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혼합판매제도의 비밀

자동차 혼합판매는 ‘작은 모터쇼’라고 불린다. 소비자가 한 매장에서 다양한 브랜드의 차량을 비교ㆍ구매할 수 있어서다. 또 다른 별명은 ‘싸움터’다. 완성차업체간 경쟁을 유도하기 때문이다. 이런 경쟁의 이익은 고스란히 소비자에게 돌아간다.

▲ 국내 시장에 ‘자동차 혼합판매’가 이뤄져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 한 소비자가 자동차를 사기 위해 매장을 찾았다. 해당업체의 주력 차량만이 전시돼 있다. 그는 다양한 브랜드의 차량을 비교해 보고 싶었지만 그러지 못한 게 아쉬웠다. 국내 자동차 판매가 브랜드별로 따로 이뤄지고 있어서다. 반면 미국은 다양한 브랜드를 한 곳에 모은 ‘편집셥’ 개념으로 자동차 판매가 이뤄지고 있다.

국내시장에서 ‘자동차 혼합판매’가 이뤄져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혼합판매는 10월 15일 정무위 국정감사에서 노대래 공정거래위원장를 향한 조원진 새누리당 의원의 “현대차ㆍ기아차 독점체제를 개선하기 위해 혼합판매제도를 도입하는 것은 어떤가”라는 질의에서 시작됐다. 현대차와 기아차는 국내 자동차 시장의 80%가량을 점유하고 있다. 지나친 과점이 아니냐는 지적이 많다. 완성차 업체의 활발한 경쟁을 유도할 수 있는 혼합판매제도 도입이 거론되는 이유다.

자동차 혼합판매는 다양한 자동차 브랜드를 한곳에 모아서 판매하는 방식을 말한다. 미국 등 자동차 선진 시장에선 혼합판매가 이뤄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혼합판매를 ‘작은 모터쇼’라고 말한다. 소비자가 현장에서 다양한 브랜드의 차량을 비교하고 구매할 수 있기 때문이다.

소비자가 얻는 이익은 생각보다 많다. 우선 ‘구매의 편리성’이 크다. 소형차 구매를 원한다면 여기저기 브랜드 매장을 찾아다닐 필요가 없다. 혼합판매가 이뤄지는 한곳만 가서 브랜드별로 진열된 차량을 비교하고 고르면 된다.

가장 큰 효과는 완성차 업체의 경쟁을 유도한다는 점이다. 혼합판매는 완성차 업체간 ‘맞대결’로 통한다. 차량을 옆에 두고 경쟁을 펼치는 작은 싸움터다. 이 때문에 브랜드 끼리의 경쟁이 치열할 수밖에 없다.

당연히 소비자는 보다 싼값에 차량을 구매할 수 있다. 혼합판매는 자동차의 제조(완성차업체)와 판매(딜러)가 구분되는 ‘딜러제도’가 전제된다. 현재 국내에서 이뤄지고 있는 직영ㆍ대리점 판매는 완성차업체가 정한 가격으로 차량을 판매한다. 하지만 딜러제도는 딜러가 구매한 차량을 고객에게 다시 판매하는 구조이기 때문에 소비자가 흥정을 통해 가격을 낮출 수 있다.

완성차 업체의 ‘입김’도 줄일 수 있다. 딜러제도는 기본적인 판매 규칙은 있지만 제조ㆍ판매가 구분돼 있기 때문에 완성차업체의 지나친 간섭에서 자유롭다. 국내 자동차 시장은 1980년대 후반 이후 가파르게 성장했기 때문에 이런 판매 구조가 아직 자리 잡지 못했다.

이에 따라 최근 공정거래위원회는 완성차업체와 전문가를 모아 혼합판매제도에 대해 논의했다. 그 결과 제도의 장점도 있지만 아직은 국내 시장에 도입하기에는 이르다는 방향으로 의견이 모아졌다. 그럼에도 전문가들은 앞으로 국내 자동차 시장에서 혼합판매제도를 도입해야 한다고 말한다.

김필수 대림대(자동차학) 교수는 “혼합판매제도는 완성차 업체간 경쟁을 유도해 국내 자동차산업을 발전시키는 요인”이라며 “여기서 발생하는 이익은 고스란히 소비자에게 돌아간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현재의 직영ㆍ대리점 판매방식을 한번에 바꾸는 것은 어렵다”며 “조금씩 순차적으로 방향을 잡아가며 혼합판매 방식으로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용선 기자 brave11@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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