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알 같은 경품史

날이 갈수록 백화점 사은품이 진화하고 있다. 롯데백화점의 첫 사은품은 껌이었다. 경품 역사도 눈에 띈다. 1998년 외환위기 때는 아파트가 경품으로 등장하기도 했다. 2009년에는 우주여행을 경품으로 나오면서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

▲ 서울 롯데백화점 잠실점에서 열린 창립 30주년 기념 우주여행 경품 추첨행사에서 추첨인으로 선정된 고객이 행운권을 뽑고 있는 모습.
1979년 창립한 롯데백화점은 이듬해인 1980년 창립 1주년 기념. 사은행사를 열었다. 이때 500원 이상을 구매한 고객에게는 50원짜리 껌이 사은품으로, 1만원 이상 구매 고객에게는 소시지 한갑이 따라갔다. 1980년은 짜장면이 300원, 담배가 한갑에 500원 하던 때다. 당시 정장 1벌은 4만5000원이었다. 이 점을 감안하면 50원짜리 껌 한통이 누구나 쉽게 접할 수 있는 대중적인 기호 식품은 아니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렇게 시작된 사은품 역사는 1980년대 초반에 연필깎이·쟁반세트·접시세트 등 점차 다양해졌다. 시간이 지나면서 사은품 증정 구매액수도 늘어났다.

1980년대 중반 이후 롯데·현대·신세계 등 대형백화점의 신규 점포가 늘어나면서 사은품 행사를 통한 고객유치 경쟁도 치열해졌다. 백화점별로 사은품의 품목도 다양해지고 차별화된 것도 이때부터다. 1990년부터는 소득 수준에 따라 사은품을 차별화하기도 했다. 휴대전화와 진공청소기, 그릇세트 등 고가의 사은품이 등장했던 때도 이때다. 외환위기 당시인 1998년에는 극도로 위축된 소비 심리를 살리기 위해 처음으로 100만원 이상 구매 고객에 전자레인지와 소형냉장고를 사은품으로 증정했다.

2000년대에는 본격적으로 백화점 상품권이 사은품으로 등장하기 시작했다. 지금도 가장 인기가 좋은 사은품은 백화점 상품권이다.

2000년대 중반부터는 경기침체 영향으로 그동안 별다른 관심을 받지 못했던 각 티슈·세제·휴지통·냄비세트 등 과거 인기를 끌었던 생필품이 고객의 인기를 다시 얻기도 했다. 요즘 트렌드는 조금 다르다. 해외 디자이너 패션 백, 문화공연 관람권, 해외여행권 등 개개인의 다양한 라이프스타일을 고려한 사은품이 인기다.

 
우주여행 경품으로 등장

파격적인 경품을 내걸어 온 것도 연일 화제였다. 롯데백화점은 1997년 등록세 등 세금을 제외한 2500만원대 승용차 엔터프라이즈를 경품으로 내걸어 당시 유통업계의 경품 가운데 단일 제품 최고가를 기록했다.
금융·재테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주식경품, 증권계좌 등 금융상품이 경품으로 등장하기도 했다. 2000년대 말부터는 기존에는 없었던 독특한 경품이 등장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

2009년 창립 30주년을 맞이한 롯데백화점은 우주여행을 경품으로 등장시켜 많은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 당시 롯데백화점이 내건 2억2000만원짜리 우주여행 경품에 당첨된 30대 여성은 우주여행을 가는 대신 롯데백화점 상품권 2억원어치를 받아간 것으로 알려졌다.

같은해 롯데백화점은 분양가 5억8000만원짜리 158.67㎡(48평) 아파트를 비롯해 108일간의 세계 일주 크루즈(1인 1억원 규모), 남극·북극여행, 미국 그랜드캐년 여행 등 유례없는 경품을 선보이기도 했다.

류민열 롯데백화점 광주점 점장은 “매년 창립 사은행사에 나오는 사은품은 시대의 변화와 소비자들의 선호도, 경기 등을 함께 반영해 선정하게 된다”며 “지나간 사은품 역사를 통해 시대의 변천사를 한눈에 살펴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김미선 기자 story@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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