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정학의 고전성형열전

▲ 고사를 보면 여인이 미를 지키지 못할 때 임금이 변심을 했다.
한 방송사의 역사 드라마 ‘장옥정, 사랑에 살다’를 재미있게 시청한 적이 있다. 장옥정 역을 맡은 김태희는 눈부시게 아름다운 미모를 뽐냈고, 인현왕후 역의 홍수현은 말끝마다 고전을 뱉을 정도로 해박하고 지적이었다.

극 중에는 자주 ‘성총聖寵’이란 말이 언급됐다. 성총이란 ‘임금의 총애’를 말한다. 궁중의 여자는 임금의 사랑이 있으면 살고, 없으면 기가 죽는가 보다. 기가 죽은 인현왕후가 라이벌 장옥정을 압박하기 위해 꺼낸 무기는 ‘역사歷史’였다. 중국 한나라 때 유방을 예로 들면서 ‘여치’와 ‘척부인’의 이야기로 옥정의 가슴을 서늘하게 만드는가 하면, 춘추시대 때 위나라 대부를 지낸 바 있는 ‘미자하彌子瑕와 복숭아’의 고사 이야기를 들어 옥정의 기세를 꺾고자 했다.

그런데 미자하는 여자가 아닌 남자였다. 추측컨대 여자보다 더 예쁜 남자가 아니었을까 싶다. 그랬기에 위衛나라 임금의 총애를 한몸에 받기 시작했다. 미자하가 아직 소년이던 어느날, 임금을 따라 걷던 그는 복숭아가 탐스럽게 열린 걸 보고 덥석 베어 물었다. 불손하게도 임금에게 먼저 먹어보라는 말 한마디 없이 그랬다. 게다가 먹다 남은 복숭아를 임금에게 먹어보라고 바쳤다. 당시에는 이런 식의 대화가 오갔다고 한다.

“임금님, 맛이 정말 좋습니다.” “그 맛있는 것을 혼자 다 먹지 않고 과인을 생각해 주다니 기특하고, 또 과인에 대한 너의 사랑을 알겠구나.” ‘먹다가 남은 복숭아를 준 죄’라는 뜻의 고사성어 ‘여도지죄餘桃之罪’란 말은 여기서 유래했다. 똑같은 행동을 하더라도 상대의 총애와 미움을 받을 때에 따라 전혀 다른 결과를 얻으니, 이를 경계하라는 의미다.

하지만 어쩌랴. 어느 한순간에 총애를 잃고 사랑을 잃는 것은 새삼스런 일이 아니다. 임의 ‘변덕變德’도 이유지만 가는 세월을 비껴가지 못하는 ‘미색美色의 노화’에도 원인이 있을 게다. 고전 「순자荀子」에는 다음과 같은 명언이 등장한다. “교사지연야敎使之然也.” ‘교육이 그를 그렇게 만들었다’는 얘기다. 얘기하자면 ‘그’의 현재 모습은 교육이 그렇게 만들었다는 의미다. “소립자연야所立者然也.” 이는 ‘입장이 그렇기 때문이다’고 풀이할 수 있다. 다시 말해 입장이 그렇기 때문에 그와 같은 결과가 된 것이라는 의미다.

장옥정과 인현왕후의 엇갈리는 희비와 운명은 ‘입장이 그렇기 때문’으로 이해할 수 있고 ‘교육이 그를 그렇게 만들었다’고 결론지을 수 있다. 가족ㆍ친구ㆍ애인ㆍ부부 등의 인간관계도 마찬가지다. 서로의 ‘사랑’이 있으면 ‘사는 것’이고 한쪽의 ‘사랑’이 없으면 ‘죽는 것’이며 이를 조심하지 않고 수수방관만 한다면 ‘깨진 유리창’으로 ‘나’는 외롭게 남는 거다. 성총은 미색을 잃으면 사라졌다. 하지만 현대의 사랑은 성형이 지킬 수도 있다. 
양정학 제림성형외과 원장 junghakyanng@gmail.com

저작권자 © 더스쿠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