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선택제 일자리 채용박람회 가보니…

시간선택제 일자리 채용박람회가 최근 열렸다. 주최 측 추산으론 3만여명의 구직자가 찾았다. 하지만 구직자의 반응은 신통치 않다. 젊은층은 ‘일할 만한 직종을 찾기 어렵다’는 이유로, 정년퇴직자는 ‘젊은이에게만 기회가 있는 것 같다’는 까닭으로 불만을 내비친다. 시간선택제 일자리, 출발이 상큼하지 않다.

▲ 11월 26일 강남 삼성동 코엑스몰에서 시간선택제 일자리 채용박람회가 열렸지만 반응은 썩 좋지 않다.
“준비할 수 있는 시간이 많이 부족했다.” “딱 받은 느낌이 역시 이벤트성이구나.” “대부분 단순직인 것 같다.” 고용노동부ㆍ기획재정부ㆍ여성가족부 주최로 11월 26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 C홀에서 개최된 ‘시간선택제 일자리 채용박람회’에 방문한 구직자들의 반응이다.

이날 박람회에는 삼성ㆍ롯데ㆍ신세계ㆍCJ 등 10개 그룹이 참여해 연구개발ㆍ사무ㆍ서비스ㆍ영업ㆍ번역 등 150여개 직종의 인재채용상담을 진행했다.

삼성그룹의 행사부스를 서성이던 57세 퇴직남성은 “삼성에 할 수 있는 부분이 있는지 찾아봤는데 별로 없다”며 “혹시나 하는 마음에 와봤지만 상담은 끝났고 더 둘러볼 생각은 없다”고 말했다. 그는 “다 똑같은 것 같다”고 덧붙였다. 시간선택제 일자리에 대해선 “딱 받은 느낌이 ‘기획상품이거나 이벤트성이구나’였다”며 “실제로 기업들이 시간선택제 일자리를 적극 도입할지 신뢰도, 기대도 없다”고 말했다.

 
 
박람회장을 서성이던 박미경(가명ㆍ37ㆍ여)씨는 “연구소에서 20년간 일하다가 잠깐 쉬고 있는 중에 맞는 자리가 있나 보러왔다”며 “보건학을 전공했고 임상데이터 분석경력이 있어 품질분석 직무를 찾아봤지만 대부분 보조나 단순직이 많은 것 같다”고 했다.

초등생 자녀가 있다는 또 다른 여성(39)은 “11월 셋째주에 정보를 접했다”며 “구직 공부를 할 수 있는 여유가 있었으면 좋았을텐데 그렇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 여성은 하지만 “이번이 처음이니까 경쟁률이 낮지 않을까 싶다”며 초조함과 기대감을 함께 내비쳤다.

김민철(가명ㆍ65)씨는 “노후에 집에서 노는 것보다는 사회적으로 자리를 잡고 경제력도 있어야겠다는 생각으로 임시직을 알아보러 왔다”며 “이전에는 LH 등 시니어 사원 뽑는 곳에서 일을 한 적이 있지만 나이가 많아서 뽑아줄지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상담을 마치고 나오던 50대 후반의 남성은 “상담 창구 직원도 이후의 구체적 일정을 잡지 못하더라”며 “그룹별로 언제까지 뽑는지만 나와있고 일정에 대해서만 설명했다”고 말했다. 그는 “대부분 젊은층을 뽑으려한다더라”며 씁쓸하게 말한 뒤 “안될 가능성이 많다며 나중에 연락 없으면 떨어진 것”이라며 발걸음을 돌렸다.

번역직 일자리를 찾아 왔다는 한 50대 초반 여성은 박람회 분위기를 이렇게 전했다. “막상 (번역직 채용하는) LG에 가보니 근무지가 대전이라더라. 현 상황에서는 조건이 맞지 않아 상담도 포기했다. 다른 기업 부스에 가보려는데 신세계는 이미 모든 분야 상담이 마감됐고 다른 부스도 대기인수가 너무 많았다.”

이날 박람회는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 진행됐다. 주최측은 약 3만명의 경력단절 여성과 중장년층 구직자가 채용박람회에 방문한 것으로 추산했지만 문제는 얼마나 양질의 일자리가 창출되느냐다. 지금은 ‘숫자’에 집착할 때가 아니다.
임종명 뉴시스 기자 jmstal01@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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