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 반도체 꿈 접고 애물단지 털다
30년 반도체 꿈 접고 애물단지 털다
  • 박용선 기자
  • 호수 69
  • 승인 2013.11.26 08:5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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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조조정 나선 김준기 회장

김준기 동부그룹 회장이 고강도 구조조정 방안을 내놨다. 그가 그룹 성장동력으로 육성했던 반도체사업을 매각한다는 게 핵심이다. 김 회장에겐 30년 ‘꿈’을 접는 것이지만 시장은 환호했다. 실적 부진, 대규모 투자가 이뤄져야 하는 그룹 ‘골칫거리’가 사라지기 때문이다.

▲ 동부그룹이 동부하이텍·동부메탈 등 핵심 계열사를 매각하는 구조조정에 나섰다. 사진은 김준기 동부그룹 회장.
김준기 동부그룹 회장이 유동성 위기를 잠재우기 위해 고강도 자구계획을 내놨다. 동부는 11월 17일 동부하이텍ㆍ동부메탈 등 그룹 핵심 계열사를 매각해 2015년까지 3조원의 자금을 마련한다고 밝혔다. 김 회장도 보유 계열사 지분을 처분하는 방식으로 사재를 출연한다. 동부 관계자는 “고강도 구조조정을 통해 2015년까지 재무구조개선 약정을 졸업할 계획”이라며 “금융ㆍ철강ㆍ전자ㆍ농업 및 바이오 등 4대 주력분야를 중점적으로 키워나가겠다”고 말했다.

최근 STXㆍ동양그룹 등이 연이어 무너지면서 재무 건전성에 대한 금융당국과 시장의 압박이 거세지자 김 회장이 이를 수용한 것으로 보인다. 우선 시장은 긍정적인 시그널을 보이고 있다. 동부CNI, 동부제철, 동부하이텍 등 동부그룹주의 주가는 11월 18일 모두 상한가를 기록했다.

 
전문가들도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부채비율이 270%에 달하는 동부는 시장에서 동양ㆍSTX 이후 부실기업으로 지목됐다. STX는 성장 위주의 정책을 펼치다 2008년부터 시작된 조선업 불황이라는 높은 파도를 넘지 못했다.

동양 역시 2000년대 중반부터 시멘트와 레미콘 등 주력사업의 수익성이 나빠지기 시작했지만 사업 구조조정을 미뤘다. 그 상태에서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와 건설경기 부진을 맞았고, 그룹 전체가 위기에 빠졌다.

하지만 동부는 이번 구조조정 계획을 통해 이들과는 다르다는 것을 보여줬다. M&A 업계 한 전문가는 “대기업 총수들이 계열사 소유에 얽매여 현 경영상황을 제대로 보지 못하고 있다”며 “이번 동부의 경우 선제적인 구조조정을 통해 부실을 털어냈다는 측면에서 긍정적이다”고 말했다.

특히 김 회장이 그룹 미래성장동력으로 여겼던 반도체 사업을 접는다는 것은 의미가 크다. 그는 비메모리 반도체 회사 동부하이텍을 그룹 핵심 사업으로 육성했다. 김 회장은 1983년 몬산토와 합작해 코실(현 LG실트론)이라는 회사를 만들어 국내 최초로 반도체 재료인 웨이퍼 제조업에 뛰어들었다. 이후 1997년 동부하이텍의 전신인 동부전자를 설립해 시스템반도체 사업을 시작했다. 2002년에는 동부전자보다 덩치가 50배 이상 큰 아남반도체를 인수했다.

선제적 구조조정 통할까

김 회장은 반도체 사업에 대한 의지를 내비치곤 했다. 그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을 당시 “시스템반도체 사업은 국가를 위해 꼭 필요한 사업”이라며 “어떤 위험이 따르더라도 도전할 것”이라고 말했다. 2009년 10월엔 동부하이텍의 재무구조를 개선하기 위해 3500억원의 사재를 출연했다.

하지만 동부하이텍은 1997년 이후 지난해까지 15년간 단 한번도 흑자를 내지 못했다. 올 상반기 영업이익 48억원을 기록, 반도체 사업을 시작한 이래 처음으로 연간 흑자를 넘보는 상황이다. 반면 그동안 투자한 돈은 2조원이 넘는다. 이 때문에 반도체는 동부그룹의 ‘골칫거리’로 여겨졌다.

 
김 회장은 더 이상 고집을 부리지 않았다. 잘못했다간 그룹 전체 운명이 날아갈 수 있어서다. 반도체는 조 단위 투자가 필요한 사업이다. 앞으로 더욱 막대한 투자가 필요하다는 얘기다.

동부 관계자는 “과거 엄청난 투자와 각고의 노력을 통해 이제 사업이 정상궤도에 올랐다”면서도 “반도체 부문의 향후 투자에 대한 금융권의 계속되는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 불가피하게 매각을 결정하게 됐다”고 말했다.

세계 2위 합금철 회사인 동부메탈도 매각한다. 우선 동부메탈이 보유하고 있는 지분에 김준기 회장이 1인 대주주로 있는 동부인베스트먼트 보유 지분과 동부스탁인베스트먼트 보유 지분을 합친 경영권이 있는 지분을 매각한다. 동부메탈은 지난해 매출 6100억원, 영업이익 298억원을 기록, 꾸준히 흑자를 내며 그룹 ‘캐시카우(현금창출원)’ 역할을 했다.

동부제철은 인천공장과 당진항만을 매각한다. 이를 통해 2조3500억원의 차입금을 내년에는 1조원 이하로, 2015년에는 9000억원 이하로 대폭 줄인다는 계획이다. 269%의 부채비율은 내년 154%, 2015년에는 140%로 낮춘다. 인천 냉연공장은 연간 영업이익이 800억원에 이르는 알짜 사업장이다.

동부건설은 동부발전당진 지분을 비롯한 각종 자산 매각을 추진한다. 이미 동자동 오피스빌딩을 성공적으로 매각한 데 이어 자회사인 동부익스프레스 지분 처분을 위한 막바지 작업도 진행하고 있다.

 
김 회장은 이번 자구 계획에 사재 출연도 포함했다. 김 회장은 보유 계열사 지분 중 일부를 처분, 1000억원가량의 재원을 동부제철 유상증자 등에 투입할 예정이다.

동부는 이번 고강도 구조조정을 통해 현재 6조3000억원인 차입금을 2015년까지 2조9000억원대로 대폭 줄일 계획이다. 또 부채비율은 현재 270%에서 170%로 낮춘다. 이를 통해 주 채권은행인 산업은행과의 재무구조개선 약정을 졸업한다는 게 목표다.

2015년까지 3조원 마련

향후 그룹 구조는 금융ㆍ철강ㆍ전자ㆍ농업 및 바이오 등 4대 사업 부문으로 재편한다. 동부 관계자는 “앞으로 불경기가 3~4년은 더 지속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며 “이에 대비해 주력 사업의 경쟁력을 보다 강화해 지속성장이 가능한 기업체질을 굳건히 하겠다는 전략”이라고 말했다.

전자분야는 부품사업인 반도체부문을 매각하는 대신 가전ㆍ로봇ㆍ로봇ㆍLEDㆍIT 등 세트사업 중심의 B2C 분야에 집중할 계획이다. 농업ㆍ바이오분야는 기존 농자재분야의 확고한 사업경쟁력을 바탕으로 바이오분야를 집중 육성한다. 철강분야는 합금철부문을 매각하고, 전기로제철사업의 안착과 글로벌 경쟁력 강화에 나선다. 금융분야는 동부화재를 중심으로 금융 선진국인 미국 본토에서 거둔 성공을 바탕으로 글로벌 금융시장 진출을 확대해 나간다.
박용선 기자 brave11@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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