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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갑상어의 가격은 여전히 비싸지만 양식에 성공하면서 마음만 먹으면 누구나 맛볼 수 있는 대중음식이 됐다. 철갑상어의 대중화가 시작된 것이다. 특히 국내 철갑상어 양식 기술은 가까운 일본 등에서 보고 배울 정도로 뛰어나다.

▲ 철갑상어는 머리부터 지느러미까지 어느 부위 하나 버릴 것 없는 영양의 보고다.
철갑상어하면 ‘캐비아’가 떠오른다. 캐비아는 특정 어종을 가공 처리하거나 염장한 알을 가리킨다. 철갑상어 캐비아는 송로버섯ㆍ푸아그라와 함께 세계 3대 애피타이저로 꼽힌다. 맛이 으뜸인데다 철갑상어 자체가 귀해서 옛부터 지도자들이 즐겨 찾았다.

특히 철갑상어는 왕실의 사랑을 듬뿍 받았는데, 역사를 살펴보면 황제들은 철갑상어를 무척 아꼈다. 12세기 영국의 왕 헨리 1세는 철갑상어를 왕실에서만 먹을 수 있도록 규정했다. 철갑상어가 로열 피시(Royal Fish)로 불린 이유다.

만병통치약으로 불렸던 철갑상어

14세기 영국의 왕 에드워드 2세는 모든 철갑상어를 국왕에게 바칠 것을 명령했고, 러시아 황제 니콜라스 2세는 어부들에게 철갑상어와 캐비아를 세금으로 내도록 했다. 중국 왕실에서도 철갑상어는 황제어皇帝魚라고 해서 정력제 혹은 만병통치약으로 통했다.

철갑상어가 지도자가 즐겨 찾는 음식인 이유는 구하기 어려운 음식인데다 머리부터 지느러미까지 어느 부위 하나 버릴 것 없는 영양의 보고라서다. 철갑상어에는 필수 아미노산, 미네랄, 불포화지방산(오메가3) 등이 함유돼 있어, 혈액순환과 두뇌발달에 탁월하다. 지느러미와 연골에는 콜라겐, 칼슘 성분이 많아 피부에 탄력을 주고, 스태미나를 증진해 준다.

이 때문인지 철갑상어는 많은 수난을 겪어야 했다. 폭발적인 인기를 누리면서 개체수가 급감했던 것이다. 지도자의 입맛을 충족하기 위해 너도나도 대량 채취했던 게 부메랑으로 돌아온 셈이다. 1998년 국제연합(UN)이 나섰다. 멸종위기 야생동식물에 관한 국제거래협약(CITES)에 의해 철갑상어를 멸종 위기 어종으로 지정한 것이었다.

조업 금지로 영영 맛보기 어려운 음식이 될 뻔한 철갑상어는 최근 상황이 달라졌다. 철갑상어 양식의 성공으로 개체수가 눈에 띄게 증가한 것이다. 철갑상어전문점은 물론 철갑상어 캐비어를 활용한 화장품과 건강기능 식품까지 등장할 정도다.

 
철갑상어의 가격은 여전히 비싸지만 양식에 성공하면서 마음만 먹으면 누구나 맛볼 수 있는 대중음식이 됐다. 철갑상어의 대중화가 시작된 것이다. 특히 국내 철갑상어 양식 기술은 가까운 일본 등에서 보고 배울 정도로 뛰어나다.

맛과 영양이 뛰어난 철갑상어는 다양한 요리로 대중의 입을 즐겁게 한다. 지느러미부터 연골까지 버릴 게 없어 모든 부위로 요리가 가능하다. 회는 물론 매운탕ㆍ보양탕ㆍ찜ㆍ훈제ㆍ초밥ㆍ골수요리ㆍ쓸개주ㆍ캐비아ㆍ샥스핀 등 종류가 다양하다. 특히 철갑상어 회는 식감을 중요하게 여기는 한국인에게 제격이다. 등살과 뱃살이 단단하면서도 질기지 않고 쫄깃쫄깃하게 씹히는 맛이 일품이다. 횟감으로는 보통 2년 이상 키운 2~3㎏이 적당하다.

양식 성공으로 철갑상어 대중화

최근 강남의 프리미엄 시푸드 뷔페인 마키노차야는 ‘철갑상어 무제한 서비스’를 선보이고 있다. 백화점 리뉴얼 프로모션에서나 볼 수 있었던 철갑상어를 언제든지 맛볼 수 있는 것이다. 여기에 무제한으로 철갑상어를 제공한다니 매력적이다.

맛있는 음식을 찾아서 맛보는 것이 일상인 시대다. 대중화의 문이 활짝 열린 황제의 요리 ‘철갑상어’를 이번 주말에 맛보는 건 어떨까.
문민용 LF FOOD 대표 mikemun@lffoo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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