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정부 빚더미 예산안 논란

▲ 박근혜 정부가 6개월 동안 한국은행으로부터 받은 대출금은 단일 회계연도 기준으로 역대 최고다.(사진=뉴시스)
2014년 예산안은 사상 유례 없는 재정적자를 예고하고 있다. 한편에선 복지예산을 탓하고, 다른 한편에선 세금을 더 걷어야 한다며 목소리를 높인다. 그러나 문제의 핵심은 그게 아니다. 박근혜 정부가 ‘세입ㆍ세출예산의 구조조정’을 제대로 추진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2014년 예산안에 대한 비판이 거세다. ‘빚더미 예산’이기 때문이다. 정부는 2014년 총지출액을 357조7000억원으로 책정했다. 올해 본예산(342조원)보다 4.6% 늘었다. 총수입은 올해보다 1조9000억원(-0.5%) 줄어든 370조7000억원으로 잡았다. 지출보다 수입이 많기 때문에 안정적으로 보인다. 

문제는 대출금과 이자 등을 포함한 관리재정수지 적자규모인데, 2014년 예산에서만 25조9000억원에 달한다. 이에 따라 2014년 국가 전체 채무액은 515조2000억원으로 올해보다 34조9000억원 늘어날 전망이다. 국가채무액이 500조원을 넘어서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정부 예상에 따르면 2017년엔 600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박근혜식 복지, 결과는 빚더미

빚지는 속도로 보면 역대 정부 중 최고다. 박원석 정의당 의원실의 자료에 따르면 박근혜 정부가 올해 상반기(6월말 기준)까지 한국은행으로부터 받은 대출금은 67조8000억원(통합계정 60조원, 공공자금관리기금 7조8000억원)이다. 단일 회계연도 기준으로는 사상 최대 규모다. 참여정부가 5년 동안 받은 한은 대출금 39조5244억원보다 1.7배나 많다. 정부의 빚더미 예산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갈수록 커지는 이유다.

 
박원석 의원은 “정부가 중앙은행으로부터 무분별하게 차입을 받으면 하이퍼 인플레이션(중앙은행 통화량의 급격한 증가로 나타나는 통제 불가능한 인플레이션)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어, 선진국에선 정부 대출을 법으로 금지하는 경우가 많다”며 “유럽중앙은행(ECB)이 각국 중앙은행에 정부 대출을 금지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박 의원은 “한은의 발권력은 정부가 창출해낸 이익도 아니고 세금도 아닌 만큼 불가피할 경우에만 제한적으로 동원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홍헌호 시민경제사회연구소 소장은 “문제는 정부가 일반회계 적자를 보전하기 위해 국채를 발행하는 등 적자성 채무가 늘고 있다는 점”이라며 “정부 보유자산 매각 등을 통해 자체 상환이 가능한 금융성 채무와 달리 적자성 채무는 고스란히 국민 부담으로 돌아오는 빚이다”고 지적했다.

빚더미 예산의 원인이 무엇이냐는 논란도 커지고 있다. 한쪽에선 보건ㆍ복지ㆍ고용예산 때문에 재정적자가 늘었다고 주장한다. 내년도 보건ㆍ복지ㆍ고용 예산이 올해보다 8.7% 늘어난 105조9000억원으로 역대 최고치에 달해서다.

반대 논리가 만만찮다. 빚더미 예산이 정부의 세입전망과 세수확보 정책 실패에서 비롯됐다는 것이다. 박근혜 정부가 출범 당시 계획했던 연간 26조9000억원의 세수를 확보하지 못해 적자재정을 편성했다는 얘기다. 홍헌호 소장은 “증세를 하지 않겠다던 박근혜 정부는 재원마련을 위해 매년 예산 절감과 세출 구조조정으로 14조2000억원, 세제개편과 세정개혁으로 9조6000억원, 복지행정 개혁과 공공부문 개혁으로 3조1000억원을 확보하겠다고 했다”며 “하지만 정부는 이들 개혁을 현실화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홍 소장은 정부의 세출규모 산정에도 문제가 있다고 강조했다. 홍 소장은 “정부는 2014년 6개월치 기초연금 예산으로 1조9905억원을 책정했는데, 이를 1년치로 따지면 총 3조0810억원에 불과해 올해 기초노령연금 예산 4조2000억원보다도 적다”며 “통계청에 따르면 65세 인구가 더 늘어나는 것으로 되는데 어떻게 이런 계산이 나오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박원석 의원도 “박근혜 정부의 한은 대출금 규모가 급증한 것은 세입 감소와 부정확한 세입전망 때문”이라며 “재정이 부족하다고 한국은행을 마이너스 통장 삼아 발권력을 동원하는 것은 재정운용을 못하고 있다는 방증”이라고 지적했다.

 
세출구조를 제대로 조정하지 못한 것도 적자재정의 원인으로 꼽힌다. 박근혜 정부는 올해 5월 공약가계부를 제시하면서 지난해 9월 기획재정부가 발표한 2012~2016 국가재정운용계획을 수정했다. 재원확보를 위해 세출구조를 조정하겠다는 취지였다. 그러나 이 작업 역시 순조롭지 않다.

당시 정부가 발표한 2014년 세출구조 조정 목표액은 총 9조5000억원이었다. 의무지출 조정으로 5000억원, 재량지출 조정으로 5조8000억원, 이차보전 전환(지원자금 조달금리와 대출금리의 차이로 인한 이자차액을 보상하는 것)으로 7000억원, 국정과제 재투자로 2조5000억원을 줄인다는 거였다. 

세입ㆍ세출 구조조정 노력 없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재량지출 조정 5조8000억원은 사회간접자본(SOCㆍ1조7000억원)ㆍ산업(8000억원)ㆍ농림(9000억원)ㆍ주택(2조2000억원)ㆍ기타(2000억원) 분야에서 줄일 계획이었다.

하지만 2014년 예산안에서 세출규모는 되레 늘어났다. 23조원이던 SOC예산은 2014년 예산안에서 23조3000억원으로 책정돼 3000억원이 증가했다. 목표치(21조3000억원)보다는 2조원이 늘었다. 농림ㆍ수산ㆍ식품 분야 예산은 18조6000억원으로 목표치(17조7000억원)보다 9000억원 증가했다. 산업ㆍ중소기업ㆍ에너지 예산도 목표치(14조4000억원)보다 9000억원 많은 15조3000억원에 달했다. 복지 분야 역시 당초 17조5000억원이던 예산이 18조2000억원으로 증가했다. 목표치(15조4000억원)로 따지면 오히려 2조8000억원이 늘어난 액수다. 이 수치들은 세출구조 조정계획이 물거품으로 돌아갔음을 잘 보여주고 있다.

 
정부는 ‘빚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세수를 늘리고 총지출 증가율을 하향조정할 계획이다. 재정수지를 개선하겠다는 것이다. 세출절감ㆍ세입기반의 확충, 재정준칙 강화, 재정위험관리 시스템 개선이라는 세부적인 재정건전성 플랜도 세웠다. 그러나 박근혜 정부가 약속을 지킬 것이라는 기대감은 크지 않다. 세입ㆍ세출구조를 현실화할 생각이 없어 보이기 때문이다.

증세 논의도 없다. 현오석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10월 2일 국회에서 열린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2014년부터 2017년까지는 세출구조 조정이 아닌 전망한 세입 내에서 세출이 가능할 것”이라고 밝혔다.

홍헌호 소장은 “복지 공약은 축소되고 적자성 국가 채무가 대폭 늘고 있다는 건 정부의 세입ㆍ세출 정책의 실패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라며 “국내외 경제 상황을 충분히 고려하더라도 현 정부는 애초에 약속했던 세입ㆍ세출 개혁을 거의 하지 않고 있으며, 개혁 의지도 없어 보인다”고 지적했다.
김정덕 기자 juckys@thescoop.co.kr|@juckys3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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