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심홀딩스, 자회사 농심기획 정리한 이유

경제민주화 바람이 여전하다. 특히 일감을 몰아주던 기업은 ‘철퇴’를 맞고 있다. 이런 바람을 피하기 위해 자회사를 정리하는 기업이 늘고 있다. 농심홀딩스가 광고대행업체인 농심기획의 지분 전량을 매각한 것은 대표적 사례다. 시장에 부는 ‘자회사 정리바람’을 살펴봤다.

▲ 시장에 '자회사 정리바람'이 불고 있다. 이유는 수익성 악화, 경제민주화 바람 등이다.
GS홈쇼핑(GS샵)은 10월 18일 마케팅 자회사인 지에스샵티앤엠(GS SHOP T&M)을 청산한다고 공시했다. 이보다 두달여 앞선 8월 20일, 농심홀딩스가 자회사 농심기획 지분 전량을 농심에 처분했다. 농심기획 지분 50%를 갖고 있던 신춘호 농심 회장의 자녀(신동원 농심 부회장·신현주 농심기획 부회장)도 주식을 팔았다. 이로써 농심기획은 오너일가의 품에서 완전히 벗어났다. 농심의 광고를 대행하는 농심기획의 지분 절반은 농심홀딩스가, 나머지 절반은 신동원 농심 부회장(10%)과 신현주 농심기획 부회장(40%)이 보유하고 있었다.

두 회사가 자회사를 정리한 것은 부진한 실적 때문이다. GS홈쇼핑의 지난해 매출은 1조247억원으로 전년(9216억원) 대비 11% 늘어났는데, GS샵티앤엠은 같은 기간에 26억1800만원의 순손실을 냈다. 농심기획의 상황도 다르지 않다. 이 회사의 영업이익은 2011년 약 14억원에서 2012년 9억원으로 줄어들었다. 오리새끼로 전락한 자회사를 구조조정 차원에서 정리한 게 아니냐는 얘기가 나오는 이유다.

한 증권사의 연구원은 “라면시장 경쟁이 치열해지고 삼다수 판권까지 잃으면서 농심의 수익성이 떨어졌다”며 “당연히 농심광고에 대부분 의존하는 농심기획은 타격을 입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최근 광고시장이 불황인 것도 하나의 이유”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두 회사가 자회사를 정리한 진짜 이유는 따로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GS홈쇼핑 관계자는 “지에스샵티엔엠을 설립한 취지는 중소기업을 위한 상품을 개발해 홈쇼핑 채널뿐만 아니라 다른 유통채널에도 공급하는 것이었다”며 “하지만 경기침체가 장기화되면서 홈쇼핑 채널이 각광을 받았고, 그러면서 상황이 달라졌다”고 말했다. 그는 “홈쇼핑 사업이 커지면서 지에스샵티엔엠의 사업영역이 애매해졌다”며 “경영효율화 차원에서 정리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홈쇼핑 시장이 예상 외로 성장하면서 선택과 집중 차원에서 자회사를 정리했다는 것이다.

지분 처리로 비판 벗어날까


 
경제민주화와도 연관이 있다. 농심제품의 광고물을 제작하고 광고를 대행하는 농심기획은 ‘일감을 몰아받는다’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실제로 농심기획은 지난해 222억원(포괄손익계산서 기준)의 매출 가운데 120억원(내부거래 비율 54%)을 농심 계열사를 통해 거뒀다.

농심기획을 매각한 농심홀딩스가 최근 자사건물을 관리하는 업체 ‘쓰리에스포유(3sforu)’를 매각한 이유도 같은 맥락에서 풀이된다.

농심그룹의 사옥을 관리하고 식당조리사·영업사원(마트) 등 인력을 공급하기 위해 2005년 설립한 쓰리포유는 농심 오너 일가가 100% 지분을 보유한 기업이었다.

농심 관계자는 “농심기획의 지분정리는 수익성과는 전혀 상관이 없다”며 “경제 민주화 바람과 함께 일감 몰아주기, 오너 일가 소유 지분 등에 대한 비판 때문에 내린 결정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런 이유로 쓰리에스포유 지분 전량을 경비·시설물관리 전문업체 삼구아이앤씨에 넘긴 것”이라며 “농심기획 지분은 농심에 처분했지만 향후 중소 광고업체에 일감을 넘겨줄 계획도 갖고 있다”고 말했다.
김미선 기자 story@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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