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대수익형 펀드의 배신

▲ 묘수를 발휘한다고 투자수익을 올리는 건 아니다. 원금보장형 펀드의 원금이 보장되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다.(사진=더스쿠프 포토)
이름조차 알아먹기 힘든 펀드가 많다. 인덱스 펀드와 배당주 펀드처럼 이름을 통해 짐작할 수 있는 펀드는 그나마 낫다. 하지만 파생상품에 기초한 펀드 중엔 뭔 말인지 알 수 없는 펀드들이 꽤 있다. 이런 펀드는 때론 상품명으로 소비자의 판단력을 흐리거나 혼동시킨다. 대표적인 게 절대수익형 펀드다.

절대수익형 펀드를 보자. 절대수익이라니 단어가 조금 자극적이다. 이 상품이 어떻게 해서 절대수익을 내는지 이유를 묻고 따지기 전에 상품명 자체에서 오해를 일으킬 수 있다는 거다. 투자를 했을 때 수익을 바라는 건 누구나 마찬가지다. 하지만 그 이면엔 원금 손실이라는 복병은 숨어 있게 마련이다. 절대수익 펀드는 마치 ‘절대 손실이 나지 않는 펀드’라고 속이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에 문제가 되는 거다. 절대수익 펀드는 시장의 변동성에 상관없이 은행금리 이상의 수익을 얻기 위해 만든 상품이다. 대체로 시장중립형ㆍ채권알파형ㆍ공모주 하이일드 3가지로 구분된다.

하지만 수익성을 따져보면 절대수익 펀드가 목적에 부합하는지 의심스럽다. 절대수익형 펀드의 한 종류인 롱쇼트 펀드(시장중립형)를 보면 그렇다. 

롱쇼트 펀드의 개념은 쉽다. 말을 풀어보면 길다는 의미인 롱(long)은 더 많이 가지는 것, 다시 말해 추가매수를 뜻한다. 쇼트(short)는 짧다는 뜻이니 팔아버린다(매도)는 의미로 이해하면 된다. 주가가 올라갈 가능성이 큰 것은 매수하고 고평가된 것은 매도해서 수익을 확보한다는 얘기다.

하지만 말이 쉽지 실제로 그렇게 할 수 있느냐를 따져보면 전혀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걸 알 수 있다. 고평가된 것과 저평가된 것을 가늠할 수 있다면 굳이 롱쇼트 전략을 취할 필요가 없어서다. 가격이 낮을 때 사고 높을 때 팔아 이익을 챙긴다면 더 큰 이득을 취할 수 있기 때문이다.

 
좀 더 자세하게 살펴보자. 먼저 시장변동성에 관계없이 안정적 수익을 얻으려는 롱쇼트 전략은 높은 수익보다는 위험관리에 더 많은 신경을 써야 한다. 그래서 시장에서 남들이 못할 때는 등수가 올라가지만 잘할 때는 밀릴 수밖에 없다. 그런데 롱쇼트 펀드의 결과를 보면 일반 펀드보다는 선방했을지 몰라도 기대했던 효과는 보지 못하고 있다. 공격적인 다른 펀드들의 수익률이 떨어질 때 위험관리에 중점을 둔 절대수익형(시장중립) 펀드는 낮은 수익이라도 거둬야 했을 텐데 그러지 못해서다.

이유가 있다. 인간의 욕심때문이다. 운용자산 중 20~30%만 위험자산으로 운영하는 등 아무리 보수적인 운용방법을 택하더라도 결과는 마찬가지다. 사실 은행금리보다 높은 이익을 얻으려면 가장 먼저 원금을 지키는 게 우선이다. 다음이 정기예금 금리이고, 플러스 알파는 그다음이다. 하지만 사람들은 손해 볼 땐 원금이 아쉽고, 원금이 되면 은행금리가 생각하고, 은행금리까지 올라가면 플러스 알파를 따진다.

목표를 달성하면 기다리면서 다음을 생각해야 하는데 그게 안 되는 것이다. 다시 말해 아무리 좋은 아이디어와 방법을 가지고 시작해도 결과가 의도와 다르게 나타나는 것은 합리적인 방법을 택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기다리질 못해서다. 투자 수익은 묘수나 시스템으로 나오는 게 아니라는 것이다. 절대수익형 펀드는 포트폴리오의 한 축이 될 수는 있다. 하지만 그 이름에 얽매이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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