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분기 원ㆍ달러 환율 전망

▲ 원화 강세는 수출 실적을 악화시켜 한국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

원ㆍ달러 환율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원화강세 현상이 계속되고 있어서다. 원화 강세는 한국의 경제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수출 실적 악화를 불러올 수 있기 때문이다. 4분기 이후 원•달러 환율은 어떤 모습을 보일까. 원화 강세가 얼마나 이어질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원ㆍ달러 환율이 출렁이고 있다. 지난 10월 24일 월ㆍ달러 환율은 장중 한때 1054.3원을 기록해 연저점(종가기준 1054.7원)을 밑돌았다. 심상치 않은 환율의 움직임에 외환당국이 즉각적으로 개입했다.

최희남 기획재정부 국제금융정책국장과 유상대 한국은행 국제국장은 공동명의로 “정부와 한국은행은 최근 원ㆍ달러 환율의 일방적인 하락 움직임이 다소 과도하다 생각하고 시장내 쏠림현상이 심화되는 것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며 “이런 시장 동향을 예의주시하고 있으며 과도한 쏠림이 계속될 경우 이를 완화하기 위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밝혔다.

외환당국의 구두개입으로 환율은 1061.0원으로 장을 마감했다. 9월 18일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의 양적완화 축소 계획이 연기되면서 글로벌 달러화의 약세 현상이 나타났다. 반대로 그동안 약세를 면치 못하던 신흥국 통화는 강세로 전환됐다.

 
경상수지 적자 지속의 영향으로 신흥국 금융위기 가능성까지 등장했던 인도네시아와 인도의 통화도 9월 FOMC 이후 화폐의 가치가 1%가량 상승했다. 신흥국의 통화와 비슷한 흐름을 보이던 원화는 경상수지 흑자 유지와 양호한 경제 기초체력 덕분에 신흥국과 다른 모습을 보였다.

시장의 관심은 지금 나타나고 있는 원ㆍ달러 환율의 강세가 연저점을 밑돌 정도의 지속성을 가지고 있느냐다. 우리나라의 기초경제여건 이상의 원화 강세는 경제성장의 기본이 되는 수출실적 악화를 불러와 내년 목표하고 있는 3% 중반의 경제성장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원ㆍ달러 환율은 6월말 1159.1원(기준환율 기준)으로 최고점을 기록한 이후 가파른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환율은 지난 24일 1061.0원을 기록해 약 4개월 동안 8.5% 절상됐다. 원화강세의 요인은 크게 세가지로 볼 수 있다.

첫째 경상수지 흑자 기조다. 한국은 지난해 2월 이후 19개월 연속 경상수지 흑자를 유지하고 있다. 이에 따라 올해 경상수지 흑자는 사상최대치를 기록할 전망이다. 지난 2분기 경상수지는 국내총생산(GDP)대비 6.7%를 기록했다. 올해 경상수지 흑자규모는 사상최대치인 630억 달러를 달성할 것으로 예상된다. 경상수지 흑자규모는 GDP대비 5.2%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대체로 경상수지 흑자 규모가 GDP 대비 3% 이상이면 통화 강세요인으로 작용한다. 또한 지난 2010년 10월 세계 주요국가(G20) 재무장관회의에서 경상수지 흑자 비율이 4.5%를 넘어서면 정부의 환율개입을 제한하기로 합의했다. 이에 따라 5.2%에 달하는 경상수지 흑자규모는 외환당국의 환율 개입 제한요인로 작용할 공산이 크다.

수요와 공급면에서도 거주자 외화예금이 사상최대치인 424억 달러를 기록하며 달러 매도세가 우위에 있다. 외화예금 잔액은 올해 5월 330억 달러까지 축소된 이후 다시 상승세를 보이며 8월부터 400억 달러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강세를 보이는 원ㆍ달러 환율

둘째 신흥국의 경제성장이 둔화세를 겪고 있는 가운데 안정적인 경제여건을 가지고 있는 국내 증시에 대한 외국인 투자자의 순매수세가 지속되고 있어서다. 풍부한 글로벌 유동성을 이용해 자국내 투자와 소비활성화를 통해 경제성장을 꾀하던 인도ㆍ인도네시아 등의 신흥국은 글로벌 경기회복에도 불구하고 경제성장률이 둔화되고 있다.

▲ 원화는 유로화와 엔화 같은 선진국 통화와 비슷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이 올해 초 예상한 신흥국의 경제성장률을 5%이상이었다. 하지만 최근 전망에서는 인도는 무려 2% 가까이 떨어진 3.8%성장, 인도네시아는 1% 하락한 5.3% 성장에 그칠 것으로 예상했다. 그 결과 한국의 경제상황이 더욱 부각되고 있다. 수출중심의 경제성장을 하고 있는 우리나라의 경제 성장률 전망치는 변화 없이 2.8% 달성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러한 안정적인 전망이 외국인 투자자의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는 것이다.

이런 신흥국과의 차별화는 외국인의 매수세로 나타나고 있다. 양적완화 축소 이슈가 발생하기 전인 5월까지 외국인 투자자는 동남아시아 국가의 경기 부양적 통화정책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며 인도 증시에 153억5000만 달러, 인도네시아 증시에 19억8000만 달러의 순매수세를 기록했다. 하지만 양적완화 축소 우려가 등장한 이후 대부분의 신흥국에서 투자금이 빠져나가기 시작했다.

현재는 신흥국 간의 자금유입에서 차별화된 모습이 나타고 있다. 한국은 미국 금리상승의 영향을 적게 받고 제조업 기반이 강해 외국인 투자자의 긍정적인 평가를 받아 자금 유입이 이뤄지고 있다. 게다가 저평가된 증시의 매력으로 인해 외국인 투자자의 순매수세도 나타났다.

올해 국내증시를 힘들게 했던 것은 엔저와 뱅가드 벤치마크 변경 등의 영향으로 발생한 외국인의 매도세였다. 하지만 지금은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외국인 투자자는 순매도 규모를 만회하고 10월 중순 현재 55억7000만 달러의 매수세를 기록하고 있다.

또한 3분기 수출증가율은 2.3%로 2012년 2분기 이후 6분기 만에 0%대 성장률에서 벗어났다. 이에 따라 외국인 투자자가 가진 국내증시에 대한 긍정적인 기대는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셋째 연방준비제도(Fed)의 양적완화 축소 시행 연기로 인해 글로벌 달러의 약세가 당분간 지속될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점이다. 올해초 급격한 엔저에 따른 수출 악화 우려의 영향으로 원화 약세현상이 나타났다. 엔ㆍ달러 환율은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 우려가 발생한 지난 5월 103엔을 고점으로 98~100엔의 박스권에서 등락을 거듭하고 있다.

이후 양적완화 축소 시행 가능성이 높아질 때마다 달러화 강세가 일시적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미국 장기시장금리의 급등에 따른 경기둔화 우려와 재정 불확실성의 영향으로 양적완화 시행 시기가 연기되면서 하반기 달러화의 약세가 이어지고 있다. 게다가 9월 미국 고용지표가 시장예상을 밑돌아 양적완화 축소의 연내 시행 가능성이 낮아졌고 이는 원화강세를 부추기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원화 강세 요인이 더 많아

이처럼 원화 강세 요인은 다양하다. 하지만 약세요인은 외환당국의 환율시장 개입 가능성 정도밖에 없는 상황이다. 원ㆍ달러 환율이 연저점을 밑돌자 외환당국의 구두개입이 있었다. 이와 함께 환율시장 안정방안으로 공기업의 불요불급한 해외차입을 최대한 억제하며 국내에서의 외화조달을 유도해 나갈 방침을 밝혔다. 외환당국의 개입으로 환율은 5.2원 반등하며 1061원에 거래를 마쳤다. 이에 환율시장은 당분간 관망세를 유지하며 1060원대를 유지할 가능성이 크다.

실질실효환율로 판단한 원ㆍ달러 환율은 아직 저평가된 수준이라고 할 수 있으며 여전히 원화 강세요인이 더 우세한 것으로 보인다. 또한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가 지연될 경우 원화강세 압력으로 1050원까지 하락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하지만 외환당국의 개입 가능성을 생각할 때 1055~1065원 사이에서 등락을 거듭할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내년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의 시행으로 달러화가 완만한 강세로 전환될 경우 원화의 완만한 약세가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
강현구 현대증권 애널리스트 hg.kang@hdsrc.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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