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윤수 性과학 코너

▲ 여성은 정신만으로도 오르가슴에 도달할 수 있다.

성기능 장애를 치료하다 보면 가끔 이런 질문을 받는다. ‘여성을 흥분시키는 약이 있냐’는 것이다. 여성용 최음제를 묻는 거다. 여기엔 여성이 성적으로 흥분하길 원하는 못난 남성들의 바람이 숨어 있다.

의학적으로 여성용 최음제는 없다. 19세기 초까지만 해도 스페인ㆍ프랑스에서 코뿔소의 뿔이 여성을 성적으로 흥분하게 만든다고 해서 관심을 끌기는 했다. 최음제는 단어가 풍기는 야릇함 때문에 오해를 받지만, 사실 여성의 성기능 장애를 치료하는 약물로 봐야 한다.

남성이 발기장애나 조루 등 성기능 장애로 고민을 하듯 여성도 성고민이 많다. 성욕이 없거나 성적으로 흥분이 되더라도 여성의 생식기관인 질의 분비물이 적어 성행위를 할 때 불편을 호소하거나 오르가슴을 제대로 느끼지 못하는 경우다. 성행위를 할 때마다 통증이 심해 아예 성행위를 피하기도 한다.

여성의 성기능 장애를 치료하기 위해 쓰인 약물은 비아그라다. 1998년 비아그라가 출시된 이후 많은 남성이 성 고민에서 벗어났다. 포기하고 지낼 줄 알았던 성생활을 영위하게 된 것이다.

남성의 성기능 장애를 연구하던 비뇨기과 연구원들은 비아그라를 여성에게 복용해봤다. 남성의 사례처럼 ‘획기적인 변화를 얻을 수 있을까’ 기대 했지만 예상은 빗나갔다. 비아그라는 여성의 성기능 장애를 치료하지 못했다.

그래서 수많은 제약업체가 여성용 비아그라를 제조해 판매하기 위해 연구개발(R&D)에 뛰어들었다. 독일 제약사인 베링거 잉겔하임이 개발한 여성 비아그라 ‘플리반세린’이다. 이는 뇌를 움직여 성욕을 불러일으키기 위한 약이었다. 발표에 따르면 약을 먹은 군 가운데 48%의 성욕이 호전됐다. 그러나 미국 식품의약국(FDA)는 약을 복용한 여성들이 성행위 중에 피곤감ㆍ우울증ㆍ어지럼증을 호소하는 부작용으로 인해 성욕 촉진제로 부적합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캐나다의 한 제약사는 테피나(Tefina)라는 여성용 비아그라를 개발했다고 발표했다. 남성 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을 관계를 갖기 두시간 전에 콧속에 뿌리면 혈액순환이 증가하면서 성욕이 증진되고 오르가슴에 쉽게 도달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약제개발의 노력에도 회의적인 시선을 보내는 의사들도 많다. 남성은 육체적으로 발기가 이뤄지면 성행위가 가능하다. 반면 여성은 남성과 달리 발기 과정없이 감정만으로도 오르가슴에 도달할 수 있다.

이에 따라 여성의 성적 욕구는 육체적인 것보다 정신적인 요인이 선행해야 한다. 여성의 성행위 태도 또한 중요하다. 성행위를 하고자 적극적인 태도를 보이지 않고 수동적이다 보면 약물 효과가 제대로 나타나기 어렵다. 언젠가는 여성도 성고통으로부터 자유로워지는 날이 올 것이다.
이윤수 한국성과학연구소 소장 penilee88@gmail.com

저작권자 © 더스쿠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