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중수 총재의 적절치 않은 외유

▲ 외환정책의 사령관 격인 한은 총재가 FOMC 회의 기간에 휴양을 즐긴 것으로 드러났다. 직무유기가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올 9월 18일. 세계의 눈이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로 쏠려 있었다. 미 연방준비제도(Fed)가 양적완화 축소를 결정할지가 초미의 관심사였기 때문이다. 그런 비상시국에 한국의 중앙은행 총재는 강원도에서 휴가를 즐기고 있었다. 김중수 한은 총재는 “언제든지 올 수 있는 가까운 거리에 있었다”고 해명했다.

김중수 한국은행 총재가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 여부를 결정하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 동안 강원도로 휴양을 떠난 것으로 확인돼 논란이 예상된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이낙연 민주당 의원에 따르면 김중수 총재는 FOMC 회의가 열리던 9월 18~20일 강원도 홍천의 D리조트에 머물렀다.

D리조트는 회원가가 1억6000여만원에 달하고 객실 크기가 132㎡(40평)~297㎡(90평) 이르는 최고급 시설이다. 이 시기는 추석 연휴 기간이었지만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양적완화 축소 여부를 결정짓는 중요한 시기였다. 이에 따라 한은 부총재를 반장으로 통화정책ㆍ국제담당 부총재, 조사국장, 거시건전성 분석국장, 금융시장부장, 국제부장, 공보실장 등이 통화금융대책반을 구성하고 24시간 비상근무 체제에 들어간 시점이었다.

김 총재는 9월 4일 중소기업 최고경영자들과의 간담회 자리에서 “특별한 것이 없는 한 이번 FOMC에서 사전 기조(양적완화 축소)대로 가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양적완화 축소 단행을 기정사실화한 바 있다. 외환정책의 사령관 격인 한은 총재가 FOMC 회의 기간에 휴양을 즐긴 것이 직무유기에 해당한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 한국경제의 정책을 결정하는 쌍두마차 김중수 한은 총재(사진 왼쪽)와 현오석 경제부총리.
이 의원은 “대외 환경에 중요한 변화를 앞둔 시점에 직원들은 비상대기시켜 놓고 리조트로 휴양을 간 것은 기관장의 리더십과 중앙은행 총재로서의 자질에 문제가 있다”고 비판했다. 김 총재는 국정감사 자리에서 “휴가간 것이 아니다”며 “서울과 근거리에 있어서 어떤 일이 벌어지더라도 대응이 가능한 거리였다”고 해명했다. 그는 “법인카드도 사용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비상근무 체제에 휴가 즐긴 한은 수장

 
김 총재를 둘러싼 논란은 이뿐만이 아니다. 내년 3월말 임기 만료를 앞둔 김 총재는 10월 15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에서 현지 특파원들과 만나 “금융감독기능은 실력있는 사람이 맡아야 한다”며 “한은에 감독기능을 주면 망할 것”이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지면서 직원들의 반발을 사고 있다.

김 총재는 아울러 “규제는 일반적으로 정부의 책임이고 감독은 중앙은행이 하는 곳도 있고 아닌 곳도 있다”며 “내가 하겠다고 하는 것보다 사회에서 하라고 할 때 하는 것이 맞다”고 말했다. 이어 “한은은 거시건전성감독 기능을 하고 있는데 미시감독 권한을 준다면 망할 수 있다”며 “미시감독 권한을 주면 본래 업무를 망각하게 된다”고 덧붙였다.

한은 노조는 성명을 내고 “중앙은행 총재 신분을 망각한 비상식적인 발언에 분노를 금하지 않을 수 없다”며 사과를 요구했다.

김 총재는 한은 직원을 폄하하는 발언을 했다는 지적에 “한은 직원들의 능력을 폄하한 것이 아니라 최고의 직원을 만들겠다는 의미였다”며 “뉴욕 연준의 사이먼포터나 브라이언 색 등과 같은 최고의 직원을 만들겠다는 것을 그렇게 받아들인 것”이라며 오해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강서구 기자 ksg@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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