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병선 KAIST 소프트웨어대학원 교수
기업에 독자적 플랫폼은 상당히 중요하다. 물건을 팔고 결제를 할 수 있는 플랫폼이 없다면 기업은 시장에서 생존하기 어렵다. 이 때문에 자금력이 부족한 중소기업은 대기업의 플랫폼에 얹혀 사업을 추진하기도 한다. 플랫폼을 누가 잘 만들고 가꾸느냐에 기업의 경쟁력이 달려 있다.
✚ 산업계에서 플랫폼의 중요성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플랫폼의 범위도 늘어나는 것 같은데. 명쾌하게 정의해 달라.“소비자가 있으면 시장이 있게 마련이다. 앱스토어를 떠올려보자. 소비자와 개발자가 있다. 두개의 시장을 연결하는 매개체가 플랫폼이다. 이 경우 앱스토어는 경제적 플랫폼에 해당한다.”
✚ 플랫폼에도 종류가 있는가.
“그렇다. 학계에서는 플랫폼을 두가지로 분류한다. 첫째는 기술적ㆍ경제적 플랫폼이다. 가령 컴퓨터는 기술적 플랫폼, 백화점이나 체인점은 경제적 플랫폼에 해당한다. 다른 하나는 디지털 플랫폼과 비非디지털 플랫폼이다. 대표적인 디지털 플랫폼은 앱스토어다. 비 디지털에 해당하는 것은 신용카드(돈)다. 여기서 디지털 플랫폼의 반대 개념을 아날로그 플랫폼이라고 하지 않는 것은 디지털도 아날로그도 속하지 않는 경우가 있어서다. 돈은 디지털도 아날로그도 아니다.”
✚ 플랫폼은 생태계와 다른 것인가. 두 용어를 혼합해서 쓰는 경우가 많다.
“학계에서는 의견이 엇갈리지만 플랫폼과 생태계가 다르다고 생각한다. ‘비즈니스 생태계’라는 말을 들어봤을 것이다. 먹고 먹히는 자연상태의 생태계를 차용한 것인데 비즈니스 생태계는 경쟁이 아니라 상호의존적이다.”
✚ 쉽게 설명해 달라.
“비즈니스 생태계의 참여자는 누군가에 의해 뛰어든 게 아니다.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것이다. 구글의 안드로이드는 협력사와 느슨한 형태의 계약을 맺는다. 갑과 을의 계약이 아니다. 개발자가 구글 플레이에 애플리케이션(앱)을 등록할 때 구글에 앱을 파는 것이 아니다. 구글은 마켓플레이로써 중계만 한다. 그래서 비즈니스 생태계에 참여하는 주체는 상호의존적이다.”
“맞다. 국내 제조사들은 생태계를 조성해본 경험이 거의 없다. 하지만 생태계를 조성하는 것이 앞으로 모든 산업의 핵심이 될 것이다.”
✚ 모바일뿐만 아니라 다른 산업에서도 생태계가 조성될 것이란 얘기인가.
“그렇다. 모바일 플랫폼이 만들어지면서 생태계가 조성된 것처럼 앞으로는 서비스 플랫폼이 등장하고, 그 생태계가 형성될 것이다. 다음엔 유통ㆍ광고ㆍ결제 플랫폼이 등장하고, 생태계가 조성될 것이다. 실제로 구글ㆍ애플 등이 결제시장에 뛰어들었다.”
✚ 국내 제조사들은 아직 모바일 생태계도 형성하지 못했는데.
“국내 기업들은 독자적인 플랫폼을 가지는 것이 중요하다. 다만 모바일 시장은 이미 승자구도가 명확하게 드러났다. 포화상태란 얘기다. 차선 시장인 서비스ㆍ유통ㆍ광고ㆍ결제시장에 뛰어드는 것이 좋다.”
✚ 자체적으로 플랫폼을 구축한다면 좋겠지만 플랫폼 위에 플랫폼 사업을 얹을 수밖에 없는 중소업체가 많다. 이들에게 조언을 한다면.
“플랫폼 사업자가 플랫폼 협력업체의 이익까지 갖겠다고 나서면 생태계는 발전하지 못한다. 대안은 독자적인 플랫폼으로 성장할 수 있을 만큼의 고객을 확보하는 것뿐이다.”
김건희 기자 kkh4792@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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