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테마주’의 예고된 추락

▲ 지난 대선 이후 한껏 치솟았던 박근혜 대통령 테마주의 거품이 빠지고 있다.

국민과의 약속을 깬 적이 없다고 했다. 지난 대선기간 복지공약이 뜬구름을 잡는다는 비판이 거셌지만 박근혜 대통령은 “문제없다”는 말만 했다. 그랬던 그가 집권 7개월 만에 복지공약을 대폭 수정했다. 덩달아 박 대통령의 복지 관련 테마주 역시 곤두박질치고 있다. 증권가 안팎에선 ‘예고된 추락’이라는 말이 나온다.

테마주는 주식시장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사건이나 현상이 발생했을 때 투자자의 관심에 따라 가격이 변동하는 주식 종목을 뜻한다. 투자자의 관심이 특정 재료에 집중되면 그와 관련된 종목이 단기적인 상승세를 나타낸다. 여러 종목이 같은 재료의 영향으로 묶여 하나의 테마주를 형성하기도 한다.

테마주를 형성하는 요인은 매우 다양하다. 정치ㆍ경제ㆍ사회ㆍ대중문화ㆍ환경 등 사회적 이슈가 되는 영역에서는 어김없이 테마주가 생성된다. 싸이 ‘강남스타일’의 흥행은 싸이 테마주를 만들었다. 올 5월 살인진드기의 공포가 전국을 휩쓸던 당시에는 진드기 방제 효과가 있는 방충제 매출이 급증하면서 진드기 차단 기술이 있는 기업이 묶여 진드기 테마주를 형성하기도 했다.

특히 우리나라엔 정치 테마주가 많다. 정부의 정책이나 특정정치인과 관련된 테마주가 형성될 때마다 관련 기업의 주가와 주식시장은 출렁인다. 선거를 앞두면 더욱 그렇다. 지난해 대선 기간에도 후보자와 관련된 다양한 테마주가 등장했다.

정치 테마주에서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것이 인맥 관련 테마주다. 지난 대선 당시 증권시장에 알려진 박근혜 대통령 인맥주의 개수만 해도 10여개가 넘었다. 박 대통령의 테마주 중 대표적인 인맥주에 해당하는 기업은 ‘EG’이다. EG는 박 대통령의 동생인 박지만 회장이 최대주주로 있는 회사로 유명세를 탔다.

▲ 정책의 변화로 주가가 더 떨어진 경우도 있다. 노인 복지 정책 테마주가 대표적이다.
이 회사의 주가는 대선테마주가 만들어지기 시작한 2011년 말부터 지난해 초까지 큰 폭으로 상승했다. 2011년 11월 25일 2만4400원이었던 주가는 두달만인 1월 6일 7만3400원까지 상승했다. 이후 등락을 거듭하다 지난해 7월부터 하락세를 타기 시작했다. 대선 직전과 직후 상승세를 기록했지만 그 이후에는 큰 힘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이 회사의 현재 주가는 2만3000원대로 2011년 수준으로 돌아간 상태다.

또 다른 인맥주는 ‘대유신소재’다. 대유신소재는 자동차용 알루미늄휠과 스티어링휠 제조업체다. 박 대통령의 이복 언니 박재옥씨의 사위 박영우 회장이 대주주다. 이 회사도 지난해 테마주에 편입된 이후 급등했다. 2011년 11월 1200원대이던 주가가 2012년 2월 3900원대까지 치솟은 것이다. 이 과정에서 박영우 회장은 회사 주식 팔아 단기 시세차익을 거뒀다가 금감원의 제제를 받기도 했다. 현재 ‘대유신소재’의 주가는 2011년과 비슷한 1200원대를 기록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 인맥 테마주

인맥주에서 정책 테마주로 변신한 기업도 있다. ‘하츠’는 지난해 대선 당시 인맥 테마주로 상승세를 탔다. 하츠의 최대주주인 김희철 회장이 박 대통령과 먼 인척 관계라는 소문이 돌았기 때문이다. 실제로 하츠는 박 대통령 사촌언니의 남편의 형이 운영하는 회사였다. 이런 하츠가 최근 또다시 주목을 받고 있다. DMZ(비무장지대)평화공원 테마주에 편입됐기 때문이다. 박 대통령의 DMZ평화공원 조성 계획 발표 직후 기업의 주가는 가파르게 상승했다.

공원 조성계획 발표 이틀만에 ‘하츠’의 주가는 845원(32.06%) 올랐다. 레인지 후드를 제조하는 업체가 DMZ평화공원 테마주에 포함된 이유는 별다른 게 아니다. 이 회사가 보유한 DMZ 근처 경기도 일대 토지에 평화공원이 조성될 경우 땅값이 오를 수 있다는 기대 때문이었다.

 
피혁제품 전문 업체 ‘신우’는 박 대통령의 올케가 사외이사에 재직했었다는 이유로 인맥주에 포함돼 주가 상승을 경험했다. 이처럼 작은 관계만 있어도 인맥 관련 테마주는 우후죽순 생겨나게 마련이다.

박 대통령 테마주의 또 다른 특징은 정책 테마주가 넘쳐난다는 것이다. 이명박(MB) 정부 시절에는 4대강 사업을 포함한 일부 정책 관련주가 테마주로 등장했다. 하지만 박 대통령의 테마주는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다. 대선 시절 공약을 내놓을 때마다 그와 관련된 정책 테마주가 등장해 증시에 영향을 줬다. 박 대통령의 정책 공약인 경제민주화, 고용복지, 노인복지, 일ㆍ가정 양립 등 거의 분야에서 공약과 관련된 테마주가 생겨났고 이런 모습은 정부 출범 이후에도 이어지고 있다.

박 대통령의 정책 테마주 가운데 투자자의 큰 관심을 받은 것은 복지정책 테마주다. ‘생애주기별 맞춤형 복지’ 정책에 걸맞게 연령별의 복지 정책 테마주가 등장했다. 저출산과 보육정책에서는 아가방컴퍼니와 보령메디앙스가 주목을 받았다. 두 회사의 주가는 대선 당시 폭의 상승세를 기록했지만 지금은 부진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2011년 11월 9000원대의 주가를 형성했던 아가방컴퍼니의 주식은 한달만에 2만원까지 상승했다. 하지만 정책 테마주의 거품이 빠지면서 주가도 하락했고 현재 주가는 6000원대 까지 하락했다.

거품이 빠진 이후 정책의 변화로 주식이 더 떨어진 테마주도 있었다. 그 대표적인 예가 노인복지 정책 테마주인 ‘오스코텍’이다. 이 기업은 대선 당시부터 노인복지 테마주 중의 하나였다. 총선과 대선 테마주의 열풍이 불었던 2012년초 노인복지 테마주인 ‘오스코텍’은 한때 85%의 상승률을 기록했다. 하지만 최근 새정부가 기초노령연금 축소에 대한 논란이 일자 회사의 주가는 하락세를 나타냈다.

박 대통령과 관련된 테마주 대부분이 대선 당시에만 반짝 상승세를 보이고 원래의 주가로 회복했다. 하지만 일부 테마주는 상승하기 이전 보다 더 떨어진 경우도 많았다. 일시적인 재료만 갖고 있는 테마주가 지속적으로 상승하긴 어렵다는 사실이 그대로 드러난 것이다.

 
올 4월 한국거래소의 불공정거래 근절 종합대책발표 이후 다소 줄어들긴 했지만 주식시장에는 여전히 테마주가 넘쳐나고 있다. 하지만 테마주를 통해 수익을 올리는 것은 쉽지 않다. 특히 조정세력이 관여하는 테마주에서 개미투자자로 불리는 개인투자자가 테마주를 통해 수익을 올리는 것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쉽게 사라지는 테마주의 거품

또한 이런 테마주들은 짧은 기간에 강세를 보이고 제자리로 돌아갈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수익을 봤더라도 매도 시기를 잘못 판단하면 수익은 도루묵이 될 수 있다. ‘가는 말에 올라타라’는 증시격언도 있지만 가는 말이 어디쯤 있는지 반드시 살펴야 한다는 것이다.

한 증권전문가는 테마주에 돈을 투자하는 것은 투기에 가깝다고 꼬집었다. 해당기업의 성장가능성과 재무제표 등을 분석하지 않고 시장에 떠도는 루머에 현혹돼 섣불리 투자할 경우 손해를 보는 것은 불 보듯 뻔해서다. 특히 테마주의 경우 초단기 시세 조정에 의해 주가와 거래량이 급변하는 경우가 많아 섣부른 추격매수는 독이 될 수 있다.

증권사 관계자는 “테마주에 투자해서 개인 투자자가 이익을 보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며 “투자 기업의 기업정보를 꼼꼼히 분석한 후 기업의 가치를 보고 투자하는 정석투자를 해야 안정적인 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정석대로 투자하는 게 중요하다는 얘기다.
강서구 기자 ksg@thescoop.co.kr | @ksg0620

저작권자 © 더스쿠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