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ver 파트2] 전문가 인터뷰 | 이현욱 이현욱좋은집연구소 소장

▲ 시행사는 땅을 분양하고, 설계사는 설계를 하고, 시공사는 공사를 하면 건설업계가 건전해진다.(사진=메종 드 라파미 제공)
양평 숲속마을의 건축시스템은 철저한 분업이다. 시행사는 택지를 조성해 분양하고 건축설계사는 설계와 감리를 맡고, 시공사는 설계에 따라 시공만 한다. 이현욱 이현욱좋은집연구소 소장은 “이런 분업시스템이 건설업계를 건전하게 만들어 시행사부터 입주자까지 만족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대부분의 산업은 ‘다품종 소량생산체제’로 바뀌었다. 그러나 건설업계만은 예외다. 여전히 대규모 아파트 단지가 중심인 ‘소품종 대량생산체제’다. 이는 한국 건설업계의 독특한 구조에서 기인한 것이다. 아파트 단지조성 등 건설작업을 대형 시공사 또는 대형 시행사가 도맡고 있기 때문에 독특한 건축물이 나올 여지가 별로 없었다. 그러나 최근 들어 건설업계의 변화의 바람이 깃들고 있다. ‘내가 원하는 집을 만들어 입주하겠다’는 목소리가 높아지면서 건설업계의 구조가 ‘시행사ㆍ설계사ㆍ시공사’로 나눠지고 있다. 이현욱 소장은 “건설업계의 오랜 관행을 깨뜨릴 만한 긍정적인 움직임”이라고 평했다.

 
▲ 주택건설시장에 어떤 변화가 일고 있나.
“예전에는 건설사가 만든 집에서 불평 없이 살았다. 건설사가 지어놓고 ‘이게 좋은 거다’ 하면 그런 줄 알았다. 하지만 따지는 걸 좋아하는 요즘 젊은 세대는 그렇지 않다. 자고 나면 집값이 오르는 시절도 지났다. 그러니 자기가 원하는 집을 만들겠다는 이들이 많아지고 있다. 이제 짓는 대로 팔린다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

▲ 건설업계에 분업이 이뤄지면 어떤 이득이 있나.
“시공사는 비싼 재료를 써서 집을 지으려 한다. 그래야 이윤이 많이 남기 때문이다. 설계사는 입주자의 의견을 듣고 그걸 구현하는 입장이다. 이를 위해 공사 감리도 한다. 설계사가 제 역할을 하면 입주자는 부실하지 않은 좋은 집을 갖게 된다.”

▲ 시행사엔 이로울 게 없어 보인다.
“시행사는 대형 프로젝트를 통한 ‘대박 장사’를 할 수 없다. 시공사를 자신들이 선정해 주택을 싸게 짓고 비싸게 팔아 이윤을 남겼던 시행사 입장에선 이전보다 손해를 본다. 하나의 시공사를 두고 공사를 지시할 때보다 할 일도 많아진다. 하지만 시행사ㆍ시공사ㆍ설계사가 제 역할을 하는 시스템이 정상이다.”

▲ 이현욱 소장은 이젠 건설업도 다품종 소량생산체제로 가야한다고 강조했다.(사진=이현욱좋은집연구소 제공)
▲ 분업시스템 변화가 주택가격에도 영향을 미치는가.
“시행사는 땅을 분양하고, 설계사는 설계ㆍ감리를 하고, 시공사는 실제 공사를 맡는다. 그러면 주택가격이 명확히 드러난다. 부풀려진 곳이 있다면 이 역시 드러난다. 그러니 예전처럼 원가도 모르고 집을 살 필요가 없어진다. 분양을 위한 모델하우스도 없으니 비용은 더 줄어든다. 자연스럽게 가격 거품도 사라진다. 시장이 깨끗해지고 합리적인 가격이 형성될 수 있다는 얘기다.”

▲ 수요자 중심의 분업시스템이 자리 잡으려면.
“대형 프로젝트로 대박을 노릴 수 없는 시대다. 때문에 아파트 단지를 조성하더라도 잘게 쪼개야 한다. 수요자의 요구에 맞춰서 다품종 소량생산체제로 가는 거다. 사람의 기본이 의식주인데 미분양이 어디 있고, 건설 불황이 어디 있겠는가. 시행사와 대형 건설사는 기득권을 버리고 바뀐 사회적 분위기에 적응해야 한다. 건설업계와 입주자 모두를 위하는 길이다.”
김정덕 기자 juckys@thescoop.co.kr|@juckys3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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