었는데도 계약직이었다. 내가 관리했던 직원들 역시 계약직이었다. 이들의 능력과 재능을 썩히는 게 안타까웠다. 회사는 이들의 능력을 발굴할 생각을 하지 않았다. 이들에게 직원들은 ‘또 뽑을 수 있는’ ‘대체 가능한’ 인력일 뿐이었다. 기업과 근로자 모두에게 인재육성은 중요하다. 아직 규모는 작지만 부조리한 노동시장에 조금이라도 긍정적인 영향을 주고 싶었다. 자바씨티와 같이 좋은 파트너들이 많이 늘었으면 한다.”

장범희: “인재파견 시장에 대해서 자세히는 모른다. 하지만 우리도 10년 가까이 많은 파견 업체들과 거래를 했다. 하지만 이들 대부분은 직원을 뽑는 데만 신경 쓰지 사후관리에 대해서는 나 몰라라 했다. 이들을 통해 뽑힌 직원들이 관둬도 별 상관하지 않았다. 우리뿐만 아니라 대형 프랜차이즈 업계에서 파견회사를 통한 인재 고용이 늘고 있다. 비정규직이 양산되는 악순환의 고리에서 벗어나려면 태신 같은 기업이 늘어나야 한다.”
김미선 기자 story@thescoop.co.kr|@story6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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