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ver 총론] 건설업계 DNA 바꾸는 흥미로운 바람

▲ 양평 숲속마을의 집은 사고파는 부동산이 아니라 가족을 위한 쉼터다.(사진=메종 드 라파미 제공)
분양률 100%는 건설업계의 희망사항이다. 하지만 이를 위해 그들은 어떤 노력을 했을까. 아무것도 없다. ‘소비자의’ ‘소비자를 위한’ 집을 만들어 팔지 않았다. 분양률 100%의 비결은 의외로 간단하다. 소비자가 원하는 집을 만들어 주면 된다. 건설업계 스스로 ‘공급자 마인드’를 버려야 한다는 얘기다.

건설업계가 최악의 경기침체로 시련의 계절을 보내고 있다. 대한건설협회 자료에 따르면 건설업계 매출증가율은 2007년 13.6%에서 2012년 5.9%로 크게 하락했다. 같은 기간 순이익률도 6.4%에서 0.4%로 떨어졌다. 평균 부채비율은 140% 아래로 내려온 적이 없다. ‘적절한 대책을 마련해 달라’는 건설업계의 아우성이 끝나지 않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하지만 건설업계도 한번쯤은 반성할 필요가 있다. 입찰담합, 가격담합, 불법 하도급, 불법 커넥션 등으로 부당이득을 취하고, 부실공사로 숱한 물의를 일으켰기 때문만은 아니다. 
   
공급자 마인드 버리면 분양률 100%

그동안 건설업계는 안일함에 젖어 있었다. 소비자보단 공급자 마인드가 강했다. 한번 지으면 끝이었고, 애프터서비스(AS)에 신경을 쓰지도 않았다. 대부분의 기업이 실시하는 ‘고객만족경영’과는 전혀 다른 행보다. 시행사와 시공사는 천편일률적인 아파트를 지으면서도 소비자(입주자)가 원하는 집이 어떤 것인지 고민하지 않았다. 소비자는 공급자가 맘대로 만든 집 가운데에서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 돈은 소비자가 내는데, 건설업체는 갑甲의 위치에 군림했다.

 
그러면서도 건설사들은 집 없는 이들을 위해 저렴하고 튼튼한 아파트를 공급한 적이 거의 없다. 시행(부동산)과 시공(건설)을 쥐락펴락하면서 부동산 거품만 한껏 키웠다. 시행사는 땅을 비싸게 매입하고, 시공사는 싼 재료를 비싸게 공급받으며 소비자에게 덤터기를 씌웠다. 지금의 미분양 사태, 건설업계 침체는 어찌 보면 당연한 결과다.

특히 미분양은 건설업계의 숨통을 조이는 난제難題다. 건설불황의 근원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분양만 잘 됐다면 유동성이 막힌 건설사와 협력업체가 속출하진 않았을 게다. 이젠 건설업계 스스로 소비자의 시각을 존중해야 할 때다.  소비자가 원하는 건물만 만들어도 미분양을 걱정할 필요가 없어서다. 다행스럽게도 ‘갑’의 자리를 버리고 변신을 꾀하는 건설업체가 조금씩 늘고 있다. 시행사ㆍ시공사ㆍ설계사가 제 역할만 하면서 가격거품을 빼고 있는 것이다.

경기도 양평에 조성된 ‘숲속마을’의 시행사는 택지조성만 하고 손을 뗐다. 설계사와 시공사는 이곳에 아파트가 아닌 소비자가 원하는 맞춤형 단독주택을 만들어 제공했다. 경기도 용인의 ‘라움빌리지’도 이런 식으로 만들어졌다.

 
그러자 놀라운 일이 일어났다. 분양률은 100%, 소비자 만족도는 120%인 주택단지가 만들어졌다. 시행사와 시공사가 아닌 입주자가 건설과정을 통제했기 때문에 가격은 투명하게 오픈됐다. 건설업계의 영원한 숙제가 단박에 해결된 셈이다.

입주자만 득을 본 건 아니다. 시행사ㆍ시공사와 설계사에게 건축문의가 쏟아졌다. 마을주민은 특별한 공동체를 만들었다. 서울의 아파트에선 인사조차 하지 않던 이들이 마음의 문을 열고 이웃사촌이 됐다. 물론 시행사ㆍ시공사ㆍ설계사가 이렇게 긍정적 결과를 기대했던 건 아니다. 권한을 잘게 쪼개고 나누자 좋은 결과가 자연스럽게 따라왔다.

사고뭉치라고 손가락질받던 건설업계가 소비자를 위한 ‘드림타운(Dream Tow n)’을 조성한 셈이다. 건설업계의 DNA를 바꿀 만한 흥미로운 바람이다.
김정덕 기자 juckys@thescoop.co.kr|@juckys3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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